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수가 걱정”…10년 밑그림 그리는 두산

입력 2016-02-24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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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은 전통의 포수 왕국이다. 베어스 포수 출신 현역 감독만 3명이다. 2016시즌에도 국가대표 포수 양의지(가운데)와 리그 정상급 백업 최재훈(오른쪽), 신예 박세혁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2차드래프트에서 집중적인 포수 유출로 새로운 안방마님 육성에 공을 기울여야하는 상황이다. 사진제공|두산 베어스

두산은 전통의 포수 왕국이다. 베어스 포수 출신 현역 감독만 3명이다. 2016시즌에도 국가대표 포수 양의지(가운데)와 리그 정상급 백업 최재훈(오른쪽), 신예 박세혁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2차드래프트에서 집중적인 포수 유출로 새로운 안방마님 육성에 공을 기울여야하는 상황이다. 사진제공|두산 베어스

김태룡 단장 “2군까지 합쳐도 6명뿐”
미래 대비 안방마님 육성에 팔 걷어


두산 김태룡 단장은 일본 미야자키 캠프에서 뜻밖으로 “포수가 걱정”이라고 말했다. 국가대표 포수 양의지(29)와 어지간한 팀에 가면 주전을 맡을 수 있는 백업포수 최재훈(27), 신예 박세혁(26)을 거느린 ‘포수왕국’ 두산에서 기우처럼 들릴 얘기다. 이들이 당장 프리에이전트(FA)로 풀리지도 않는다. 그러나 김 단장은 관점이 달랐다. “지금 우리 팀에 2군까지 합쳐서 포수가 6명뿐이다. 2차드래프트 등으로 많이 뺏겼다. 지금은 포수를 지키고, 키워가야 할 때”라고 말했다.

맑을 때 우산을 준비하는 두산의 지향성은 ‘고비용저효율 야구단’의 원조격인 그들만의 생존철학이기도 했다. 2015년의 우승도 거슬러 가면 2013년 겨울부터 시작된 일이라고 김 단장은 결산한다. 그해 11월 두산은 이종욱, 손시헌(이상 NC), 최준석(롯데) 3명의 FA를 잃었다. 두산은 나름 공을 들였으나 잡지 못했다. 두산 프런트는 더 이상의 베팅을 포기하고, 세대교체로 방향을 틀었다.

당시에 팬들의 허탈감이 야구단을 덮쳤지만 두산은 준비해놨던 대안들의 성장을 믿고, 시간을 들여 투자하기로 했다. 유격수 김재호(31), 외야수 정수빈(26) 등이 그렇게 기회를 얻었다. 김 단장은 “그때는 길게 보고 그렇게 갔는데 생각보다 우승을 빨리 했다”고 돌아봤다.

현재의 두산 야수진은 양의지(29)가 서열 5위일 정도로 젊다. 포지션마다 대안이 갖춰져 김태형 감독의 리더십 아래 건전한 경쟁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두산의 불확실성으로 꼽히는 불펜진, 좌익수, 외국인선수 등도 답이 없어서가 아니라 어떻게 조합하느냐의 문제다.

우승과 세대교체를 동시에 이뤄냈다는 점에서 2015년 두산의 우승은 임팩트 못지않은 콘텐츠가 있었다. 당장의 비판여론에 휘둘리지 않았던 두산의 선제적 대응이 빚어낸 성과였다. 현장이 눈앞에 닥친 1년을 고민할 때, 프런트는 5년 후, 10년 후 밑그림을 고민하고 있다. 과정에서 시행착오가 없진 않았지만 프런트가 연속성의 역사를 이어왔던 두산의 저력이기도 하다.

미야자키(일본)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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