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향’의 기적①] 손숙 “어찌 출연 안할 수 있나?”(인터뷰)

입력 2016-02-29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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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가까이 배우로 살아온 손숙은 영화 ‘귀향’의 제작과정을 듣고 “하염없이 눈물이 났다”고 했다. 그의 열정이 더해져 14년 만에 탄생한 영화에 관객은 감사함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스포츠동아DB

조정래 감독 간절한 부탁에 눈물
돈 한푼도 받지 않은채 영화 촬영
귀향은 절제한 사실을 그린 작품

“출연을 어떻게 거절할 수 있겠나.”

배우 손숙(72)은 영화 ‘귀향’(제작 제이오엔터테인먼트)과 만남을 “인연”으로 믿고 있다. “거절하기보다 쉬웠다”는 만남은 ‘조정래 감독’이라고 밝힌 낯선 이와 통화로 시작됐다.

“느닷없이 시나리오를 보내겠다고 하더라. 처음으로 하염없이 눈물이 났다. 10년째 투자자를 못 찾고 있다고, 거절만 당해왔다며 감독이 ‘꼭 도와 달라’는데, 거절할 수 없었다.”

출연료를 받지 않고 영화에 참여했다. 50년 가까이 배우로 살았지만 영화보다 연극에 더 집중해온 손숙은 마치 어떤 힘에 이끌리듯 ‘귀향’으로 향했다. 그래도 “과연 영화가 완성될 수 있을까” 의문은 사라지지 않았다. ‘귀향’은 일제강점기 위안부를 그린 이야기. ‘제작비를 대겠다’는 곳도 없었다. 손숙은 출연을 승낙하고 1년 반을 더 기다렸다.

때문에 ‘귀향’이 개봉한 지금을 “기적으로 여긴다”고 했다.

“촬영하다 하루 이틀 지나면 ‘제작비 떨어졌다’고 멈추고, 또 며칠 지나면 어디서 돈이 들어왔다고 다시 찍고.(웃음) 그렇게 하루씩 진행했다.”

당시 위안부로 끌려갔던 소녀들은 이제 팔순을 넘어 구순의 나이가 됐다. 영화에서 손숙은 그들의 ‘마음’을 대변한다. 위안부였다는 사실을 숨기고 살았지만 그 아픔을 한 번도 잊지 못한 인물. 용기 내어 위안부였음을 밝히는 장면부터 영화는 본격적인 궤도에 오른다.

손숙은 ‘귀향’에 출연한다는 이유로 일부러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찾아가 만나지는 않았다. 영화 참여 이전부터 수요집회에 참여해왔고, 생존 할머니들과도 만나왔다.

“나도, 감독도 출연료 얘기는 하지 않았다. 다만 영화가 잘 된다면 보너스를 받아 전부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게 기부하려 한다. 그게 지금 내 목표다.”

해방을 한 해 앞두고 태어난 손숙이 체감하는 위안부 문제는 ‘남의 일’이 아니다. 전쟁의 기억까지 또렷한 그는 “우리 언니, 어쩌면 나의 일이었을 수도 있다”고 했다.

“‘귀향’은 거짓말이 아니다. 오히려 절제해서 만든 영화다. 최대한 ‘아름답게’. 후손으로서 이 정도는 해야 하지 않나.”

그러면서 결코 “외면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영화에 정치적 해석을 들이대는 일부의 시선에 대한 불편한 마음도 감추지 않았다.

“‘귀향’에 출연한다니까 누군가 ‘앞으로 일 못하는 것 아니냐’ 걱정하더라. 답은 간단했다. 일? 안하면 되지 뭐, 하하! 용서는 하되 잊지는 말자는 거다. 조국이 있는데 할머니들을 그렇게 팽개쳐두면 안 되는 거다.”

배우 손숙. 스포츠동아DB


손숙은 70대에 접어든 노배우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에너지가 넘쳤다. 벅찬 개봉 준비 이후 4월엔 연극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를 시작한다.

“직업이 배우인데, 별 수 있나. 연극은 육체노동이다. 건강하지 못하면 연극을 할 수 없다. 꾸준히 하다보니 운동도 필요 없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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