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헌의 사커 드림] 3위 성남·꼴찌 인천…구단주 의지의 차이

입력 2016-04-29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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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 이재명 시장-인천 유정복 시장(오른쪽). 사진|스포츠동아DB·인천시청

성남 이재명 시장-인천 유정복 시장(오른쪽). 사진|스포츠동아DB·인천시청

성남FC는 올 K리그 클래식(1부리그)에서 손꼽히게 ‘핫(hot)한’ 구단 중 하나다. 3라운드 직후 깜짝 1위에 올랐던 성남은 7라운드까지 3승3무1패, 승점 12로 FC서울(승점 18), 전북현대(승점 13)에 이어 3위에 올라있다.

성남시는 2013년 10월 성남일화축구단을 인수해 성남FC를 재창단했다. 성남은 첫 시즌이었던 2014년 중반까지 큰 시행착오를 겪었다. 박종환 감독에 이어 이상윤 감독대행과 이영진 감독대행이 잇달아 지휘봉을 잡는 등 큰 혼란을 겪었으나, 9월 김학범 감독이 취임한 뒤 새로운 팀으로 탈바꿈했다. 그해 말 FA컵에서 우승했고, 지난해 시·도민구단으로는 처음으로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해 16강의 성과도 거뒀다. 관중도 눈에 띄게 늘었다. 2014년 대비 지난해 평균 관중은 50.8%가 증가했고, 유료 관중 비율은 227%나 불어났다. 올 시즌 홈 개막전에는 지난해보다 약 2.5배나 많은 1만4504명이 입장했다. 홈 최다관중 신기록이었다.

시민구단 성남이 쟁쟁한 기업구단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클래식의 중심축으로 일찌감치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데는 성남시장인 이재명 구단주의 역할도 컸다. 축구 문외한에 가까웠던 그는 구단주를 맡은 뒤 “‘축빠’가 됐다”는 평가를 들을 정도로 축구에 큰 관심을 기울였다. 현장을 찾아 선수단과 함께 호흡했고, 구단에 대한 투자도 확대했다. ‘성남형 유소년 축구 공정 시스템’도 운영하며 구단의 미래성장동력 육성에도 심혈을 쏟고 있다. 팬들의 관심을 이끌어내는 능력도 탁월하다. 수원FC 구단주인 염태영 수원시장과 함께 만들어낸 ‘깃발라시코’가 대표적이다. 김학범 감독은 “구단주가 이렇게 관심을 가지고 있으면 선수들은 열심히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2003년 창단된 인천 유나이티드는 한때 ‘시민구단의 롤 모델’로 불렸던 팀이다. 2004년 K리그에 참가해 이듬해 준우승을 차지하는 등 돌풍을 일으켰고, 젊고 유능한 선수들을 배출해 ‘스타의 산실’로도 통했다. 그러나 누적된 적자와 지방자치단체장의 무관심이 겹치면서 수년째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최근 들어선 그라운드 안팎에서 불미스러운 모습까지 보여줬다. 전지훈련 경비 부정사용으로 지탄을 받고 있고 선수들의 임금·수당 체불 문제로 법정 소송에 직면했다. 팀 성적도 밑바닥이다. 12개 구단 중 유일하게 1승도 올리지 못하고 있다.

2014년 6월 새롭게 구단주가 된 유정복 인천시장은 취임 초기 제법 관심을 갖고 팀을 지켜봤다. 전문 컨설팅업체에 의뢰해 팀 개혁작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그런데 웬일인지 여러 문제점이 돌출된 요즘은 이렇다할 움직임이 없다. “축구단이 인천시민들의 자긍심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던 취임 직후의 다짐은 오간데 없다. 일각에서 유 구단주의 관망이 ‘의도적인 축구단 고사작전 아니냐’는 의문을 드러낼 정도다. 구단과 인천시청을 통해 수차례 유 구단주의 의중을 확인하려고 시도했지만,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2014년 FA컵 결승 때 이재명 구단주는 현장에서 선수들을 독려했고, 성남은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인천도 2015년 같은 대회 결승에 올랐지만, 유정복 구단주는 다른 일정을 이유로 불참했다. 팀은 준우승에 머물렀다. 두 구단주의 축구를 대하는 태도의 차이를 상징적으로 엿볼 수 있는 장면이다. 흔들리는 인천이 중심을 잡기 위해선 결국 구단주가 나서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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