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기획] ‘야구팬 포카칩 조롱’ 죄가 될까?

입력 2016-05-13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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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는 구단과 합의되지 않은 현수막 등 모든 표현물을 야구장 반입금지 목록에 포함하고 있다. 하지만 팬들은 이미 다양한 응원도구를 손수 제작하고 재치 있는 문구를 적은 피켓을 흔들며 응원하고 있다. 현재는 특정 선수나 감독을 비난하는 행위에 대해서만 엄격히 제재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 야구장 표현의 자유는 어디까지인가

‘야구장 표현의 자유’ 법리적 해석

고소장 낸다면 약식기소 가능성 높아
사회통념 범위 내에서 죄 성립 판단


야구장에서 팬들의 표현은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을까. 사안을 좁혀 만약 삼성야구단이나 안지만(33)과 윤성환(35)이 무언의 조롱을 가한 듯한 포카칩을 든 팬을 법적으로 처벌하고자 하면 근거는 있을까.

대한체육회 법무팀장 출신인 법무법인 혜명의 강래혁 변호사는 “한계가 애매하다”고 정리했다. 강 변호사에 따르면 “원칙적으로 모욕죄는 욕을 해야 성립이 된다. 그런데 과자봉지를 들고 서 있었을 뿐이지 욕을 하지 않았다. 물론 포카칩을 들고 있는 것은 안지만, 윤성환이 의혹을 받고 있는 도박 행위에 대한 조롱이자 야유다. 모욕죄는 결국 고의범죄인데, 사회통념상 팬으로서 할 수 있는 범위 내에 있는 것이냐에 따라 죄가 성립될지가 판단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만약 삼성야구단이나 당사자인 안지만, 윤성환이 ‘모욕감을 느꼈다. 그 팬의 처벌을 원한다’고 고소장을 낸다면 경찰에서 기소의견을 내고 검찰까지 올라가는 절차를 밟을 텐데, 강 변호사는 “정식 형사법정에 세우지 않고, 약식 기소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말했다. 오히려 일반 팬들의 반감을 불러오는 역풍을 불러올 수 있다.

형법에 적시된 모욕죄는 쉽게 말하면 근거 없이 욕이나 비방을 할 때 적용된다. 명예훼손죄는 허위와 진실 모두에 해당되는데 공익에 관한 사실보도라면 처벌을 받지 않을 수도 있다.

순전히 법리적으로 해석하면 최근 한화 김성근 감독을 겨냥한 ‘감독님 나가주세요’라는 플래카드는 모욕죄는 물론 명예훼손으로도 성립되기 어렵다고 볼 수 있다. 강 변호사는 “공인은 법률상 용어는 아니다. 다만 공인이라면 사생활 보호보다는 국민의 알권리 영역이 일반인보다 넓다는 것이 보편적 인식”이라고 말했다. 즉 “일반인보다 공인은 표현의 자유 앞에서 인내해야 될 범위가 넓다”는 얘기다.

강 변호사는 “팬들이 야구단 정책을 바꾸는 세상이다. 야구단은 법리적인 것을 떠나서 법에 저촉되지 않는 한도 내에서는 용인할 수밖에 없을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히려 강 변호사는 연예인이나 스포츠선수에 대한 인터넷 악성 댓글에 대해 모욕죄와 명예훼손죄의 위험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미 상당수 연예인들은 비방 댓글을 전파하는 사람들을 처벌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야구계에서도 미네소타 박병호(30)가 친정팀 넥센 구단과 상의해 KBO리그 시절부터 자신에 대해 부정적 댓글을 상습적으로 달고 있는 ‘국민거품 박병호(일명 국거박)’라는 아이디의 네티즌의 고소를 검토 중이다. 박병호는 직·간접적으로 이 악플러의 처벌을 원한다기보다 대중 앞에 실체를 공개하고 싶은 생각을 내비친 바 있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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