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인사이드] 혼성그룹·솔로가수가 사라진 이유

입력 2016-02-19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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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과 보이그룹이 가요계를 장악하면서 혼성그룹은 물론 솔로가수도 찾아보기 어렵다. 사진은 1990년대 인기를 얻은 혼성그룹 쿨과 코요태 그리고 2000년대 활약한 솔로 여가수 이효리(왼쪽 상단부터 반 시계방향으로). 사진|동아닷컴DB·유리 인스타그램

혼성그룹 팬덤 확보 어려워 기획사 외면
무대 장악할 솔로 댄스가수 발굴 어려워

혼성그룹은 요즘 가요계에서 찾기 힘든 포맷이다. 1990년대 중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룰라 쿨 샾 자자 스페이스A 코요태 거북이 등 남성과 여성 멤버가 섞인 많은 혼성그룹이 히트곡을 발표하며 트렌드를 이끌었지만 이후 눈에 띄는 혼성그룹이 탄생하지 못하고 있다. 혼성그룹의 기근현상은 왜 생겼을까.

현 가요시장은 강력한 팬덤을 가진 아이돌 스타들의 잔치마당이다. 충성도 높은 팬덤이 없는 가수는 ‘국민가요’를 발표하지 않는 한 높은 인기를 얻기 힘들다. 인기를 얻더라도 맹목적 지지세력이 없으면 오래 버틸 수 없다.

혼성그룹은 태생적으로 팬덤보다 불특정 다수를 공략해야 하는 포맷이다. 남녀가 섞인 그룹이다 보니 팬들의 결집력과 폭발력을 기대하기 어렵다. 댄스음악의 중흥기에는 세대를 아울러 사랑받는 흥겨운 댄스곡이 많았지만 음악이 일렉트로니카, 신스팝, 힙합 등으로 세분화·전문화되고 90년대 댄스음악의 열기가 식으면서 혼성그룹의 성공사례는 점점 찾기 어려워졌다. 남성과 여성이 어우러진 목소리가 필요하다면, ‘피처링’이란 형식으로 얼마든지 혼성음악의 색깔을 낼 수도 있다.

대중음악평론가 강태규는 “요즘 음악시장은 팬덤이 좌우한다. 음악취향도 세분화되고 팬덤을 위한 음악을 하다보니, 대중적으로 누구나 좋아하는 음악이 탄생하기 어렵게 됐다”면서 “아이돌 시대에 혼성그룹은 팬덤 확충이 쉽지 않다는 것을 모두가 알게 됐고, 성공모델이 없으니 누구도 시도하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한 음반기획사 대표도 “가요계가 아이돌 그룹으로 획일화됐고, 모두 자연스럽게 아이돌 시스템을 따라가게 된다. 더욱이 해외시장을 생각한다면, 혼성그룹은 통하기 어려운 포맷”이라고 했다.


● 솔로가수도 기근현상, 재목 없어 무주공산

혼성그룹과 더불어 솔로 댄스가수도 몇 년째 명맥이 끊기다 시피 했다. 2000년대 중후반 전성기를 누렸던 비와 세븐, 이효리와 아이비 이후 이렇다할 솔로 댄스가수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솔로댄스는 음반제작자들이 탐을 내는 포맷이지만 혼자서 무대를 장악할 수 있는 강력한 카리스마를 가진 재목을 찾기도 힘들고, 또 만들어내기도 어렵다. 기획자들도 오랫동안 공들여 솔로 댄스가수를 키우기보다, 웬만큼 잠재력이 있는 연습생을 몇 명 묶어 그룹으로 만들게 된다.

강력한 카리스마를 가진 솔로 댄스가수는 관객을 사로잡고 장악하는 파괴력이 웬만한 그룹가수보다 크다. 기획사나 가수가 나눌 수 있는 수익도 크다. 기획사 측의 관리도 상대적으로 용이하다. 결국 솔로댄스 분야는 무주공산인 동시에 황금시장이기도 하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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