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바퀴로 쓰는 HE-스토리] 우수급 특별승급 박상훈 “지옥 갔다온 기분”

입력 2016-02-17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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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선발급으로 강급됐다 지난 7일 우수급으로 번개처럼 특별승급한 박상훈. 그는“‘빨간바지(특선급) 입는 것을 보고 싶다’는 아내의 소망을 들어주겠다”고 다짐했다. 사진제공|박상훈

상반기 선발급으로 강급됐다 지난 7일 우수급으로 번개처럼 특별승급한 박상훈. 그는“‘빨간바지(특선급) 입는 것을 보고 싶다’는 아내의 소망을 들어주겠다”고 다짐했다. 사진제공|박상훈

매일 한시간 반 롤러훈련 끝 우수급 복귀
“운영능력 키워 빨간바지 입고 싶다” 각오

“지난해 8월 부산경주 추입1착 이후 입상 위주 경주를 염두에 두고 펼쳤으나 오히려 6, 7착을 하면서 뭔가 홀린 듯 성적이 저조했다. 10월부터 강급에 대비해 웨이트 보강에 집중했다. 강급 이후 축으로서 부진한 성적을 거둘까 매일 악몽을 꿀 정도였다. 다행히 6연승을 통해 빠른 우수급 복귀였지만 많은 것을 배운 계기가 된 소중한 경험이었다.”

박상훈(32·15기)은 “지옥에 갔다 온 기분”이라고 했다. 우수급 붙박이였지만 지난 시즌은 충격 그 자체였다. 선발급으로 강급 당했기 때문이다. 올해 9년차 선수. 창피했다. 특히 아내보기가 민망했다. 정신을 가다듬고 절치부심했다.

특히 올 초 전주(그는 전주팀 소속이다)에 눈이 많이 와서 훈련환경이 좋지 못했다. 실내 롤러훈련과 웨이트를 통해 전력을 키웠다. 지난해 10월부터 하루도 쉬지 않고 매일 1시간 30분정도 롤러훈련을 해왔다.

그동안 흘린 땀의 보답이었을까. 그는 지난 7일 광명 선발급 결승에서 젖히기 승부를 통해 1착하며 2주 연속 6연승을 이끌어냈다. 그 결과는 우수급 특별승급이었다. 상반기 강급 직후 번개 같은 우수급 복귀였다.

“생각도 하기 싫다. 이젠 앞만 보고 뛸 것이다. 우수급에선 선행으로 스스로 경주를 풀고 싶다. 그러나 변수가 많은 우수급이기 때문에 내선 마크, 타이밍이 오면 젖히기 승부 등 다양한 전략으로 임하겠다.”

그가 입술을 깨물고 자전거와 승부하는 데는 작은 이유가 있다. 아내(강민선·34)와 앞으로 태어날 ‘주니어 박상훈’ 때문이다. 아내와는 데뷔 5개월 후인 2009년 지인을 통한 소개팅에서 만났다. 두 살 위인 연상이었지만 친구와 같았다. 1년6개월 교제 끝에 결혼했다. 그의 아내는 현재 숙녀복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바쁜데도 불구하고 그의 뒷바라지를 잘 하고 있다. 이들 부부는 곧 자녀를 계획 중이다. 그만큼 그의 책임도 더 커졌다.

그는 “자전거는 아내와 앞으로 태어날 자녀를 먹여 살리는 인생이다. 가장으로서 한 여인과 가정을 책임지는 의무가 자전거에 녹아 있다”고 ‘가장스럽게’ 말하곤 쑥스러운 듯 어색한 미소를 띠었다.

그는 기억에 남는 경주로 2010년 태만실격 4회를 받았던 경주들을 꼽았다. 어리석을 정도로 선행을 고수한 탓이다. 같은 선행형과 함께 편성되면 이용할 줄도 알아야 하는데 정면승부가 고집하다 결과가 좋지 못했다. 결혼을 앞둔 시점이라 힘든 시기였는데 아내가 위로를 많이 해주었다고 했다.

자전거와의 첫 인연은 중학교 때. 교내 복싱, 육상, 사이클부가 있었는데 어렸을 적 자전거를 워낙 좋아해 사이클부에 자원했다. 고교시절 그만 둔 운동을 뒤로 일찍 사회초년생이 되었는데 사회는 만만하지 않았다. 그는 고교 친구 김유승(11기, 우수급)이 11기로 일찍 경륜에 입문을 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부러웠다. 이것이 동기가 되어 놓았던 페달을 밟기 시작했다. 운동을 그만 둔 7년이었지만 단 기간 근육과 실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2년 정도 준비해 15기 훈련원에 합격했다.

그는 자신의 장점으로 지구력과 순발력을 꼽았다. 보강해야 할 점은 운영능력이다. 그러나 요즘 경기 운영능력도 차츰 개선돼가고 있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말을 믿는다. 강급 직후 특별승급을 했는데 이 과정에서 다시 한 번 느꼈고 마음가짐 하나가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교훈도 얻었다. 단기적 목표는 떨어진 우수급 인지도를 다시 쌓아 중머리급 선수가 되겠다. 장기적 목표는 아내가 늘 얘기하는 ‘당신, 빨간 바지(특선급 하의 유니폼) 입은 모습 보고 싶다’는 소망을 들어주고 싶다.”

박상훈의 새로운 도전이 시작됐다.

연제호 기자 sol@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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