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안녕바다 “잔잔하지만 때론 태풍도 치는 게 바다”

입력 2016-03-30 12:4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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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바다, 사진|플럭서스

안녕바다는 ‘힐링’을 추구하는 밴드다. 이제 와서 때 아닌 힐링 타령이냐고 할 수도 있지만 사실이 그런 걸 어쩌겠는가.

그렇다고 안녕바다가 노래하는 힐링이 한때 (힐링이 아니라)전염병처럼 퍼져나간 무한긍정식의 힐링을 뜻하는 건 아니다.

밴드답게, 음악으로써 마음의 울림과 위안을 주고자하는 순수한 의미의 힐링이다. 이는 네 번째 정규앨범의 타이틀 ‘밤새 안녕히’에 얽힌 이야기를 들어보면 더욱 명확해진다.

‘밤새 안녕히’라는 타이틀에 대해 우명제는 “앨범 타이틀과 동명의 수록곡 ‘밤새 안녕히’는 세월호 사고 이후 쓴 곡이다. 실제 세월호 추모곡이다”라고 입을 열었다.

이어 나무는 “유가족에게 ‘밤새 안녕히’라는 말을 전하고 싶었다”라며 “일단 우리가 작업을 할 때 스스로 변환점을 맞이한 계기가 세월호 사고라고 생각한다. 4월에 ‘밤새 안녕히’를 만들고 12월에 유가족 앞에서 노래를 불렀다. 그때 유가족이 우리 손을 잡으며 ‘정말 고맙다’고 했다. 그걸 보고 막연하게나마 우리 노래로 위로를 주고, 정말 음악으로 힐링을 줄 수 있다는 걸 느꼈다”라고 설명했다.

또 우명제는 “우리에게는 마음의 울림이 있던 사건이다. 어떻게 보면 이것이 앞으로 활동하고 나아가고자하는 방향일 수도 있다. 공감하고, 소통을 하고, 위로를 받는 작업들이 이뤄지는 거다. 그런 부분에서 좀 더 솔직하고 진솔해야한다. 진솔하고 솔직한 어른이 되고 싶다. 그리고 한명이라도 우리 음악을 듣고 위로를 받았으면 좋겠다”라고 안녕바다라는 밴드의 방향성을 밝혔다.

우명제는 “우리도 어릴 때 힘든 일이 있으면, 좋아하는 가수의 음악을 들으면서 편안함을 느꼈다. 그런 혜택을 받고 자랐고, 이제는 우리가 음악을 통해 그런 혜택을 제공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그렇게 하고 있다고 자부는 못해도 그렇게 하려 한다”라고 안녕바다가 ‘힐링밴드’인 이유를 드러냈다.

가만히 생각하면 ‘안녕바다’라는 밴드명부터가 이런 이념을 드러내고 있다.

우선제는 “이름을 짓고 나서 생각해보니까 우리 음악들이 바다의 다양한 모습을 닮지 않았나싶다. 같이 배를 타고 항해를 하는 기분을 느꼈으면 한다”라고 밴드명에 담긴 의미를 말했다.

보통 바다라고 하면 하얀 백사장과 아름다운 수평선을 먼저 떠올리곤 하지만, 실제 항해를 하는 도중에는 거친 폭풍우와 맞닥뜨려야하는 상황도 비일비재하다.

즉 무조건적인 긍정과 희망을 노래하는 것이 아니라, 고난과 역경, 슬픔도 함께 노래하는, 그래서 더욱 공감할 수 있는 밴드가 안녕바다인 셈이다.

그리고 이런 ‘바다’의 특징은 이번 앨범에도 고스란히 담겨있다. 모던락 밴드로 분류되는 안녕바다이지만, ‘밤새 안녕히’에는 잔잔하고 멜로디컬한 음악들 사이에 코어나 사이키델릭, 잼과 같은 요소가 다분히 가미된 곡들이 곳곳에 삽입됐다.

나무는 “정규앨범이다 보니까 표현하고 싶은 것이 많았다. 서정적이 색깔만 보여준다기보다 안녕바다인데, 바다를 닮은 음악을 하고 싶었다. 잔잔하다가도 태풍이 불고 그런다. 그러다보니 수록곡들 스타일의 갭이 있는 거 같다”라고 말했다.

