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스케이터 故 노진규. 사진제공|대한빙상경기연맹
2011년 세계선수권 3관왕 등 두각
“노진규처럼 열심히 훈련하는 선수는 없었다!”
‘천재 스케이터’ 고(故) 노진규를 기억하는 이들은 하나 같이 그를 ‘훈련벌레’였다고 입을 모았다. 스케이트를 타는 것을 좋아했고, 누구보다 열심히 훈련했고, 가장 스케이트를 잘 탔던 선수. 그러나 하늘은 무심하게도 재능이 반짝반짝 빛났던 그에게 너무도 큰 시련을 안겼다. 그는 2014년 뼈암의 일종인 골육종 판정을 받았고, 2년여의 투병 끝에 3일 24년간의 짧은 생을 마감했다.
● ‘제2의 안현수’를 꿈꿨던 천재 스케이터
노진규는 천재 스케이터였다. 2010년 처음 국가대표로 발탁돼 그해 열린 세계주니어쇼트트랙선수권대회에서 종합우승을 차지했다. 시니어국가대표가 된 뒤에도 승승장구했다. 2011년 동계아시아경기대회 1500m 금메달, 5000m 계주 금메달을 목에 건 데 이어 같은 해 열린 세계쇼트트랙선수권대회에서 1000m, 1500m, 3000m에서 3관왕에 오르며 종합우승을 거머쥐었다. 2012년 세계쇼트트랙선수권대회 종합 2위, 2013년 동계유니버시아드 1000m·1500m 2관왕을 차지하며 안현수 이후 남자대표팀을 책임질 차세대 에이스로 우뚝 섰다.
● 악성종양도 막지 못했던 쇼트트랙 향한 열정
노진규는 2013∼2014시즌 쇼트트랙 월드컵 1차 대회가 끝나고 왼쪽 어깨에 통증을 느꼈다. 병원 검사 결과 종양이 발견됐다. 그러나 암도 쇼트트랙을 향한 그의 열정을 막을 수 없었다. 생애 첫 올림픽 출전을 위해 수술을 미루고 남자대표팀이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 출전권을 따내는 데 앞장섰다.
노진규는 투혼을 발휘했지만 몸 상태는 계속 악화됐다. 당시 그의 왼쪽 어깨가 종양으로 인해 크게 부어 오른 사진이 공개돼 많은 이들의 우려를 사기도 했다. 그는 끝까지 스케이트를 벗지 않았지만, 올림픽 출전의 꿈은 2014년 1월 훈련 도중 팔꿈치가 골절되면서 무산됐다. 시련은 이어졌다. 수술을 위해 검사를 받았던 종양이 골육종에 의한 악성종양으로 밝혀지면서 긴 투병을 시작했다.
● “다시 스케이트 신으려고 노력했는데…”
노진규는 불굴의 의지로 다시 일어섰다. 동료들에게 아픈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 연락을 끊고 홀로 병마와 싸웠다. 종양이 모두 제거됐다는 진단까지 받았지만, 암은 재발하고 말았다. 대한빙상경기연맹 고위관계자는 4일 “(노)진규가 지난해 1월 종양이 모두 제거됐다는 진단을 받고 재활을 하고 있었다”며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목표로 훈련하고 있었는데 암이 재발했고, 급격히 상태가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너무나 아까운 인재를 잃었다. 다시 국가대표로 스케이트를 타고 싶어 했는데…”라며 안타까워했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