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불릿’처럼…경주마, 美 유학 바람이 분다

입력 2016-02-26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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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오칼라주 닉디메릭 경주마 트레이닝센터에서 훈련을 받고 있는 경주마. 이 트레이닝센터에서는 기승순치부터 스피드 위주로 훈련을 실시한다. 1년 훈련비는 최소 2억원. 한국 마주들은 자신의 애마를 미래의 명마로 키우기 위해 경주마 조기유학을 보내고 있다. 사진제공|한국마사회

미국 오칼라주 닉디메릭 경주마 트레이닝센터에서 훈련을 받고 있는 경주마. 이 트레이닝센터에서는 기승순치부터 스피드 위주로 훈련을 실시한다. 1년 훈련비는 최소 2억원. 한국 마주들은 자신의 애마를 미래의 명마로 키우기 위해 경주마 조기유학을 보내고 있다. 사진제공|한국마사회

2013년 유학 후 복귀…국내 무대 6전 6승
작년 6마리 이어 올해 9마리 유망주 미국행
훈련시설 세계 최고…1년 유학비 최소 2억

‘서울불릿’(5세, 거세, 김영관 조교사)이 미국 경마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태평양을 건넌 건 2013년의 일이었다. 당시 한국마사회 소속으로 2세마였다. 미국 원정을 위해선 현지에서 기승순치 및 체력훈련을 받는다. ‘서울불릿’도 마찬가지. ‘서울불릿’은 선진화되고 체계적인 훈련을 마치고 대망의 미국경주에 출전했다. 성적표는 신통치 않았다. 그러나 원정을 마치고 귀국한 ‘서울불릿’은 국내무대에서 놀라운 성장을 했다. 경마선진국 미국에서 훈련을 받았던 덕이었을까. 귀국 이후 지난해 5월 GC트로피 특별경주를 포함해 6전6승, 100%의 완벽한 승률을 기록했다. ‘서울불릿’ 외에도 해외 원정을 위해 해외에서 훈련을 받은 ‘필소굿’과 ‘위너포스’, ‘파워풀코리아’ 등이 기대 이상의 성적을 보여주며 대박을 터트렸다.


● “내 말도 서울불릿처럼”…마주들이 주도하는 미국 조기유학 바람


“제2의 서울불릿을 키우자!”

경주마 조기유학 바람이 뜨겁게 불고 있다. 특이한 점은 이전까지 한국마사회가 경주마 유학을 주도했다면 최근엔 마주들이 주도하고 있다.

한국마사회는 지난해 경주마 6마리를 처음 미국유학을 보낸 데 이어 오는 27일에도 9마리의 1세 경주마들을 미국에 보낸다. 해당 경주마들은 ‘메니피’, ‘엑톤파크’, ‘록하드텐’ 등 국내에서 활동 중인 특급 씨수말의 자마들로서 현재 한국경마를 대표하는 최고의 혈맥들이다. 이들은 아직 공식 경기에 데뷔를 하지 않아 정식 이름조차 없는 ‘유망주’들이다.

이번 경주마 유학 사업은 렛츠런파크 부산경남 마주들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한국 경주마의 국제적인 경쟁력을 높이고, 선진 훈련 기술 체득을 통해 우수한 국산마를 배출하겠다는 취지였다. 이를 위해 마주들은 뛰어난 혈통의 경주마 구매와 해외유학에 대한 비용을 담당하고, 한국마사회는 경주마들에 대한 혈통 분석 및 해외 훈련을 위한 전반적인 업무를 지원하고 있다.


혈통·체형·DNA 검사 통해 유학말 9마리 선정

이번에 유학길에 오른 9마리의 경주마들은 까다로운 절차를 통해 선발됐다. 우선 국내 유명 씨수말 자마 1200마리를 대상으로 혈통 및 체형 검사를 실시하여 1차 후보마를 선발한 후, DNA 검사 등 최첨단 방법을 도입해 최종적으로 대상마를 선별했다. 대상마 중에는 지난해 리딩사이어 1, 2위를 기록한 씨수말 ‘메니피’의 자마 3마리와 ‘엑톤파크’의 자마 4마리가 원정마로 뽑혀 관심을 더하고 있다.

화물기 편으로 뉴욕 JFK공항에 도착한 9마리의 경주마들은 오칼라 주의 닉디메릭(Nick de Meric) 경주마 트레이닝 센터에서 약 1년간 훈련을 받게 된다. 기승순치부터 스피드 위주의 미국 현지 훈련프로그램을 소화한다. 이 훈련을 마치고 나면 최강 국산마로 다시 태어나게 되는 것이다. 훈련성과에 따라 해외 경주 출전도 가능하며, 국내로 복귀해서는 삼관경주 등 대상경주에 도전하게 된다.



1년 유학비 최소 2억원…“유학 후 명마될 것”

경주마 한 마리가 1년 동안 유학하는 비용은 최소 2억원. 1년 동안 훈련비와 비행기 삯을 포함한 비용이다. 만만찮은 비용이지만 마주들은 미래에 대한 투자로 여긴다. 특히 세계 최고수준의 경주마 훈련시설과 세계최고의 트레이너들이 운영하는 미국 유명 훈련센터는 최고의 유학 대상지다. 이런 매력 덕에 최병부(71·부경) 마주도 지난해 구매한 1세 경주마의 미국 유학을 주저 없이 결정했다.

이번에 1세 경주마 두 마리를 유학 보내는 정영식(56·부경) 마주는 “경주마 1세 시절은 사람으로 치면 청소년 시기처럼 경기력을 결정짓는 중요한 기간이다. 1세마를 위한 최적의 훈련 프로그램과 넓은 초지 등 환경이 마음에 들었다. 국내 훈련비용에 비해 10배 정도 높지만 애마의 기량이 좋아지는 비용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한국 최고 씨수말인 ‘메니피’의 자마를 1억8000만원에 구매한 구영본(68·부경) 마주도 세계 최고의 경주마로 만들겠다는 결심으로 유학을 결정했다. 구 마주는 “마필관계자들이 해외 원전을 위해 미국을 다녀온 경주마들이 있는데 확실히 경기력이 좋아졌다고 하더라”며 “자식 같은 경주마가 좋은 환경에서 수준 높은 기초훈련을 받게 하고 싶다. 1년 정도 유학 후에는 미국 경마대회에 참가하거나 한국에 돌아와서 큰 대회에 출전해 좋은 성적을 냈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연제호 기자 sol@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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