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호 기자의 캠프 리포트] 박경수 “2조4000억으로도 살 수 없는 KC 같은 팀 만들 것”

입력 2016-01-29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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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주장 박경수가 28일(한국시간) 전지훈련지인 미국 애리조나주 투산에서 스포츠동아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투산(미 애리조나주)|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kt 주장 박경수가 28일(한국시간) 전지훈련지인 미국 애리조나주 투산에서 스포츠동아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투산(미 애리조나주)|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 kt 캡틴 박경수의 다짐

“캔자스시티 같은 훌륭한 팀 문화를 만들겠다.”

올 시즌부터 kt의 주장을 맡은 박경수(32·사진)는 28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투산의 키노 스포츠콤플렉스 스프링캠프에서 매우 흥미로운 이야기를 꺼냈다.

2014년 월드시리즈 준우승, 2015년 월드시리즈 정상을 차지한 캔자스시티는 뉴욕 양키스, 보스턴, LA 다저스 같은 빅마켓의 부자구단이 아니다. 그러나 수백억 원 연봉의 스타가 즐비한 강팀들을 꺾고 메이저리그 정상에 우뚝 섰다. 폭스스포츠는 최근 ‘메이저리그 팀들은 올해 스토브리그에서 20억달러(약 2조4000억원)의 돈을 투입해 선수들을 영입하고 있다. 그러나 20억달러로도 캔자스시티의 팀워크는 살 수 없다’고 보도했다. 캔자스시티의 팀워크를 짧게 요약하면 가족 같은 따뜻함과 끈끈한 정, 그리고 한 팀이라는 동지애와 그 속에서 발현되는 자긍심이다.

야구는 팀 스포츠다. 그러나 개인기록이 세분화돼 있는 독특함을 지니고 있다. 팀이 아닌 내 기록만 쳐다보는 순간 한꺼번에 모든 것이 와르르 무너지는 곳이 야구팀이다. 클럽하우스 문화와 전통은 밖에서 보는 것 이상으로 구단 전력과 성적에 큰 영향을 미친다. 두산과 NC가 큰 돈을 들여 리더십의 상징 홍성흔과 이호준을 영입한 이유는 분명했고, 투자한 액수 이상의 큰 성과를 얻었다. 박경수의 이야기도 이와 상통한다.


-캔자스시티의 팀워크를 kt에서 어떻게 만들어갈 계획인가.

“프로야구선수들은 가족보다 함께 지내는 시간이 훨씬 길다. 그만큼 서로에 대해 잘 안다. 그래서 불편해지는 경우도 종종 생긴다. 그러나 각자의 성격이나 성향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상대가 싫어하는 부분을 양보하고 존중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선후배를 떠나 그 점이 첫 번째로 중요하다.”


-어디를 가도 매우 독특한 성격이나 모난 사람이 꼭 있게 마련일 텐데.

“(밝게 웃으며) 감사하게도 kt에는 그런 선수가 아직 없다. 프로팀에는 종종 여러 가지 태도 등으로 미움을 받는 스타일의 신인이 들어오기도 하는데, 우리 팀에는 없다. 물론 스타일은 각자 다르다. 그러나 서로를 존중한다면 언제나 밝은 분위기를 만들 수 있다고 본다. 가족 같은 따뜻함 속에서 강한 응집력이 나올 수 있다.”


-사실 지난해부터 차기 주장감으로 꼽혔다. 덕아웃의 분위기를 밝게 이끄는 모습에 젊은 선수들과 코칭스태프 모두 신뢰감이 컸다.

“우리 팀은 이제 1군에 데뷔한 지 두 번째 시즌이다. 열아홉 살에 프로에 입단했다. 자주 느꼈던 점은 ‘첫 출발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kt는 지금 팀 분위기가 어떤 방향으로 정해지느냐에 따라 10년, 20년 뒤가 달라진다. 지난해 kt로 이적해 1년을 보내면서 ‘저 팀이 분위기는 최고야’라는 소리를 듣는, 그런 문화를 만들고 싶다는 욕구가 강하게 생겼다. 우리 팀에는 뛰어난 리더가 많다. 이진영 선배도 LG에서 주장을 했다. 많은 노하우를 배우고 있다. 이숭용 코치(타격)도 현대와 넥센에서 주장으로 이름이 높았다. 자주 찾아가 묻고 있다.”


-한국프로야구 클럽하우스에는 사회 분위기 그대로 선후배 문화가 있다. kt만의 어떤 다름을 만들어 가고 있나.

“‘무엇이든지 다 내게 말해달라’고 하고 있다. 뒤에서 몇 명이 수군거리기 시작하면 분위기가 안 좋아진다. 젊은 후배들이 방으로 찾아와 말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는 것도 잘 안다. 그래서 카카오톡을 잘 활용하고 있다. 생각보다 많은 후배들이 다양한 의견이나 바람 등을 말하고 있다. 팀 전체가 가장 행복하게 훈련하고 야구할 수 있도록 각자의 생각을 최대한 반영하고 있다.”


-kt는 훈련량이 많은 팀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투수와 야수 모두가 함께하는 수비 포메이션 훈련을 보면 고등학교팀처럼 서로 소리를 지르고 분위기가 매우 밝다. 주자 역할을 맡은 이대형은 어떻게든 아웃되지 않기 위해 전력을 다하더라.

“투수와 야수가 거의 유일하게 함께 훈련하는 시간이다. 서로 얼굴 보기도 힘들기 때문에 그 순간 서로의 신뢰를 쌓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투수는 김사율 선배가 잘 이끌어주고 있다. 투수조장 홍성용은 포메이션 훈련 내내 포수와 야수를 칭찬하고 응원하며 소리를 지른다. 주자, 투수, 포수, 내야수 등 각자 역할에서 최선을 다해야 훈련 효과도 최고가 된다. 그리고 서로가 끈끈하게 이어지는 무엇인가가 느껴진다. 가장 중요하고 소중한 시간이 포메이션 훈련이다. 다른 팀에 비해 훈련량이 많다고 하는데, 힘들 때일수록 서로서로 웃어야 한다.”


-지난해 22개의 홈런을 치며 데뷔 이후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주장이지만 한 명의 선수이기도 하다.

“개인 목표나 도전하고 싶은 기록, 그런 것 등은 다 잊었다. 팀 성적은 나쁜데 개인기록이 좋다고 행복할 것 같지 않다. 지금은 팀만 생각하고 있다. 물론 훈련은 열심히 한다.”

박경수는 손바닥의 굳은살이 이미 갈라져서전체에 붕대를 감고 있었다. 그러나 훈련 때 가장 늦게까지 남아 수없이 배트를 휘둘렀다. 그는 “캔자스시티 같은 훌륭한 팀 문화는 1∼2년안에 만들어지기 어렵다. kt는 이제 팀 역사가시작됐다. 그래서 더 가족 같은 끈끈한 팀워크를 더 빨리 강하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뒤 잠시 숨고를 시간에도 주변을 돌아보며 한 명, 한 명에게 농담을 건넸다. 리그에서 30홈런 타자나 15승 투수보다 찾기 힘든 훌륭한 리더의 새로운 탄생을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 2조4000억원보다 비싼, 보이지 않는 전력을 향한 발걸음도 흥미롭다.

투산(미 애리조나주) |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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