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노 기자의 캠프 리포트] 돌아온 박희수, SK 수호신 부활의 전주곡

입력 2016-02-24 05:45: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SK 박희수가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집중력 높은 표정으로 훈련을 하고 있다. 부상에서 돌아온 박희수가 뒷문을 든든하게 맡아준다면 SK도 올 시즌 희망을 걸 수 있다. 사진제공|SK 와이번스

2군서 재활 마치고 오키나와 캠프 합류
니혼햄전 1이닝 퍼펙트…최고 139km
“어떤 보직이든 좋은 모습 보여 드릴 것”

프로야구 선수에게 부상과 재활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그중에서도 투수의 어깨와 팔꿈치는 흔히 ‘소모품’에 비유되곤 한다.

SK 왼손투수 박희수(33)도 어깨 통증으로 길고 긴 재활의 터널을 지났다. 1군 마운드에 서는 데까지 꼬박 1년 2개월이 걸렸다. 처음엔 이렇게 길어질 줄 몰랐다. 더딘 재활 속도, 그리고 돌아온 마운드.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재도약을 준비하고 있는 그에게 투수가 재활에서 느끼는 감정에 대해 물었다.

박희수의 재활이 더뎠던 이유

선수 본인도 이렇게 오래 걸릴 줄 몰랐다. 2014년 6월 13일 잠실 LG전 다음 등판은 지난해 8월 17일 문학 두산전이었다. 박희수는 “경기에 계속 나가던 선수가 갑자기 경기에 못 나가는 것이다. 1년은 매우 긴 시간이다. 나도 초기엔 그렇게 오래 걸릴 줄 몰랐다. 계속 길어지다 보니 답답하기도 하고 조바심이 생겼다”고 밝혔다.

재활 속도는 왜 더뎠을까. 투수는 발을 놓는 각도만 조금 바뀌어도 밸런스를 잃어버릴 수 있을 만큼 예민하다. 작은 통증 하나도 그를 괴롭혔다. 박희수는 “시즌 때면 참고 반복했을 통증도 재활하는 과정에선 많이 예민했다. 조금 좋아진다 싶으면 통증이 오더라. 멈추고 다시 반복하는 과정을 겪었다”고 털어놨다.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못하고 계속 맴돌면서 답답하고 조바심이 나기 시작했다. 지난해 초에 괌 재활캠프에 있다가 미국으로 가면서 변화가 시작됐다. 샌디에이고 팀 닥터에게 진료를 받고 “통증이 있어도 진행해봐라”는 조언을 들었다.

이후 작은 통증은 참고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8월, 그리웠던 1군 마운드로 돌아왔다. 그는 “이왕 길어졌으니 조급해하지 말자고 마음먹었다. 통증을 참고 해도 느낌이 나쁘지 않았다. 거기서 좋아진 것 같다”며 “통증을 다 잡고 가기보다는 안고 가자, 강하게 진행해보자는 생각을 했다. 그러면서 아픔도 조금씩 무뎌지고 잊혀졌다”고 설명했다.


● 재활하면서 느낀 감정, ‘미안함’

박희수는 아예 SK 2군이 있는 강화퓨처스파크에서 합숙을 하며 재활에 매달렸다. 동갑내기인 김상용 트레이너가 동고동락하며 그의 재활을 도왔다. 박희수는 “동갑이고 해서 대화도 많이 하고, 재활할 때 항상 옆에 붙어서 많이 도와줬다”며 “선수가 안 좋으면 트레이너도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다. 정말 고맙다는 말을 다시 한번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처럼 재활은 그에게 미안함과 고마움을 안겼다. 트레이너뿐만 아니라, 팀에게도 마찬가지였다. 박희수는 지난해 복귀 이후를 떠올렸다. 그는 “오랜만에 나와서인지 첫 경기는 정말 기분이 좋았다. 편한 상황에서 나와 한 타자만 상대해서 더 그랬던 것 같다. 그런데 2∼3경기 나가면서 내가 원하는 만큼 컨트롤이 안 되는 걸 느꼈다. 공백 탓에 자신감이 떨어졌다”고 털어놨다.

곧바로 예전처럼 공을 던질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재활 기간만큼이나 답답한 시간이었다. 박희수는 “후반기 순위싸움에 도움이 되고 싶은데 마음대로 안 됐다. 팀에 큰 도움이 안 된 것 같아서 미안했다”며 아쉬워했다.


● 올해는 ‘마무리’로 돌아올까?

지난해 아쉬움을 떨쳐내기 위해 시즌 준비에 열을 올렸다. 김용희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는 박희수에게 마무리 부담감을 주지 않으려 보직에 대한 언급은 하고 있지 않지만, 많은 이들이 그가 언젠간 ‘마무리 투수’로 부활하길 바라고 있다.

박희수는 2012년 홀드왕(34개) 타이틀을 따내고, 이듬해 마무리로 24세이브를 올렸다. 지난해 뒷문을 책임지던 정우람(한화)·윤길현(롯데)이 모두 떠난 지금, SK 불펜에서 마무리를 경험한 유일한 투수다.

박희수는 “맡겨주시면 열심히 하겠지만, 누가 됐든 컨디션이 좋고 확실한 투수가 마무리로 나가는 게 맞다. 어떤 보직을 맡든 시즌 시작할 때 내 위치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도록 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만약 다시 팀의 ‘수호신’으로 팬들의 환호성을 들으면 어떤 기분일까. 그는 “익숙하다, 편안하다는 기분으로 해야 할 것 같다. ‘편하게 하자’는 마음으로 던지겠다”며 미소지었다.

한편, 박희수는 23일 일본 오키나와 구니가미구장에서 열린 니혼햄 2군과의 연습경기에서 1이닝 퍼펙트를 기록했다. 세 타자를 모두 유격수 땅볼로 잡아냈다. 직구 최고구속은 139km, 부활의 전주곡이 울려 퍼졌다.

오키나와(일본) | nirvan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