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프로듀스 101’ ①]이 프로그램에 Mnet만의 색깔이 존재하긴 할까

입력 2016-02-24 10: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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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채널 Mnet '프로듀스 101'이 이번에는 표절 시비에 휘말렸다. 일본 걸그룹 AKB48가 매년 실시하는 총선거 시스템과 유사하다는 의견이 온라인상을 통해 제기된 것.

이에 대해 CJ E&M 측은 동아닷컴에 "두 콘텐츠는 엄연히 다르다"고 해명했다. 일부 유사하게 느껴질 수 있는 부분이 있지만 분명히 다른 콘텐츠라는 것을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결국 이 해명은 '프로듀스 101'이 Mnet의 독자적인 창작 아래 만들어진 프로그램이라는 의미다. 하지만 이 해명이 석연치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CJ E&M 측은 대중들이 지적한 AKB 총선거와 '프로듀스 101'이 모두 다수의 여성 출연자들이 나오기 때문에 비슷해 보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누리꾼들이 지적하는 부분은 삼각형 형태의 무대구조, 로고 등 세세한 지점까지 유사하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제작진 측은 많은 서바이벌 프로그램과 순위 프로그램 등이 보여준 보편적인 구성이라고 주장한다. 뿐만 아니라 AKB 총선거가 이미 데뷔한 아티스트들에 대한 일종의 인기 투표인 반면 '프로듀스 101'은 경쟁을 통해 걸그룹으로 데뷔한다는 점을 들어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의 해명을 곱씹어보면 분명 일리가 있는 주장처럼 여겨진다. 이렇게 따지고 들어가면 한때 난립했던 오디션 프로그램들은 서로가 서로를 표절한 셈이 된다. '프로듀스 101' 측이 "우리는 억울하다"고 말할수도 있다.


하지만 '프로듀스 101'이 AKB 총선거와는 다르다고 주장하는 요소들이 너무 궁색하다. 그 쪽은 데뷔했지만 우리는 연습생들을 데리고 하는 것이고 피라미드 형태의 세트 역시 순위를 한 눈에 보여주기 위해 만들었다는 것만으로 이 프로그램이 독창적이라고 보기 힘들다.

여기에 AKB 총선거에서 매년 실시되는 예방주사 에피소드, 박스 안에 물체 혹은 생물을 만지고 그 반응을 지켜보는 이야기가 '프로듀스 101'에서 사용된 부분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과연 이런 세세한 에피소드들도 '보편적인 구성'의 범주 안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일까.

결국 '프로듀스 101'은 장문의 해명을 통해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이런 류의 사건이 터질 때마다 항상 등장하는 '장르의 유사성' 카드를 사용한 것이다. 이 주장을 받아들이면 중국에서 KBS2 '안녕하세요'를 표절하는 것도, MBC '무한도전'을 베끼는 것도 묵인할 수 밖에 없다.


왜 '프로듀스 101'은 투표를 통해 11명의 최종 멤버를 선발해 총선거 형식이 아니냐는 오해를 샀으며, 어째서 하필 삼각형의 무대를 사용해 표절 논란에 휘말린 것일까. 이것이 정녕 '보편적 구성'으로 해석될 수 있는 문제일까.

만약 '프로듀스 101'이 앞으로 남은 회차를 통해 보여주겠다는 차별점을 시청자들에게 어필한다면 그보다 더 바람직한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마지막까지 그 차이를 보여주지 못한다면 비록 표절이 아니라고 할지라고 시청자들의 오해를 부른 것에 대한 사과를 해야 마땅한 일 아닐까.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Mnet 방송 캡처, AKB 총선거 자료 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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