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는 외국인투수 에스밀 로저스의 공백이 뼈아프다. 로저스가 팔꿈치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해 한화 선발진이 무너지는 상황이다. 사진제공|한화 이글스
로저스 이제 캐치볼…4월 복귀 불투명
비싼 물건도 쓰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우승후보로 꼽히던 한화가 팔꿈치 통증으로 자리를 비운 에스밀 로저스(31)의 공백을 뼈저리게 실감하고 있다. KBO리그 외국인선수 역대 최고액인 190만달러를 주고 데려온 투수의 공백이 길어질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5경기만 치른 터라 큰 의미는 없지만 에이스의 부재가 선발진의 도미노 붕괴로 이어지고 있어 머리가 아프다. 불펜을 총동원하는 ‘벌떼야구’에 기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한화는 7일까지 1승4패로 10위로 내려앉았다. 무엇보다 시즌 첫 4경기에서 선발이 모두 5이닝을 채우지 못하고 강판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7일 넥센전 선발 송은범이 한화 투수 중 처음으로 5이닝을 넘겼지만 5.1이닝 5실점으로 패전을 떠안았다. 시즌 개막 후 5경기 선발 방어율은 8.27로 리그 꼴찌다. 5경기를 선발 3명(송은범~김재영~알렉스 마에스트리)만으로 돌렸다는 점도 우려스럽다. 선발진 평균이닝이 3.3이닝(불펜 6.4이닝)에 불과하다. 한화로선 지난해 10경기에서 75.2이닝을 소화하며 6승 2패, 방어율 2.97의 성적을 거둔 로저스만 오매불망 기다릴 뿐이다.
한화는 여전히 로저스의 복귀시기를 조율 중이다. 정해진 것은 하나도 없다. 한화 고위 관계자는 로저스가 개막전 엔트리에서 제외된 뒤 “4월 중에는 틀림없이 1군에 올라올 것이다. 큰 이상은 없지만 급하게 준비하다가 통증이 재발할 수 있다. 완벽한 상태로 돌아올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취재결과 로저스는 5일에야 캐치볼을 시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화구단에 정통한 또 다른 관계자도 “로저스가 4월 중에는 돌아오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로저스는 오키나와에서 “캠프 기간에 힘을 빼고 싶지 않다. 정규시즌 개막만 바라보며 몸을 만들고 있다”고 외쳤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사흘 전에 캐치볼을 시작했으니 투구 감각을 찾을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 1군에 올라오더라도 4월을 넘길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게다가 로저스는 일본 고치~오키나와 전지훈련과 시범경기에서 단 한 번도 실전등판을 하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재활 과정을 거치는 투수들은 통증이 사라지면 ITP(Interval Throwing Program·단계별투구프로그램)~불펜피칭~라이브피칭~실전등판(2군)을 거쳐 1군 마운드를 밟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통증이 발생하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로저스도 오키나와에서 라이브피칭까지 진행했으나 팔꿈치에 통증을 느껴 한 달 이상 공을 놓아야 했다. 한화가 로저스 복귀에 신중을 기하는 이유다.
로저스는 6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서산 2군구장에서 캐치볼을 하는 영상과 함께 “이제 공을 던지기 시작했다. 곧 팀에 복귀해 500%의 힘으로 도움을 줄 것이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한화 관계자는 “ITP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지만 개인차가 있어 정확한 복귀시기를 가늠하긴 어렵다. 서두르지 않고 완벽한 상태가 됐을 때 (1군에) 올라와야 한다. 돌아와서 잘 던져주길 바랄 뿐이다”고 밝혔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