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종 2000승을 위한 ‘노란 응원’

입력 2016-02-05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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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마의 살아있는 전설로 또 하나의 대기록을 달성을 앞둔 박태종 기수.

한국경마 최초 기록 앞두고 부담감에 주춤
팬들, 현수막에 노란포스트잇 활용해 응원


한국경마 최초로 2000승이 보인다!

박태종(50) 기수는 경마역사를 새로 쓰는 ‘한국경마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그가 걷는 길, 그 자체가 곧 한국경마의 역사다. 사상 첫 1만3197회 기승, 사상 첫 1986회 우승 등 기록제조기다. 1987년 4월 데뷔해 올해 기수경력만 30년차다. 코리안더비(GⅠ), 그랑프리(GⅠ) 등 대상경주 우승만 39회에 달한다. 최우수 기수로 5회에, 지난해에는 ‘올해의 공정대상’의 주인공이었다.

박 기수는 평소 술이나 담배는 일절 손대지 않는다. 엄격한 체력관리로 지천명이 넘은 나이에도 꾸준한 기량을 선보이고 있다. 경마실력만 최고는 아니다. 올곧은 행실로 경마팬, 경마관계자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아 지난 1999년 ‘영예의 전당’에 첫 번째 기수로서 이름을 올렸다.


● 박태종은 곧 역사다…사상 첫 2000승 눈앞

그가 이제 30년 경마인생에 새로운 역사에 도전하고 있다. ‘한국경마 최초의 2000승’이라는 대역사가 그것이다. 대망의 2000승까지는 5일 기준으로 단 14승만 남았다. 그는 지난해 월평균 6회에 달하는 우승기록을 세우고 올해 역시 1월 한 달 동안 7번 우승을 거머쥐었다. 현 추세라면 이르면 2개월, 늦어도 상반기 중에는 2000승 고지는 무난히 정복할 수 있다.

2000승을 눈앞에 두고 있는 박 기수는 요즘 부담감이 크다. 평소에도 말수가 적기로 소문난 그였지만, 2000승에 대해 언급할 때면 더 조심스러워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첫 대상경주였던 ‘제13회 헤럴드경제배’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이제부터는 나 자신과의 싸움이 될 것 같다”며 달성 시기나 목표와 관련한 명확한 언급을 피했다. 현재는 2000승을 달성하기 전까지 되도록 매체와의 접촉도 피한 체 경기에만 집중하고 있다.


박태종 2000승 기원 응원 이벤트…‘노란 응원’에 응답하라

이런 박 기수를 위해 한국마사회와 팬들이 나섰다. 우렁찬 응원의 목소리가 아닌 ‘소리 없는 응원’을 펼치기로 한 것이다.

한국마사회는 지난 29일, 렛츠런파크 서울 관람대 2층 외벽과 중문사이에 ‘살아있는 전설. 박태종 2000승’이라는 문구가 적힌 대형 현수막을 설치했다. 여기까지는 일반적인 응원모습과 별다를 것 없이 보인다. 한국마사회는 여기에다 노란 포스트잇을 활용한 기발한 응원을 추가했다. 현수막 아래에 ‘응원 메시지 게시판’이라는 응원공간을 마련하여 경마팬들이 응원의 메시지를 남길 수 있도록 한 것.

시작한지 채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박태종 기수의 팬임을 자처하는 많은 경마팬들이 ‘노란 응원’에 동참했다. 저마다 노란 포스트잇에 응원의 목소리를 담아 빈 공간을 채워나감으로써, 당초 새하얗던 벽이 어느새 노란색으로 물들어 가고 있다. 그중에는 정성들여 박태종 기수의 얼굴을 그릴 정도로 열성적인 팬의 응원도 있다.

렛츠런파크 서울이 과거 뚝섬에 위치했을 때부터 박태종 기수를 응원해왔다는 한 열성팬은 “박태종 기수의 모든 모습을 지켜봐온 산증인으로서 느낌이 남다르다”며, “2000승을 달성하는 순간까지 응원을 멈추지 않겠다”고 말하며 노란 응원화(畵)에 색을 더했다.

한국마사회 역시 경마팬들과 응원을 함께한다. 박태종 기수가 2000승을 달성하기 전까지 응원 메시지 게시판과 대형 현수막을 내리지 않기로 한 것. 특히 박태종 기수가 1승을 추가할 때마다 현수막 중간에 위치한 ‘D-OO’의 숫자를 바꾸기 위해 높은 사다리를 매번 올라야 해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한국마사회 관계자는 “지난 30일, 박태종 기수가 1승을 보탰을 때도 제일 먼저 한 일이 사다리를 찾는 것이었다”며 “그렇지만 박태종 기수를 응원하는 마음은 다른 경마팬들과 다를 바 없다. 숫자를 고치고 내려오며 나 역시 응원의 메시지를 함께 남겼다”고 말했다.

박태종은 역사를 향해 외롭게 달려가지만 힘들지 않을 것이다. 홀로 걷는 길이 아니라 그의 곁엔 경주로의 모래알보다 많은 팬들이 곁에 있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한국경마 사상 첫 2000승’의 기록은 생각보다 더 당겨질 수 있다.

연제호 기자 sol@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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