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하인드 베이스볼] 김기태 감독 “엔트리 최대한 활용…누구나 1군 뛸 기회”

입력 2016-01-21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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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김기태 감독. 스포츠동아DB

KIA 김기태 감독. 스포츠동아DB

■ 토털 베이스볼에 담긴 김기태 감독의 메시지

경기당 야수 14명 기용 10개 구단 중 최다
원칙 철저…기준에 미달하면 확실한 대가


지난해 KIA는 부족한 전력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5강 싸움을 펼쳤다. 새로 부임한 김기태(47) 감독은 엔트리를 최대한 활용하는 ‘토털 베이스볼’로 좁히기 힘든 전력차를 메웠다. 그러나 그의 용병술은 단순히 없는 전력을 극대화시키는 차원이 아니다. 그 속에는 선수들을 움직이는 ‘메시지’가 담겨있다.


● 경기당 야수 사용 1위, KIA의 토털 베이스볼

김기태 감독은 지난해 투수 26명, 타자 32명 등 총 58명을 1군에서 기용했다. 한 팀의 등록선수 정원이 65명인 것을 고려하면, 거의 모든 인원을 쓴 것이다. 물론 더 많은 선수를 쓴 한화도 있다. 한화는 투수 31명, 타자 34명을 썼는데 시즌 도중 임의탈퇴와 방출 등을 통해 등록선수 정원을 모두 활용했다.

KIA는 10개 구단 중 가장 많은 경기당 14.02명의 야수를 기용했다. 경기당 야수 사용이 14명을 넘은 유일한 팀이다. 대타 기용은 287회로 2위, 대주자 기용은 124회로 1위, 대수비 기용은 308회로 2위였다. 엔트리를 최대한 활용해 선수들을 경기에 내보냈다.

김 감독은 LG 사령탑 시절부터 등록선수 전원을 전력으로 보고 시즌을 치렀다. 이는 선수 시절 감독으로 만났던 한화 김성근 감독의 영향도 있다. 그러나 선수기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두 감독의 용병술에는 현격한 차이가 존재한다.




● 원칙에서 출발하는 기회, 김기태 감독의 메시지


김기태 감독은 이러한 선수기용을 통해 ‘누구나 1군에서 뛸 기회가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선수들에게 많은 말을 하지 않지만, 직접 행동으로 보여준다. 선수기용에 있어 ‘실력’이라는 가치 외에 ‘신뢰’라는 보이지 않는 가치가 포함되기 때문이다.

이는 김 감독이 정해놓은 ‘원칙’에서 출발한다. 선수단 내규 또는 직접 정한 기준선을 확실히 지킨다. 그의 리더십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체력테스트만 봐도 알 수 있다. 기준에 미달하지 못한 선수에게는 확실한 대가가 따른다. 스프링캠프 합류 불발은 물론, 해당 시즌의 1군 출장 여부까지 좌지우지할 수 있다.

시즌 중에도 원칙을 지키지 않은 선수가 나올 경우, 다른 선수에게 기회를 준다. 자연스럽게 가용인원이 많아진다. 엔트리를 최대한 활용하는 것은 단순한 시즌 운영이 아니라, ‘메시지’를 전달하는 효과를 갖게 된다.


● 감독의 메시지에 응답하는 KIA 선수들

김기태 감독은 애리조나 전지훈련 첫 날 모처럼 만난 선수들 앞에서 한 가지 질문을 던졌다. 훈련에 앞서 선수단을 모아놓고 질문과 답을 하는 것은 이젠 특별할 게 없는 일상이다. 김 감독은 편안한 분위기로 선수단과 인사를 나눈 뒤 “감독 스타일 잘 알지? 제일 싫어하는 게 뭐냐?”라고 질문을 던졌다. 곧바로 투수 홍건희가 손을 들고 “세모입니다”라고 답했다. 김 감독은 “그렇지. 이도저도 아닌 건 하지 않는 것만 못하다. 하려면 끝까지 하고, 아니면 마라”며 정답을 맞힌 홍건희에게 상금 200달러를 건넸다.

‘O’나 ‘X’, 무엇이든 확실히 하는 것을 좋아하는 스타일이다. 금세 정답이 나온 것처럼 선수단은 이미 김 감독의 의중을 잘 알고 있다. LG 사령탑 시절 “선수들을 따라오게 하는 무언가가 있다”는 몇몇 선수들의 말이 다시 한 번 떠오른다.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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