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아는 자우림 데뷔 앨범부터 꾸준히 세상의 이야기를 노래에 담아왔다. 데뷔 이후 첫 싱글 ‘키리에’를 준비하면서도 “타인의 슬픔에 강렬한 감정이입을 느꼈다”고 말한다. 사진제공|인터파크
아무것도 할 수없었던 내가 한심해
문득 슬픔에 감정이입…키리에 탄생
고통과 상처 담아낸 무겁고 슬픈 곡
김윤아의 어릴 적 꿈은 “아동 심리상담 치료사”였다. 대학 전공을 심리학으로 선택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어릴 때부터 아동학대나 아동범죄가 제겐 중요한 주제였다. 아이들이 고통 받고 학대받는 걸 보면 너무 괴로웠다.”
최근 솔로음반 ‘키리에’를 발표한 자우림의 김윤아를 서울 여의도에서 만났다. 2013년 자우림 9집 이후론 3년 만이고, 솔로음반으로는 6년 만의 새 작품이다. 휘휘 부는 바람에 빗방울이 사방으로 날리던 풍경을 바라보던 김윤아는 유난히 차분해보였다. 이날은 마침 옥시 한국법인 대표가 공개적으로 사과를 하던 날이었다.
“얼마 전 계속해서 전해졌던 아동학대 사건들, 너무 안타까운 일이다. 특히 요즘의 ‘옥시 사건’, 2년 전의 일(세월호 참사)들이 있었고, 사람들은 엄청난 슬픔에 울고 있는데, 나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무기력한 음악인이고 딴따라일 뿐이었다.”
김윤아는 자우림 9집 활동을 마치고 “내가 너무 소진된 것 같은 느낌”에 한동안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더욱이 자연재해가 많아지고, 어린 아이가 다쳐 온 나라가 공분한 일들이 이어지는 동안 음악인으로서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자괴감에 잠시 음악에서 벗어나 있었다. 때마침 전 소속사 사운드홀릭과도 계약이 만료됐다.
“최근 10년은 ‘내가 음악 따위를 하고 있느냐’는 마음이 있었다. 지난 앨범들도 젊은 날의 무기력함, 정신적 방황, 그런 시간 속에서 만든 것 같다. 음악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딴따라인 내 자신이 한심하더라. 쉬고 싶다는 생각으로 1년을 쉬었다. 노래 만들기도 힘들었고, 또 싫었다.”
하지만 그는 천생 음악인이다. 작년 여름휴가를 떠나던 날, “문득 타인의 슬픔에 강렬한 감정이입”을 느꼈다. 악상이 떠올랐고, ‘키리에’가 탄생했다.
“내가 자랑하는 유일한 것은 ‘공감능력’이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공감하는 일에 능하다. 내가 공감한 이야기를 음악으로 만든다. 제 음악을 좋아해주시는 분들은 저의 그 ‘공감’에 공감해주시는 것 아닐까.”
김윤아는 세상사에 항상 눈과 귀를 열어둔다. 뉴스를 중독처럼 접한다. SNS로는 동료 연예인이 아닌 사람들과 더 많이 소통한다. ‘현실’을 보기 위해서다. 그들이 여과 없이 쏟아내는 말들에서 ‘사회의 현실’을 느낀다. “직장생활을 제대로 안 해봤고, 사람들이 마구 쏟아내는 말 속에서 와 닿는 것도 많다.”
김윤아는 자우림 데뷔 앨범부터 꾸준히 사회문제를 노래에 담아왔다. 1집에선 ‘바이올런트 바이올렛’에서 아동학대 사건을 다뤘고, 2집에선 ‘낙화’로 학교폭력을 이야기했다. 4집 ‘우리를 위해 기도해주세요’는 미국 9.11 테러가 소재였고, 8집 ‘EV1’은 환경문제를 꼬집는 노래다. 9집에선 ‘디어 마더’를 통해 지나친 교육열을 지적했다.
김윤아의 음악이 전반적으로 슬픈 정서를 보이는 것은, 요즘 현대인들의 ‘슬픈 현실’을 담기 때문이리라. 신곡 ‘키리에’는 ‘주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라는 뜻의 기도문 구절로, 상실감, 치유될 수 없는 고통과 상처를 담아낸 무겁고 슬픈 곡이다. 이 노래를 두고 세월호 참사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김윤아는 “해석은 듣는 이들의 몫”이라 했다.
‘키리에’는 김윤아가 데뷔 후 처음 발표한 싱글이다. “공백도 길었고, 네 번째 솔로앨범을 10월에 내려는데, 그때까지 시간이 걸리니까 공백을 일단 줄이자는 마음”이었다는 그는 7월에 또 싱글을 하나 더 낼 예정이다.
김윤아는 세월을 거스르는 듯, 미모가 돋보였다.
“건강해야 예뻐 보인다. 운동을 꾸준히 하고, ‘나쁜 음식’ 안 먹고, 음주가무는 아주 가끔만 한다.”
지난 겨울 성대 이상으로 한동안 목소리를 내지 못해 “노래를 더 이상 할 수 없겠다”는 절망감도 느꼈다는 김윤아는 “원인도 모르고, 언제 나을지도 모르는 증상을 갖고 한동안 생활하다보니 ‘소극장 공연을 많이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