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승우 선배님을 보면서 연기자의 꿈을 키웠다”고 말하는 배우 신재하는 조승우가 다닌 단국대 공연영화학부에 재학 중이다.
2014년 영화 ‘이것이 우리의 끝이다’를 통해 데뷔한 신재하는 뒤이어 출연한 영화 ‘거인’에서 최우식과 함께 평단의 극찬을 받은 ‘괴물 신인’이다. 동성애를 연기한 데뷔작만큼 그의 필모그래피는 범상치 않다. 드라마 데뷔작 ‘피노키오’에서 어린 기재명 역을 맡아 초반 몰입도를 높이는 데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가 하면, 최근에는 SBS 수목드라마 ‘리멤버-아들의 전쟁’(이하 리멤버)에서 미소전구 사장 아들 민수로 등장해 남다른 존재감을 뽐냈다.
“‘괴물 신인’요? 다들 ‘억울함 전문배우’라던데요. (웃음) 출연하는 작품마다 아버지의 억울함을 풀어 달라 하소연하는 역할이잖아요. 사실 작품을 선택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에요. 우연히 기회가 와서 하게 된 캐릭터가 대부분이에요. 동성애 캐릭터도 처음에는 부담이 많이 됐어요. 가벼운 키스정도지만, 제게는 어렵더라고요. 데뷔작이고 첫 영화인데 망설임이 컸어요. 그런데 이제는 생각이 많이 달라졌어요. 어떤 캐릭터가 중요하기 보다는 어떤 자세가 중요한 것 같아요. 더 많은 기회가 왔으면 좋겠어요.”
신인답게 연기 욕심이 충만한 신재하다. 그러나 ‘신인들의 영원한 숙제’인 오디션 통과는 쉽지 않다. 오디션에서 연거푸 고배를 마신 기억을 떠올린 신재하는 “너무 많이 떨어져서 셀 수조차 없다”고 고개를 내저었다. 기억에 남는 오디션으로는 tvN 금토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하 응팔)을 꼽았다.
“제 또래 신인배우라면 대부분 오디션을 봤을 거예요. 너무 경쟁이 치열해서 큰 기대는 하지 않았어요. 경험이라고 생각했어요. 당시 대본이 없어서 ‘응답하라 1994’에서 정우 선배님이 연기한 ‘쓰레기’ 캐릭터를 연기했어요. 나중에 알고 보니 다 이 캐릭터로 연기했더라고요. 떨어졌을 때는 살짝 실망하기도 했지만, 워낙 떨어진 친구가 많으니 실망할 이유는 없었어요. 방송을 보니 감독님과 작가님이 캐스팅을 잘 하셨더라고요. 오디션도 사람마다 운과 캐릭터와의 궁합이 있는 것 같아요. 저도 언젠가 그런 작품과 캐릭터를 만나겠죠? (웃음)”
배우 신재하.
그러면서 신재하는 사극과 로맨스 연기에 욕심을 냈다. 그는 “사극은 꼭 해보고 싶은 장르다. 아직 정통 사극을 무리 없이 소화할 수 있을까 걱정되지만, 되도록 빨리 사극 연기를 경험해보고 싶은 바람이다”라고 말했다.
로맨스 연기에 대해서는 “7편의 출연작 중에 동성애 연기를 제외하고 온전한 로맨스가 없었다. 죄다 아버지의 억울함을 하소연하는 캐릭터였다. 이젠 풋풋한 로맨스를 꿈꿔도 되지 않을까. 작품에서 사랑도 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이런 신재하의 바람과 달리 연초 촬영을 마치고 방영을 앞둔 KBS 2TV ‘페이지터너’에서도 로맨스는 없다. 대신 전작에서 호흡을 맞춘 작가, 배우와의 특별한 인연을 이어간다. ‘피노키오’ 박혜련 작가와 1년여 만에 재회하며, ‘발칙하게 고고’ 지수와는 연거푸 호흡을 맞춘다.
“박혜련 작가님과 다시 작업할 수 있어 행복해요. 작가님은 굉장히 디테일하세요. 캐릭터가 가진 습관까지 자세히 대본에 적어주세요. 다만 강요하지 하지 않으세요. 배우가 해석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 두세요. 가끔 ‘이건 좀 살려 주세요’라고 귀엽게 요청하기도 하세요. 참 좋은 분이세요. 그리고 지수와는 마음이 잘 맞아요. 나이도 같고 ‘발칙하게 고고’에도 함께 출연해서 더 애착이 가는 친구에요. (이)원근이 형과는 삼총사로, 서로 격려하고 응원하는 사이에요. 셋 다 잘 돼서 다시 한 번 작품에서 연기하고 싶어요.”
배우 신재하.
그러나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세상이다. 세 사람은 친한 동료인 동시에 선의의 경쟁을 펼쳐야 하는 경쟁자다. 그런 점에서 신재하는 두 사람에 비해 대중에게 낯선 배우다. 특히 동갑내기 지수는 연예계 대세라 불리는 ‘93라인’에 안착한 반면 신재하는 제자리걸음이다.
“93라인 배우들요? 지수도 그렇지만, 다들 대단해요. ‘리멤버’에서 (유)승호 씨와 잠깐 연기를 했지만, 정말 다른 것 같아요. 동갑이지만 분명히 배울 점이 있다고 생각해요. 이렇게 생각한 데에는 (정)은지의 영향도 컸어요. 아이돌이지만 연기를 대하는 생각과 자세가 다르더라고요. 자신의 캐릭터만 보는 게 아니라 극 전체를 읽더라고요. 제 스스로 반성하고 새롭게 접근하는 계기가 됐어요. 아직 ‘93라인’이라는 배우들과 견주어 부족한 게 많지만, 반드시 들어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다부진 각오를 밝힌 신재하. 선한 인상과 달리 깊고 단단한 눈빛에서 될성부른 나무의 자질이 묻어난다. 그리고 모를 일이다. 신재하를 일찍 알아보지 못한 이들이 안목을 탓하는 날이 올지도. 신재하의 비상이 기대된다.
동아닷컴 홍세영 기자 projecth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