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tvN
이제 ‘기억’의 차례다. ‘기억’ 역시 ‘시그널’이 그러했듯 작품성과 연기력이 보장된 제작진과 배우들로 시청자를 사로잡겠다는 각오다.
‘기억’은 알츠하이머를 선고 받은 로펌 변호사 박태석(이성민)이 남은 인생을 걸고 펼치는 마지막 변론기이자 삶의 소중한 가치와 가족애를 그린 드라마다. '마왕’ ‘부활’ 박찬홍 감독과 김지우 작가 콤비의 3년만의 차기작이다.
앞서 tvN 금토드라마는 ‘미생’부터 ‘두 번째 스무 살’ ‘오 나의 귀신님’ ‘응답하라1988’ ‘시그널’까지 신드롬에 가까운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전작들의 흥행이 드라마 ‘기억’에 부담으로 작용하기 충분해 보인다. 드라마 제작발표회에서 배우 이성민이 “‘시그널’ 흥행이 부담스럽지만 후광을 입고 싶다”고 말했을 정도다. 그는 “‘미생’을 함께 했던 김원석 감독이 '시그널'을 만들었다. 이렇게 잘 될 줄 몰랐다. 김원석 감독은 왜 이렇게 잘 할까. 짜증났다”며 “'시그널'이 굉장히 부담스럽다. 그러면서도 기대와 의지도 있다. 우리 박찬홍 감독도 지금 광적으로 연출을 하고 있다. 좋은 드라마일 것”이라고 솔직하게 드라마에 임하는 소감을 전했다.
알츠하이머를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에서 걷잡을 수 없이 빠른 속도로 잃어가는 기억, 그 속에서 풀어야만 하는 과거의 매듭으로 인해 박태석은 혼란스럽다. 이성민은 상상 이상으로 넓은 감정의 폭을 연기할 예정이다. “(이성민의) 연기를 통해 연출을 배운다”고 한 박찬홍 감독의 말처럼 이성민의 연기는 그동안 그가 출연했던 작품을 통틀어 가장 폭발적이다. 멜로 여신 김지수는 ‘기억’에서 박태석의 현처 서영주로 분한다. 성공만 좇는 남편의 빈자리까지 채우고자 노력하는 헌신적인 아내다. 박진희는 아들을 잃은 아픔을 지닌 태석의 전처, 나은선 판사로 분한다. 현처 서영주와 전처 나은선을 잇는 건 과거에 머물고 있는 박태석의 기억이다. 알츠하이머에 걸린 박태석은 자신도 모르게 전처와 죽은 아들과 함께 살았던 집으로 찾아가고 그런 박태석을 찾으러 서영주가 갈 수밖에 없는 기막힌 상황들이 벌어진다. 전처를 찾아가는 남편을 보면서도 누구도 탓할 수 없는 서영주와 전 남편을 보면서 죽은 아들의 기억을 되새겨야 하는 나은선. 김지수와 박진희는 복잡 미묘한 감정을 연기하며 극의 탄력을 더할 예정이다.
제작진도 믿음을 준다. ‘기억’의 박찬홍 감독과 김지우 작가는 복수 시리즈 KBS2 드라마 '상어'(2013), '마왕'(2007), '부활'(2005)을 함께 제작했다. 세 작품은 사건과 갈등 안에 있는 인간의 심리를 섬세하고 날카롭게 묘사하는 치밀한 구성으로 마니아 시청자 층을 형성하며 웰메이드 드라마로 호평 받은 바 있다. '기억'은 제작진 특유의 색깔이 tvN에서 어떻게 나타날지 궁금증을 자극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tvN이 그동안 젊은 감각을 바탕으로 색이 뚜렷한 장르물을 꾸준히 선보여 tvN 애청자 층을 형성했기 때문이다. 국내 드라마 필수 조건이라 불리는 로맨스 없이도 작품을 완성도 있게 풀어내는 tvN과 박찬홍 감독·김지우 작가의 만남이 기대되는 이유다.
이에 대해 박찬홍 감독은 “작가와 인간에 대한 이야기, 40대가 주인공인 드라마에 대해 꾸준히 이야기했다.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는 남자 이야기를 하자는 작가 제안에 기획 시작했다. tvN을 만났는데 보통과 다르게 40대 주인공 드라마를 좋게 보더라. tvN이 우리를 믿어준만큼 잘 만들고 싶다”며 “알츠하이머란 소재를 빌리고 있지만 작품을 통해 ‘우리는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 가’라는 근원적인 물음, 그리고 뻔한 가족애를 뻔하지 않게 그려내고자 한다. 알츠하이머 변호사가 주인공이라고 드라마가 무겁지만은 않다. 더 큰 환희와 기쁨이 작품에 있을 것”이라고 작품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기억’은 18일 밤 8시30분 첫 방송된다.
동아닷컴 전효진 기자 jhj@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