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잠실구장’ 두산·LG 희생만 강요하나

입력 2016-04-27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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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구장 조감도. 사진제공|서울시

서울시, 민간자본 100%로 건설비 조달 입장
제3사업자 기대 어려워…결국 두산·LG 부담


새로운 잠실야구장이 들어선다. 2019년 착공에 들어가고, 2025년 완공이 목표다. 한강을 배경으로 야구를 볼 수 있는 입지다. 야구장 수용인원은 무려 3만5000석에 달한다. 돔구장으로 지어질 수도 있다. 서울시의 바람처럼 수도 서울의 ‘랜드마크’로서 손색없는 밑그림이다. 그런데, 의문이 남는다. ‘그럼 돈은 누가, 어떻게 대지?’라는 지점에서 서울시와 야구계의 괴리가 발생한다. 근본적으로 대한민국에서 프로스포츠의 좌표를 어디에다 설정할지를 정하는 역사적 전례가 될 수 있는 사안이다.


● 100% 민간자본으로 야구장을 지을 수 있을까?

서울시 관계자는 25일 “야구장 건설비로 2000억∼3000억원이 들어갈 것으로 추정된다. 민간자본 100%로 조달하겠다. 입지와 기반시설이 좋아 (야구장 운영으로 수익 경쟁력이 발생할 것이라)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투자 의향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원래 잠실구장을 쓰던 LG, 두산이 새 야구장으로 함께 가는 것이 기본입장. 이 구단들이 투자에 참여할 수 있을지는 협의하겠다”고 원론적으로 밝혔다.

이에 관해 두 구단 측의 기본입장은 “난감”으로 요약된다. 두 구단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서울시는 두산, LG가 건설비 일부를 투자하는 방향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핵심쟁점은 두 구단이 감당할 건설비 범위다.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 전례에서 KIA와 삼성은 300억∼500억원을 부담했다. 그 대신 야구장 운영권에서 일정부분 혜택을 받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뉴 잠실야구장은 서울시나 정부 돈이 들어가지 않을 계획이다. LG, 두산이 최소 1000억 원씩 감당하는 시나리오는 경제상황을 고려할 때 그룹 차원에서도 부담을 느낄 규모다.

그렇다고 제3의 사업자가 들어오면 추후 야구장운영 수익배분이 복잡해진다. KBO 관계자는 26일 “스포츠산업진흥법이 8월 개정 예정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경기장 건설에 25%이상을 투자한 팀에 25년 이상의 무상 임대권을 주기로 돼 있는데 제3사업자가 들어올 유인책이 있겠는가?”라고 지적했다.


프로야구는 공공재인가? 영리사업인가?

서울시의 새 야구장 건설에 비판적인 복수의 야구계 인사의 말이다. “동대문야구장이 허무하게 사라졌는데 잠실구장마저 이렇게 옮기면 한국야구의 역사 유산은 다 이렇게 처분되어도 괜찮은가?”

한 야구계 관계자는 “결국 서울시는 자본의 논리에서 잠실을 재개발하고 있다. 입지가 좋은 잠실구장을 없앤 자리에 돈 되는 시설을 두고, 야구장은 접근성이 떨어지는 구석으로 밀어 넣는 것이 아니냐?”고 의구심을 표시했다.

단국대 전용배 교수는 “서울시가 잠실 개발로 얻을 이익 총액을 생각할 때 야구장 건설비용은 아주 작은 지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와 시 의회가 따라야 할 행정 조례가 있겠지만 시점만 바꾸면 야구장 건설에 따른 비용 부담은 지방의 자치단체에 비해 훨씬 적다는 얘기다. 허구연 MBC 해설위원은 “1982년 프로야구 시작 이래 대기업들이 야구단에 쏟아 부은 비용이 5조원으로 추산된다. 이익을 본 것이 절대 아니다. 우리 지자체가 프로야구를 공공재로 볼 필요가 있다. 서울시민들을 위해 두산, LG 두 야구단이 주는 무형의 가치를 생각해볼 때”라고 역설했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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