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던트러스트오픈 출전을 앞둔 16일(현지시간) 미국 LA 인근 리비에라 골프장에서 연습라운드 중 김시우가 벙커샷을 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노던트러스트오픈 출전…6주 연속 강행군
“검게 그을린 피부, 선크림 발라도 소용 없어”
점심도 거르고 7시간 동안 연습라운드 매진
“코스 난도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자신감
2012년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최연소(17년5개월6일) 퀄리파잉스쿨을 통과했고, 2015∼2016시즌 7경기 연속 본선진출로 주가를 올리고 있는 김시우(21·CJ). 3년 만에 다시 PGA투어 무대를 밟은 그의 일상을 엿보기 위해 1박2일 동행했다.
● 단 하루 동안 주어진 꿀맛 휴식
15일 오후 7시(이하 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주 부에나파크의 한 식당에서 김시우를 만났다. 이날은 모처럼의 달콤한 휴식시간이었다. 전날 AT&T 페블비치 프로암 경기를 끝내고 5시간 동안 차를 타고 샌프란시스코에서 집이 있는 부에나파크로 이동했다. 당초 일정은 일요일 밤 다시 짐을 싸서 다음 대회(노던트러스트오픈)가 열리는 산타모니카의 호텔로 이동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계속된 대회 출전으로 잠시나마 재충전이 필요해 급하게 일정을 바꿔 하루 동안 집에서 쉬기로 했다.
김시우는 최근 5주 연속 PGA투어에 출전 중이다. 18일 열리는 노던트러스트오픈에 출전하면 6주 연속 강행군이다. 하루를 푹 쉰 덕분인지 김시우의 표정은 밝았다. 그러나 검게 그을린 피부에서 5주 동안 얼마나 힘든 생활을 했을지 짐작이 갔다. 특히 광대뼈 주변은 마치 숯으로 발라놓은 듯 새까맣게 탄 게 안쓰럽게 보일 정도였다. 하지만 김시우는 “선크림을 듬뿍 발라도 별 소용이 없다”며 크게 개의치 않았다.
계속된 대회 출전보다 더 힘들었던 건 변덕스러운 날씨였다. 1월 소니오픈이 열린 하와이의 한 낮 기온은 섭씨 30도가 넘었지만, 2월 파머스인슈어런스오픈과 피닉스오픈이 열렸던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와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의 날씨는 섭씨 5∼6도까지 떨어져 애를 먹었다.
“날씨 변화가 심한 탓에 체력 소모도 더 컸던 것 같다. 그 바람에 입맛까지 없어져 살도 많이 빠졌다.”
한 눈에 봐도 살이 쏙 빠져 보이는 김시우는 이날은 공기밥을 두 그릇이나 해치워 모처럼 배부르게 식사했다.
● 새벽 5시40분 골프장으로
휴식은 하루로 끝이 났다. 16일 새벽 5시40분. 김시우가 골프백과 일주일 동안 입을 옷이 든 큰 가방을 챙겨 노던트러스트오픈이 열리는 LA 인근 퍼시픽 팰리세이즈의 리비에라골프장으로 출발했다. 집에서부터 골프장까지는 약 65km. 출근시간을 피하기 위해 서둘러 나왔지만 교통체증으로 인해 약 2시간 만에 겨우 골프장에 도착했다.
골프장에 도착하면 또 다른 시작과 마주하게 된다. 자동차 트렁크에서 골프백을 챙기고 골프화로 갈아 신는 모습에서 비장함이 엿보였다. 가벼운 아침식사를 마친 뒤 곧장 드라이빙 레인지로 향했다. 오전 8시를 조금 넘은 시간이었지만, 벌써 많은 선수들이 타석에서 스윙을 점검하고 있었다. 얼굴을 마주치는 선수와 낯익은 캐디를 볼 때마다 인사를 나눴다. 타석 중간쯤에 자리를 잡은 뒤 20여 분 동안 몸을 풀기 시작했다. 본격적인 경쟁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 코스 구석구석 살피며 마지막 점검
오전 8시30분. 10번홀 티잉 그라운드에 섰다. 연습라운드 파트너는 뉴질랜드 동포 대니 리(26)와 PGA투어의 장타자 토니 피나우(미국)가 함께 했다. 연습라운드여서 그런지 분위기는 한결 여유가 넘쳤다. 티샷 후 페어웨이를 걸어가는 김시우와 대니 리 사이에선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15번홀(파3)에서는 그린 앞 벙커 뒤에서 웨지샷을 연습하고 있자 지나가던 대니 리가 “그 쪽엔 공이 잘 안 떨어진다”며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연습라운드였지만 준비는 실전처럼 진지했다. 티샷은 보통 1∼2번씩, 그린에 올라가면 사방을 돌며 홀이 들어설 지점을 찾아다니며 공을 굴렸다. 또 그린 주변에서는 어프로치를 하면서 실수를 준비하기도 했다. 미리 코스를 살펴본 캐디는 김시우가 샷을 하기 전에는 옆에서 그림자처럼 붙어서 어떤 지점으로 공을 보내야할지 알려줬다. 18홀 연습라운드를 끝낸 김시우는 “대회 전 동료들로부터 코스 난도가 높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어렵지는 않았다. 다만 그린이 딱딱하고 빠른 편이어서 주의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연습은 그것으로 끝이 아니다. 오후 2시를 넘겨 연습라운드를 마친 뒤 점심식사도 거른 채 연습그린으로 향했다. 까다로운 그린을 의식한 탓인지 연습그린 안에는 이미 많은 선수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오후 3시가 넘어서면서 선수들은 하나둘 골프장을 빠져나갔다. 김시우도 7시간 동안 계속된 연습을 마무리하고 3시가 넘어 골프백을 챙겼다. 이제 남은 건 우승을 위해 펼쳐질 144명의 뜨거운 승부뿐이다.
LA(미 캘리포니아 주) |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