일례로 ‘밤새 안녕히’ 같은 경우 나무의 초하이톤 보컬이 삽입됐고, ‘껍질’은 즉흥연주와 같은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나무는 “‘밤새 안녕히’는 기존에 안하던 좀 새로운 표현법이었다. 잘 표현됐으면 다행인데, 듣기 거북하지 않았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이에 우명제는 “기본적으로 (나무의)톤을 좋아한다. 개인적으론 더 올라갔으면 했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또 ‘껍질’에 대해 우명제는 “즉흥적으로 나온 곡인데 참 재미있었다. 베이스를 하나의 코드로 쭉 연주한 건데, 굉장히 빨리 나온 곡이라서, 멤버들끼리도 재밌게 녹음한 거 같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나무는 “가끔 순간적으로 번쩍하는 순간이 있다. 멤버들이 다 합이 맞아서 녹음을 했다”라고 덧붙였다.

우선제는 “저번 앨범의 연장선이지만 더 성숙해지려고 했다. 그림에 비유하자면 여러 가지 물감을 쓴 셈이다. 톤적인 부분을 많이 고민했고, 재료들이 더 풍부해진 거 같다”라고 이번 앨범을 평했다.

이번 정규 4집이 안녕바다에게 더욱 특별한 이유는 보컬 나무가 병역의무를 이행하고 다시 팀에 돌아왔기 때문으로, 그동안 제대로 활동하지 못했던 아쉬움을 떨쳐내려는 듯 각종 공연과 방송에서 활발하게 활동중이다.

우명제는 “일단 라디오를 하고 있고, 단독공연을 4월 8일 롯데카드에서 준비 중이다. 단독공연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4월 30일 부산에서 단독공연도 예정됐다. 공연 위주로 많이 찾아뵈려한다”

또 안녕바다는 앨범발매와 함께 방송활동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KBS1 ‘올댓뮤직’이나 광주MBC ‘문화콘서트 난장’ 등의 음악전문 프로그램은 물론이고, KBS2 ‘유희열의 스케치북’, SBS MTV ‘더 쇼’ 등 음악토크쇼나 순위프로그램 무대까지 출연했다.

이에 우선제는 “저번 앨범에 비해서 이번에는 열심히 하려하고 있다. 많이 열려있다”라며 “사실 미국이나 영국의 유명방송을 보면 시스템이 많이 갖춰져 있다. 유명토크쇼에 초대된 밴드나 가수들이 이야기를 하다가 바로 옆 무대에서 공연을 하지 않나. (해외의 경우)밴드나 아티스트가 공연할 환경이 많은 것 같다”라고 밴드가 방송에서 라이브를 하기 힘든 국내 방송사의 여건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우명제는 “어느 정도 선을 지키며 밴드를 나가야할지 고민이 많다. 어느 정도 선은 포기하면서 나가야할 거 같긴 하지만, 또 어떤 부분에서는 아티스트로 지켜야할 부분도 있는 거 같다”라고 방송출연(특히 음악순위프로그램)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어쨌든 안녕바다는 이제부터 더 자주 무대에 올라, 더 자주 도시 한가운데에 바다를 펼쳐낼 계획이다.

끝으로 인터뷰를 통해 누군가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지를 묻자 선제는 “이 음반을 듣는 분에게 가능하면 한번에 11번 트랙까지 쭉 듣기를 바란다. 그동안 기다려주신 팬분들 감사드린다. 열심히 할 거니까 팬들에게도 바친다”라고 말했다.

이어 명제는 “가족과 도움준 사람, 가깝게는 민규 형, 멀게는 진보 형까지 다들 고맙다. 고맙다고 전하고 싶다”라고 고마움을 표했다.

그리고 나무는 “아직도 힘들어하고 있는 유가족분들에게, 그리고 밤에 외롭고, 지치고, 슬픈 사람들에게 이 음반을 꼭 권해드리고 싶다”라고 덧붙여, ‘위로와 힐링의 바다’를 약속했다.

안녕바다, 사진|플럭서스


동아닷컴 최현정 기자 gagnr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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