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귀향’의 한 장면. 사진제공|제이오엔터테인먼트
제작비 후원자수 총 7만5270명 ‘최고’
영화 ‘귀향’이 12일 누적관객 300만명을 돌파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기적’ 같은 흥행이다.
2월24일 개봉한 ‘귀향’(감독 조정래·제작 제이오엔터테인먼트·사진)은 개봉 3주째에 접어든 11일까지 단 하루도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같은 기간 상영한 기대작들을 차례로 무너뜨린 것은 물론 국내 흥행을 넘어 11일부터 미국과 캐나다, 영국 관객과도 만나고 있다.
‘귀향’의 300만 관객 동원은 의미 있는 성과로 기록되고 있다. 위안부 소재 영화의 돌풍, 제작 기간 14년, 순제작비 25억원에 불과한 ‘작은 영화의 반란’ 등 익히 알려진 사실 외에도 ‘귀향’의 300만 돌파가 빛나는 이유는 더 있다.
먼저 ‘귀향’은 최대 후원자 기록을 세웠다. 일반 투자자로부터 제작비를 지원받는 클라우딩 펀드로 제작된 한국영화 가운데 최고치다. 개봉 직전까지 집계한 후원자수는 총 7만5270명. 앞서 2012년 ‘26년’과 지난해 ‘연평해전’ 등이 제작비 마련의 어려움 속에 클라우딩 펀드를 진행했지만 참여한 후원자수는 ‘귀향’ 보다 적다. 더욱이 ‘26년’은 목표 금액을 채우지 못했고, ‘연평해전’은 일반 후원자보다 군 관련 기관 및 단체의 참여가 더 많았다.
‘최다 후원자’ 기록은 ‘귀향’에게 ‘한국영화 최장 엔딩크레딧’ 타이틀까지 안겼다. 영화가 끝나자마자 스크린을 꽉 채운 이름들이 장장 12분 동안 소개된다. 적게는 몇 천원에서 많게는 몇 백만원씩 ‘귀향’에 보탠 일반 후원자의 이름이다.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이어지는 엔딩크레딧은 또 다른 감동을 만들어낸다. 여러 사람들이 합심해 완성한 영화라는 메시지를 던지면서 객석에 앉은 관객을 일어나지 못하도록 붙잡는다는 반응도 줄을 잇고 있다.
출연 배우들이 받게 될 보너스의 사용처도 ‘귀향’답다. 출연료 없이 영화에 참여한 주인공 손숙은 “영화의 흥행 수익이 발생해 보너스를 받는다면 모두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모여 사는 나눔의 집에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촬영에 참여하면서부터 정해놓았던 이런 결심은 영화 흥행에 따라 실현할 수 있을 전망이다. 제작진 역시 흥행의 성과를 의미 있게 나눌 방법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