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 농담과 비아냥…19禁 히어로 ‘데드풀’ 흥행의 힘

입력 2016-02-29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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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데드풀’. 사진제공|㈜이십세기폭스코리아

쉴새 없이 터지는 입담과 유머로 차별화

‘수위’라는 표현은 오히려 ‘수위 낮다’. 성기에 빗댄 욕설은 물론 성적 농담과 비아냥이 넘쳐난다. ‘힐링 팩터’라 불리는, 신체 재생능력을 갖춘 캐릭터의 싸움답게 액션 장면은 파격을 넘어선다. 17일 개봉한 영화 ‘데드풀’이 2주차에도 여전히 힘을 발휘하고 있다. 위 요소들로 인한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의 제한은 거침없는 흥행세에 아무런 벽이 되지 못한다.

시종일관, 유머의 힘

영화는 ‘돈만 많이 처받는 초짜’(감독), ‘호구들’(제작사), ‘CG 캐릭터’, ‘쓰잘데기 없는 카메오’ 등 오프닝 크레디트에서부터 슈퍼 히어로 블록버스터의 진부함을 비웃으며 웃음을 자아낸다. 낡아빠진 택시로 사건현장에 달려가는 도입부에서 끝내 복수를 마무리하는 마지막 장면에 이르기까지 유머는 이어진다. 주된 무기는 성적 농담과 비아냥이다. ‘탁월한’ 자막의 솜씨가 혀를 내두르게 하는 영화는 이를 통해 기존의 슈퍼 히어로 영화 속 영웅 캐릭터의 이미지를 전복한다.

영화는 정예 특수부대 요원 출신의 해결사 웨이드 윌슨이 암을 치료하기 위한 생체실험에 나섰다 공포영화에나 등장할 외모를 갖게 되지만 불사의 능력으로 적에 맞서는 이야기. 강한 힘의 ‘영웅’이면서도, 정의감이나 책임감과는 아무런 상관없는 개인적인 복수에 나선 입담 거친 수다쟁이의 ‘반(反 혹은 半)영웅’이다.

그 사이 영화는 데드풀 캐릭터가 등장했던 ‘엑스맨 탄생:울버린’을 비롯해 주연배우 라이언 레이놀즈가 주연한 ‘그린랜턴:반지의 선택’ 등 숱한 영웅(과 그 영화)을 언급하며 비아냥과 자학의 웃음까지 오간다. 영화와 관객 사이에 놓인 이른바 ‘제4의 벽’을 허물며 끊임없이 이야기를 ‘중계’하는 데드풀의 입담은 오히려 관객의 친근함을 더한다.

새로운 할리우드식 영웅 만들기의 탄생이거나, 진부한 슈퍼 히어로 무비의 경계를 허물겠다는 신호탄이거나, ‘소속사’인 마블 코믹스의 새로운 시리즈에 대한 기대를 갖게 한다.


● 감각적 영상의 힘

‘데드풀’은 비주얼 아티스트 출신 팀 밀러 감독의 유려한 영상감각이 빛나는 영화다.

‘정해진 법칙’ 속 슈퍼 히어로와는 전혀 다른, 이 낯설고 거친 캐릭터는 할리우드에 쉽게 자리 잡지 못했다. 주연배우 라이언 레이놀즈가 11년 동안 붙잡았던 영화는 본편의 도입부에 등장하는 액션 장면을 담은 콘셉트 테스트 영상이 온라인을 통해 공개되면서 숱한 찬사 속에 제작에 힘을 얻었다. 뛰어난 무술실력을 갖춘 데드풀의 움직임을 팀 밀러 감독은 이처럼 현란한 영상과 스타일리시한 액션 장면에 담아냈다.

기존의 슈퍼 히어로들이 넘치는 정의감으로 인류를 구원하는 장면 못지않은 영화 속 액션 장면은 데드풀의 매력을 한껏 드러내며 또 다른 히어로 무비로서 힘을 더한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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