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자전향 후 첫 손맛… 이형종의 고진감래포

입력 2016-05-12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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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이형종이 1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삼성전 6회말 1사 1·3루에서 조현근을 상대로 3점홈런을 터트리고 있다. 투수로 입단한 이형종이 프로 데뷔 후 처음 때려낸 홈런이라 의미가 크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팔꿈치수술·임의탈퇴·골프 도전 등 역경
삼성전 3점홈런…데뷔 9년만에 첫 신고

‘눈물의 투수’가 친 홈런. 11일 삼성-LG전이 벌어진 잠실구장. LG 이형종(27)은 12-0으로 앞선 6회말 1사 1·3루에서 삼성 투수 조현근이 던진 134km 투심 패스트볼을 받아쳤다. 공은 훨훨 날아가 왼쪽 담장을 훌쩍 넘어갔다.

이 한방은 스물일곱, 프로데뷔 9년 만에 터진 홈런 이상의 여러 가지 의미와 스토리가 담겨져 있었다.

이형종은 2007년 서울고 3학년 때 광주일고와 대통령배 결승에서 마운드에서 눈물을 흘리며 역투를 펼친 주인공. 이듬해 고교무대 최고 투수로 LG에 계약금 4억 3000만원을 받고 입단했다. 그러나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 코칭스태프와 갈등 끝에 임의탈퇴, 골프선수 도전 등 20대 초 중반을 역경 속에 보냈다.

2013년 다시 LG로 돌아온 이형종은 2014년 투수에서 타자로 변신을 시도했고, 올 시즌 처음으로 1군 무대에 올랐다.

양상문 감독은 “타자로 경험이 부족하지만 야구에 대한 재능이 매우 뛰어난 선수다. ‘어떻게 이런 플레이를 할 수 있을까?’놀랄 때가 있다”며 팀 세대교체 중심에 이형종을 올렸다.

전날까지 18경기에서 타율 0.310(29타수 9안타)으로 꾸준한 활약을 펼치고 있는 이형종은 고교 시절 감동의 눈물을 쏟던 마운드는 아니지만 이제 타석에서 새로운 감동을 그려가고 있다.

LG는 이형종의 홈런 공을 잡은 관중에게 양해를 구하고 다른 사인공과 맞바꿨다. 양 감독은 직접 이형종의 첫 번째 홈런 공에 친필로 ‘프로 첫 홈런’이라는 글자를 써 선물했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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