[바이크로 만나는 유라시아&아프리카⑤] 체코에서 스위스까지

입력 2016-01-20 03: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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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쩡하게 직장을 다니던 30대가 모든 것을 내팽개치고 바이크 세계여행을 떠난다’ 우리나라에서 이에 대한 반응은 대부분 '미쳤다'와 '멋있다' 두 가지로 나뉠 것이다.
그게 미친 것이든 멋진 것이든 간에 한 가지 분명한 건, 이를 실행에 옮기는 데는 남들과 다른 특별한 재능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만 조금 더 많은 용기와 결단력이 필요할 뿐이다. '푸른 늑대를 찾아서'라는 이름하에 유라시아 횡단 및 아프리카 종단 바이크 여행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송인근(35) 씨 역시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30대 남성이다. 거창한 목표를 지닌 것도 아니고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 떠난 여행도 아니지만 그가 지나고 또 지나갈 50000Km의 여정은 마찬가지로 조금 더 용기를 발휘할 예비 모험가들에게 하나의 참고서가 될 만하다. 이에 동아닷컴에서는 송인근 씨의 9개월에 걸친 여행기를 10회에 걸쳐 연재하고자 한다>>



●익사이팅 체코&클래시컬 오스트리아

프라하에서의 스카이다이빙 사진|송인근 제공


체코 프라하는 여러가지로 익사이팅한 기억을 남겨준 곳이었다. 먼저 스카이 다이빙이 그렇다.

한번도 해보지 못했던 스카이다이빙을 앞두고 긴장감도 있었지만 비행복장으로 환복하고 안전장구를 차고 간단한 교육을 받은 후 내 차례를 대기했다.

재미있는 점은 스타이다이빙을 하러 모인 사람들은 대부분 한국사람으로, 나와 한조에 편성된 두 명도 한국 사람이었다.

내 차례가 다가오면서 점점 기분이 업되고 흥분이 됐다. 흡사 어깨춤을 추며 비행기에 올랐다. 한참을 올라가고 비행기 문이 열리자 거친 바람이 훅 들어왔다.

드디어 내 차례가 오고 점프 후 자유낙하를 시작하자 아드레날린이 쏟구치고 말 그대로 하늘을 나는 기분을 만끽했다. 한참을 올라갔지만 몇 십초 낙하하고 바로 낙하산이 펴졌다. 물론 낙하산을 타는 것도 재미있었다. 체코 프라하를 방문할 계획이 있는 여행객이라면 꼭 체험해 보기를 추천하고 싶다.

스타이다이빙의 흥분감은 지상에서도 이어졌다. 다만 조금 다른 의미의 흥분이긴 했지만 말이다.

프라하에서 체스키 크롬로프란 도시로 이동해 옛 성터와 마을들을 구경하고 오스트리아로 건너갈 준비를 하는 도중, 현찰 800달러가 사라졌다는 걸 알게 됐다. 미니백에 있는 여권과 카드, 기타서류를 정리하는데 종이지도로 감싸두었던 돈을 누군가 훔쳐간 것이다.

처음에는 어안이 벙벙하다가 황당하고 억울하고 울화통이 치밀어 올랐다. 지금까지 인사하고 이야기했던 숙소의 많은 사람들을 용의자로 생각하는 내가 싫었지만 분명한 건 숙소에서 누군가가 가방을 뒤져 돈을 가져갔다는 거다.

생각을 정리하기가 쉽지 않앗지만 카메라, 여권, 노트북은 안 훔쳐가고 또다른 가방에 있던 1,000달러는 그대로 있다는 말로 애써 스스로를 위안하며 오스트리아로 향했다.

사진 속 체코는 평화롭기만 하다 사진|송인근 제공


오스트리아 비엔나로 향하던 중 아무 생각없이 들린 멜크수도원의 감동과 큰 맘 먹고 예약한 한인 민박에서 4인실을 쓰게 된 행운으로 인해 800달러의 충격은 조금 가셨다.

또 벨베데레 궁전에서 본 구스타프 클림트(Gustav Klimt)의 '키스'는 확실히 어떤 영감과 감동을 주었다. 눈 앞에서 보이는 질감과 색채는 사진으로는 느낄 수 없는 강렬한 인상을 주었다.

체코와 오스트리아를 방문해 얻은 가장 큰 수확은 클래식에 대한 관심이었다.


●기분좋은 폴란드&아찔한 이탈리아

폴란드의 바이크 클럽에서 큰 환대를 받았다 사진|송인근 제공


러시아에서 알게 된 O형님에게 폴란드의 바이크 페스티벌에 참여하지 않겠냐는 연락을 받고 다음 행선지는 폴란드로 정했다.

바이커들이 집결해 있는 라돔을 거쳐 페스티벌장소인 가울린으로 향했다. 1930~1931년도에 결성된 Gryf MC란 바이크 클럽이 주최하는 Gryf MC 페스티벌은 전통과 인기를 자랑하는 페스티벌이었다.

