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희선은 지난 1977년에 데뷔해 밴드와 세션 연주자, 프로듀서 등으로 활동하다가 1993년부터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에 합류해 지금까지 리더로 밴드를 이끌고 있다.
연주자를 가수의 반주자 정도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한 한국의 음악시장에서 최희선은 오랜 세월프로 뮤지션으로 활동하며 스튜디오 세션과 라이브 연주자 두 영역에서 모두 정상의 자리를 지켜 온 보기 드문 기타리스트이다.
그는 지난 2013년 첫 솔로 앨범 ‘어너더 드리밍(Another Dreaming)’을 발표해 블루스부터 헤비메탈까지 다채로운 음악 세계를 보여주며 호평을 받은 바 있다.
3년 만의 신보인 이번 앨범에는 ‘댄싱 핑거스(Dancing Fingers)’, ‘나비’, ‘하이웨이 스프린트(Highway Sprint)’, ‘매니악’, ‘스위티스트 러브(Sweetest Love)’, ‘삼백시티(三白City)’,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 ‘파티(Party)’, ‘프레이 포 코리아(Pray For Korea)’ 등 9곡이 실려 있다.
최희선은 “1집은 록을 기본으로 하되 처음 내 연주를 접하는 대중도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팝적인 곡들도 일부 담았지만, 이번 앨범에는 그야말로 마니아들이 좋아할만한 음악만을 담았다”며 “대중성보다는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음악만을 앨범에 담아내 ‘나는 기타리스트’라는 사실을 확실하게 각인시키고 싶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보컬 없이 순수하게 연주만이 담긴 이 앨범은 최희선이 40년의 긴 세월에 걸쳐 체화시킨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을 기승전결의 형태로 압축시켜 펼쳐내고 있다. 정확하고 깔끔한 연주와
풍성한 톤으로 유명한 그는 전작에 비해 더욱 군더더기를 걷어낸 음악으로 선명한 연주를 들려준다.
강렬하면서도 간결한 리프와 화려한 솔로 연주로 앨범의 문을 여는 ‘댄싱 핑거스’, 리듬의 다채로운 변화와 정교한 솔로 연주가 돋보이는 ‘나비’, 직선 도로 위를 달리는 ‘할리 데이비슨’처럼 시종일관 무게감 있는 리프로 질주하는 ‘하이웨이 스프린트’는 최희선의 음악적 뿌리인 록을 상기시키는 시그너처 같은 곡들이다.
변화무쌍한 리듬과 멜로디 사이의 경계선을 날렵한 연주로 여유롭게 넘나드는 ‘매니악’, 자신의 고향 상주에 대한 애정을 경쾌한 선율의 연주로 담아낸 ‘삼백시티’, 퓨전재즈 풍의
다채롭고도 흥겨운 연주가 돋보이는 ‘파티’는 최희선이 단순히 직선적인 록에만 천착하지 않는 유연한 연주자임을 증명하는 곡들이다.
서정과 격정을 오가면서도 감성을 잃지 않는 선율이 돋보이는 ‘스위티스트 러브’, 애절하고도 깊은 톤의 연주로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는 ‘프레이 포 코리아’는 탁월한 멜로디 메이커이자 개성적인 톤을 가진 최희선의 면모를 잘 드러내 보여준다.
여기에 조용필 12집 ‘세일링 사운드(Sailing Sound)’의 동명 수록곡을 볼륨 주법의 몽환적인 연주로 재해석한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는 오랫동안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으로 최희선을 지켜 본 많은 이들을 위한 작은 선물과도 같은 반가운 곡이다.
최희선은 “연주곡만으로도 충분히 지루하지 않고 흥미로운 음악을 들려줄 수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이 앨범이 어쩌면 내 솔로 앨범으로선 마지막 작품이 될지도 모른다는 각오로 녹음과 제작에 심혈을 기울였다”고 전했다.
한편 최희선은 오는 3월 25~26일 서울 삼성동 백암아트홀에서 앨범 발매 기념 콘서트를 연다.
동아닷컴 최현정 기자 gagnr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