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는 2016시즌부터 홈 충돌 방지 규정을 도입한다. 많은 포수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십수 년 동안 야구를 하며 홈을 철통같이 지켜야 한다고 배웠지만 이제 공을 잡기 전에는 주자의 주로를 확보해줘야 한다는 새 규정에 적응해야 한다. 스프링캠프에서 포수들의 가장 시급한 숙제다. LG 포수들이 일본 오키나와 캠프에서 함께 훈련하고 있다. 사진제공|LG 트윈스
포구 전 3루수쪽 홈플레이트 절반은 비워야
차일목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시 주자가 유리”
유강남 “쉽지 않지만 태그 훈련에 집중해야죠”
“본능적으로 막는데 고민이 많죠.”
KBO리그 10개 구단 선수들은 현재 일본과 미국에서 스프링캠프를 소화하며 2016시즌 준비에 한창이다. 특히 포수들은 올해부터 새롭게 도입된 ‘홈 충돌 방지’ 규정을 익히는 데 여념이 없다. 물론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몸에 밴 습관을 하루아침에 고치는 게 쉽지 않은 일이다. 일본 오키나와에서 훈련 중인 포수들은 하나 같이 “이미 결정된 규정은 지켜야하지만 논란이 많이 생길 수밖에 없는 룰인 것 같다”고 우려했다.
● 논란의 여지 많은 홈 충돌 방지 규정
홈 충돌 방지 규정은 간단히 설명하면 ‘포수가 공을 잡기 전에는 주자의 주로를 확보해(열어)준다’이다. 포구 전에는 무조건 3루수 쪽 홈플레이트 절반을 비워야한다는 게 요지다. 만약 공이 없는 포수가 주자의 주로를 막았다고 판단되면 무조건 세이프로 인정된다.
사실 논란의 여지는 많은 규정이다. 변수가 너무나 많고, 인간의 눈으로 확인할 수 없을 정도로 찰나의 순간에 플레이가 이뤄질 수 있다. 홈플레이트를 열어줬는지, 안 열어줬는지를 두고 애매한 상황이 발생할 때 서로에게 유리한 쪽으로 해석하면서 더 큰 논란이 벌어질 수 있다. 오심을 막기 위해 이 규정을 심판합의판정제도 대상에 포함시켰지만, 득점과 연결되는 결정적 룰이다 보니 심판들은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판정 번복으로 끝내기 승부가 나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선수들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다. 본능처럼 나오는 움직임을 한순간에 바꿀 수 없는 노릇이다. 한화 조인성은 “어렸을 때부터 홈플레이트를 막아 버릇했는데 갑자기 그렇게 하지 못한다니까 어색한 게 사실”이라며 “주자가 3루에서 달려오면 본능적으로 움직이게 되는데 그렇게 하면 주자의 득점이 인정된다고 하더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혀를 내둘렀다. LG 최경철은 “규정이 생겼다면 지키는 게 맞다”고 선을 그었지만 “선수 입장에서는 1, 2루가 아닌 홈이라는 게 힘든 건 사실이다. 훈련은 하고 있는데 실전에서 부딪혀봐야 체감할 것 같다”고 말했다.
● 습관 바꿔야하는 포수들, 캠프서 적응훈련 중
포수들이 이 규정에 유독 예민한 이유는 득점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한화 차일목은 “이 룰을 따르면 주자가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할 때 우리(포수)가 글러브로 태그할 수 있는 부분은 손끝밖에 없다. 주자가 100% 산다고 봐야한다. 그래놓고 실점에 대한 책임은 포수에게 돌아올 것이다. 힘들 것 같다”고 걱정했다. 익명을 요구한 A팀 포수는 “솔직히 일본에 와서 정확한 규정을 숙지하고 있다. 10년, 20년 동안 몸에 밴 습관을 일본에서 며칠 배운다고 달라질 수 있는 게 아니지 않나. 그런 부분이 아쉽다”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물론 이미 결정된 룰이다. 메이저리그와 일본프로야구에서도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따라야한다는 것은 잘 안다. 새 규정에 맞춰 어떻게 수비를 할 것인지 각자 나름의 방법도 고안중이다. LG 유강남은 “솔직히 말하면 코치님들께서 룰이 생기기 전부터 선수 부상 방지를 위해 블로킹 대신 태그로 주자를 잡는 훈련을 시키셨다”며 “쉽진 않지만 공을 잡고 주자를 쫓기보다 미트로 홈플레이트를 막는 방법을 연습하고 있다. 어차피 주자는 손이든, 발이든 홈플레이트를 찍어야하지 않나. 그걸 막는다는 생각으로 움직이는 훈련을 하는 중이다”고 귀띔했다.
오키나와(일본) |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