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민 “그렇게 힘들었던 트로트…이젠 행복합니다”

입력 2016-01-21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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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민은 아이돌 가수들의 틈 속에서 음악방송에 나서는 일이 쑥스럽기도 하지만, 무대에 오를 수 있음에 행복하다고 했다. 스포츠동아DB

조정민은 아이돌 가수들의 틈 속에서 음악방송에 나서는 일이 쑥스럽기도 하지만, 무대에 오를 수 있음에 행복하다고 했다. 스포츠동아DB

■ ‘어른세대의 아이돌’로 뜬 조정민

아버지 잃고 갑작스럽게 입문한 트로트
좌절, 방황, 그리고 기적처럼 잡은 기회
“나만의 목소리로 오래도록 노래하고파”


조정민(30)는 여러 모로 특이한 가수다. 170cm의 큰 키에 육감적인 몸매, 이국적인 외모를 지녀 ‘비주얼 가수’로 보이지만, 그는 KBS 2TV ‘불후의 명곡-전설을 노래하다’, MBC ‘복면가왕’ 등 가창력을 겨루는 TV프로그램으로 주목받았다. 조영남·윤형주·김세환의 ‘쎄시봉 콘서트’에도 함께 무대에 오르며 어른세대의 ‘아이돌’로 관심을 받는다. 6살에 시작한 피아노로 대학(국민대 피아노과)까지 갔고, 지금도 건반을 두드린다. 웬만한 걸그룹에서 에이스 자리를 차지했을 법한 ‘스펙’을 가졌지만, 그는 트로트 가수다.

조정민도 어려서는 S.E.S를 동경했다. 성장하면서 팝가수 앨리샤 키스처럼 피아노 치며 노래하는 가수를 꿈꿨다. 대학 재학 중 축제에서 노래하다 연예관계자에 발탁돼 연습생 생활을 시작할 때만 해도 트로트 가수가 되리란 생각은 못했다. 그러나 아버지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고, 막막하던 상황에서 ‘트로트를 해보자’는 제안을 받은 조정민은 마침 장윤정이 ‘어머나’로 히트하는 걸 보면서 “돈을 많이 벌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트로트의 길은 녹록치 않았다. 2009년 ‘조아’라는 예명으로 ‘점점점’을 내고 활동을 시작했다. 하지만 “어리기도 했고, 피아노만 치다보니 무대 장악력도 없었다. 멋쩍다는 생각에 자꾸 위축”되면서 의욕을 잃고 말았다.

“트로트에 대한 진정성부터 부족했다. 과연 나의 길인지에 대한 회의도 있었다. 거기다 낯가림도 있었다.”

조정민은 R&B음악으로 전향했다. 새 음반을 만들고 뮤직비디오까지 완성했지만, 당시 기획사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발표하지 못했다. 가수를 포기하고 2011년부터 아이들에게 피아노를 가르쳤다.

꿈이 없으니 허망했다. 전자피아노를 사고 커버영상을 찍어 유튜브에 올렸다. 어느 날 엠넷의 트로트 서바이벌 ‘트로트 엑스’ 측으로부터 출연 제안을 받았다. 조정민은 이게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간절한 마음으로 노래하는 모습은 당시 심사위원이었던 설운도를 사로잡았다. 설운도의 소개로 현 소속사 대표를 만나 2014년 12월 ‘곰탱이’를 내고 본명을 앞세워 새 출발에 나섰다. 2015년 ‘살랑살랑’을 낸 후로는 ‘쎄시봉 콘서트’에도 게스트로 참가하게 됐다. ‘피아노 연주도 하고, 화음도 넣을 줄 아는 젊은 여성 가수’의 조건에 꼭 맞아 낙점됐다.

“이제 서른 살, 돌아보면 잘 흘러왔다. 이제 세상을 보는 여유도 생겼다. 과거엔 안 되는 것도 억지로 하려 했는데, 지금은 ‘안 되면, 다 이유가 있겠지’ 생각한다.”

조정민은 평소 잘 웃는다. 아역배우 김유정과 박시연, 박솔미 등 여러 얼굴을 떠올리게 하는 매력적인 얼굴로 연기 제안도 많이 받는다. 이미 한 웹드라마에서 피아노 강사를 연기했다. “노래를 더 잘 하고 싶어 연기를 배운” 조정민은 웹드라마 오디션에서 “연기력은 다소 부족하지만 이미지가 좋다며 발탁”됐다. 수영과 스키에 능한 그는 잘 할 것 같은 장르로 액션을 꼽았다.

조정민은 2월 초 새 음반을 낸다. 자작곡도 포함된다. 타이틀곡은 장윤정 ‘꽃’, ‘올레’ 등을 쓴 임강현의 곡이다.

“지금 참 행복하다. 잠들 때 ‘나보다 행복한 사람 있을까’ 생각도 한다. 하고 싶은 음악도 하고, 무대마다 소중하다. 마주치는 한 사람 한 사람이 다 귀하고, 인연이다. 처음 트로트 할 땐 왜 그렇게 힘들어 했을까. 나만의 목소리로 오래도록 노래하는 가수가 되고 싶다. 쎄시봉 선배들처럼 음악으로서 여러 세대와 친구가 되는 가수 말이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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