또 클럽 회장인 에릭아저씨의 배려 덕분에 형님과 VIP룸에서 지내게 됐고, 한국에서 온 두 바이커에게 많은 현지 바이커들은 따뜻한 환대와 '리스펙트'에 즐거운 페스티벌을 보낼 수 있었다.

바이크를 사랑하고 클럽을 사랑하는 그들에게 내가 이런 관심과 호의를 받을 만한 사람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바이크를 탄다는 이유만으로 함께 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 곳에 내가 있다는 것은 참 신기하고 기분좋은 일이었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하며 즐거웠던 3일간의 페스티벌의 추억을 뒤로 하고 폴란드의 크라쿠프로 향했다.

아우슈비츠 수용소는 크라쿠프 시내에서 6~70km 가량 떨어진 곳에 있었는데, 입구의 “노동이 그대를 자유케 하리라(ARBEIT MACHT FREI)”라는 문구부터 복잡한 기분을 들게 했다.

불과 70년전에 대량 학살이 벌어진 현장을 보며 온갖 생각이 들었고, 행복한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에 감사했다.

아우슈비츠 수용소 사진|송인근 제공


폴란드에서 헝가리와 슬로베니아르 거쳐 이탈리아에 도착하자 알프스 인근 돌로미티를 구석구석 돌아보기로 결심했다. 한동안 평지만 달리다가 구불구불한 산길은 다시 흥분감을 가져다 주었다.

돌로이티 지역을 끼고 돌고, 돌고, 또 도는 루트는 풍경도 좋고 와인딩도 재미가 있었다. 다만 나중에는 O형님과 내가 먼저 지쳐 루트를 완주하지 못하긴 했지만 말이다.

그리고 다음날은 높기로, 아름답기로, 위험하기로 유명한 스텔비오 패스(Passo dello Stelvio)를 향했다. 유명세 만큼이나 흥분과 긴장을 일으키는 헤어핀이 계속 해서 등장했고, 또 시선을 사로잡는 장관들이 이어졌다. 정신을 빼앗는 아름다움때문에 더욱 위험한 도로였다.

스텔비오 패스의 경치, 사진|송인근 제공


그래도 멋진 풍경은 어김없이 감동을 주긴 하지만 말이다.


●스위스는 따뜻하고 고마웠다

알프스를 넘어 스위스에 도착했을 때는 스위스 3대 패스라는 푸르카페스, 그림젤패스, 주스텐패스를 모두 둘러보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몇가지 사정들이 더해져 푸르카와 그림젤만 가보게 됐다. 스위스 알프스의 멋진 풍경을 머리와 가슴에 담고 인터라켄의 숙소로 향했다.

스위스의 경치 사진|송인근 제공


인터라켄에서의 첫 날은 융프라우를 다녀오고 둘째날은 캐니어닝(협곡타기)에 도전했다. 캐니어닝 슈트로 갈아입고 꽤나 높은 절벽에서 레펠을 타는 것으로 시작해 7~8m 정도 되는 곳에서 맨몸으로 물을 향해 뛰어드는 프로그램도 있었다.

쉽게 뛰지 못할 높이였지만 뛰어내리고 나니 묘한 성취감이 있었다. 여행의 좋은 점의 하나는 평소 잃어버렸던 이런 작은 성취감이 아닌가 싶다.

또 여행기간이 길어지자 인연이 인연을 낳기도 했다.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만났던 스위스 부부 로랜드와 레이첼은 여행하는 중간중간에도 종종 연락을 할 정도로 좋은 인연을 이어왔고, 처음 만난 후 3개월만에 스위스에서 재회하게 됐다.

선물용 와인을 한병 사고 연락을 해보니 기다리고 있다는 답장이 왔고, 로랜드와 레이첼은 내가 묵을 방까지 정리해놓으며 환대를 했다.

로랜드와 레이첼, 사진|송인근 제공


원래는 다음날 바로 출발할 계획이었지만 편하게 며칠 더 머물다가 가라는 거듭된 권유에 하루를 더 머물고 가기로 했다. 그 덕분에 근처 도시에서 열리는 웨가 페스티발을 볼 수 있었고, 레이첼의 부모님과도 인사를 나눴다. 거듭된 인연이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추억을 안겨준 셈이다.

헤어지기 전까지 지역 전통주 미니어쳐와 카드, 과일, 초코렛, 과자들을 챙겨주는 그들의 따뜻함이 고맙고 따름이었다.

여행을 출발한지 4개월만에 많은 인연들을 만들었고, 이 인연들은 조금씩 삶의 넓이와 깊이를 변화시켜주고 있었다.

이미 많은 도시와 국가를 둘러보았지만 유럽의 여행은 언제나 새로운 시작이었다.

여행의 진행 루트, 사진|송인근 제공



※보다 자세한 여행기는 송인근씨의 블로그 (http://songig0831.blog.me)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글·사진 송인근 / 감수 동아닷컴 최현정 기자 gagnr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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