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서진은 최근 3년 간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대중과 만났다. 끊임없이 투덜대고 귀찮아하면서도 해야 할 건 하고 마는 그의 성격은 나영석 PD표 예능과 만나 매력으로 승화 돼 시청자들의 취향을 저격했다.
그렇게 조금씩 이서진이 '예능만 하는 배우‘로 인식될 즈음 그는 다시 멜로로 돌아왔다. MBC 주말 드라마 ’결혼계약‘에서 한지훈 역을 맡아 여심(女心)을 흔드는데 성공한 것이다.
“예능에 출연하는 때에도 좋은 작품이 들어오면 언제든 해야 한다는 생각은 있었어요. 처음에는 ‘결혼계약’ 섭외를 받았을 때 거절을 했었는데 작가와 PD를 만나 제 의견을 전달했더니 3일 만에 저를 위해 수정된 대본을 보내주시더라고요. 거기에 감동 받아서 출연을 결정했고 ‘앞으로는 이런 요구를 절대 하지 않겠다’고 말씀 드렸죠.”
이서진의 말에 따르면 ‘결혼계약’ 초기 한지훈의 캐릭터는 훨씬 착한 캐릭터였다고 한다. 그는 “원래 착한 사람이 사랑을 하는 것보다 그렇지 않을 것 같은 남자가 사랑으로 인해 변해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한지훈 캐릭터에 변화를 준 이유를 설명했다.
이런 캐릭터 설정은 안방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했다. 예능을 통해 보아온 이서진의 까칠한 면이 반영된 한지훈은 유이가 연기한 강혜수를 만나 조금씩 변화했고 후반부에 들어설수록 애절함을 배가 시켰다.
“이 작품은 후반부에 가면 모든 신이 감정신이었어요. 김진민 PD가 요구하는 것도 많고 저 스스로도 하고 싶은 것이 많아 욕심을 부렸었는데 그래서 좀 피로감을 크게 느꼈던 것 같아요.”
이 같은 이서진의 열의에 시청자도 열광했다. ‘다모’, ‘불새’ 등을 통해 익히 알려진 이서진의 멜로 재능이 다시 한 번 빛을 발하게 됐다.
“나이가 들어서 멜로를 해보니 상대방에 대한 이해나 배려 같은 것을 하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사랑이라는 감정을 더 깊게 생각할 수도 있게 됐고요. 만약 저보다 선배 배우 분들이 지금 멜로 연기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정말 잘하실 것 같아요. 다만 그런 기회가 없을 뿐이죠.”
‘멋있게 나이가 들어간다’는 말은 이렇게 점차 둥글게 변해가는 이서진을 위해 만든 것만 같다. 이서진도 “예전에는 나만 위하는 사람이었는데 점차 남을 생각할 줄 알게 됐다”며 본인의 변화를 이야기 한다.
“예능에서 만난 게스트나 저와 함께 연기 해주는 배우들에게 고마울 때가 많아요. 그래서 게스트는 일회성 출연이라도 제 프로그램에서 이슈를 만들어 더 많은 일을 하게 해주고 싶고 배우도 연기적으로 끌어올려 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진지하거나 심각한 걸 체질적으로 싫어한다”는 이서진이지만 도전해 보고 싶은 연기는 분명히 있다. 그가 지금까지 드마라에서 보여준 로맨틱한 완벽남도, 예능에서 보여준 까칠한 캐릭터도 아닌 완전히 새로운 도전을 원한다.
“기회가 된다면 장르물에 도전해 보고 싶어요. 선과 악을 오가는 그런 캐릭터를 해보고 싶기는 해요. 제 실제 모습과 비슷한 캐릭터 연기요? 그럼 아마 시트콤에 출연해야 할 걸요”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