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인이 이방원 그 자체였다.
1일 방송된 SBS 창사25주년 특별기획 ‘육룡이 나르샤’(극본 김영현 박상연, 연출 신경수) 35회에서는 정몽주(김의성 분)를 죽이기 위해 나서는 이방원(유아인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그 유명한 선죽교 사건의 전조가 울린 것이다.
이날 이방원이 가슴 속 품은 칼날을 드러내기까지, 쉽지 않은 과정과 갈등이 있었다. 이성계(천호진 분)의 목숨을 노리는 포위망 속에서 이방원은 특유의 기지를 발휘해 이성계를 개경으로 옮겨왔다. 그러나 이성계의 상태는 점점 위독해졌고, 위기를 타파하기 위해 이방원은 오래 전부터 생각했던 답을 꺼내기 시작했다. 바로 정몽주 격살에 대한 결심이다.
마지막까지도 이방원은 치열하게 갈등했다. 고려의 마지막 상징 정몽주를 끊어버리는 자가 조선을 여는 자가 되는 것이기에 두려움과 동시에 설레는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일을 도모한 후 대업에서 제외되지는 않을지 불안감도 컸다. 그만큼 이성계와 정도전(김명민 분)을 비롯해 많은 유생들에게 존경 받는 정몽주를 죽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러나 이방원은 결국 혁명의 길에 자신이 나서야 함을 느끼고 결단을 내렸다. 이성계의 상태를 살피러 문병 온 정몽주의 대담함에 경악했고, 그를 매섭게 노려보며 결심을 굳혔다. 정몽주를 죽이겠다고 밝혔다가 이성계에게 호된 꾸지람을 들었음에도, 곧장 조영규(민성욱 분) 등을 준비시키고 정몽주의 뒤를 쫓아 긴장감을 치솟게 했다.
이날 유아인은 이방원에 완벽히 몰입된 모습으로 그의 갈등을 촘촘하게 빚어냈다. 홍인방(전노민 분)과의 장면은 이러한 이방원의 내적 고민이 표출된 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 미묘하게 변하는 표정 변화, 눈빛만으로도 느껴지는 이방원의 갈등, 화가 치밀 정도로 흥분한 모습 등 유아인은 한 장면 한 장면 시청자들을 TV 속으로 흡입시키며 안방극장에 소름을 유발했다.
역사가 곧 스포일러다. 하지만 유아인은 전개가 예상되는 상황 속에서도 늘 매력적인 연기로 기대 그 이상을 보여줬다. 순수했던 청년기부터 킬방원의 흑화까지 차곡차곡 인물의 변화에 따른 다양한 얼굴을 그려온 것이다. 때문에 유아인이 선죽교 위 이방원을 어떻게 그려낼 지, 하여가와 단심가를 어떻게 표현해낼지 시청자들은 가슴 떨려 하고 있다.
동아닷컴 홍세영 기자 projecth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S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