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어율 2.00…윤길현을 바꾼 세 남자

입력 2016-05-10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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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윤길현. 스포츠동아DB

미안함 표현으로 부담 덜어준 조감독
강민호 사인대로 던졌더니 좋은 성적
뒤에서 지켜주는 선배 손승락의 존재

롯데 윤길현(33)은 올 시즌 출발이 썩 좋지 못했다. 개막 직후 3경기까지는 방어율이 9.00이나 됐고, 이닝당출루허용(WHIP)도 3.50으로 나빴다. 그의 발목을 잡은 건 부담감이었다. 지난해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어 팀을 이적하면서 적잖은 심적 부담을 느꼈고, 투구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곧 자신의 페이스를 되찾았다. 9일까지 16경기에 등판해 7홀드, 방어율 2.00(18이닝 4자책점)으로 빼어난 성적을 올리고 있다. WHIP도 1.00으로 뚝 떨어졌다. 그가 다시 안정감을 찾을 수 있었던 데는 ‘거인군단’ 3인의 숨은 도움이 있었다. 3인의 주인공은 롯데 조원우 감독, 포수 강민호, 그리고 마무리투수 손승락이다.


마음 풀어준 조원우 감독

윤길현은 4월 3일 고척 넥센전 3-5 로 지던 8회말 마운드에 올랐다. 결과는 좋지 못했다. 9회초 타자들이 5-5, 동점을 만들었지만 9회말 끝내기안타를 맞으며 패전투수가 됐다. 조원우 감독은 이후 윤길현을 따로 불렀다. 그리고 “내가 욕심을 냈다. 패전을 떠안게 해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그의 보직은 셋업맨이다. 조 감독은 팀이 이기고 있을 때 등판해야 할 윤길현을 지고 있을 때 출격하는 추격조처럼 활용한 것에 대해 미안함을 드러냈다. 조 감독의 이 한 마디는 윤길현의 마음을 녹였다. 그는 “감독님께서 당시 ‘내가 욕심냈다. 미안하다’면서 ‘부담 갖지 말고 편하게 던지라’고 하셨다”며 “그 말 덕분에 부담감을 한결 덜 수 있었다.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셔서 감사했다”고 말했다.

롯데 조원우 감독-강민호-손승락(맨 왼쪽부터). 스포츠동아DB


잘 이끌어주는 강민호


투수와 포수가 호흡이 좋으려면 신뢰는 기본이다. 윤길현은 포수 강민호(31)를 전적으로 믿고 공을 던진다. 그는 최근 좋은 투구를 선보일 수 있는 이유에 대해서도 “(강)민호가 리드를 잘 해준다. 90%는 (강)민호의 사인대로 던지고 있다. 그래서 좋은 결과가 나오고 있다”며 공을 돌렸다. 강민호는 윤길현에게 직구 사인을 많이 낸다. 윤길현은 SK 시절 주로 변화구 중심의 투구를 했지만, 강민호의 리드에 고개를 젓지 않는다. 이유가 있다. 그는 “스프링캠프에서 직구 제구를 가다듬는데 신경을 썼다. 직구에 대한 자신감이 생기면서 변화구도 잘 들어가고 있다”며 “(강)민호도 직구 위주로 사인을 내면서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 등 변화구를 섞는다. 올해 그게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 믿고 의지하는 손승락

윤길현에게 손승락(34)이라는 존재도 큰 힘이다. 손승락은 윤길현과 마찬가지로 지난해 FA 자격을 취득해 넥센에서 롯데로 팀을 옮겼다. 이들은 한솥밥을 먹게 된 뒤 둘도 없는 단짝이 됐다. 어디를 가든 함께 한다. 대구고 1년 선후배로 원래 친분이 두터운 데다가, 보직도 셋업맨과 마무리를 맡으면서 서로를 의지하고 있다. 윤길현은 “(손)승락이 형은 최고의 마무리투수 아닌가. 내가 많이 믿고 의지한다”고 말하고는 “내가 혹 못 던지는 날이 있더라도 뒤에서 (손)승락이 형이 잘해줄 것이라는 생각만으로 힘이 되고, 내가 잘 던져서 형에게 세이브 기회를 주고 싶다는 마음도 크다”며 시너지효과를 귀띔했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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