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건영의 굿모닝 MLB] ‘짠물야구’ 필라델피아의 반전…비결은 1점차 승리

입력 2016-05-19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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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라델피아는 올 시즌 132득점 162실점으로 실점이 득점보다 30점이나 많지만 23승17패로 내셔널리그 승률 4위(0.575)다. 특히 1992년생 선발 빈스 벨라스케스는 5승1패, 방어율 2.42의 놀라운 성적으로 선발진을 이끌고 있다.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실점이 득점보다 30점 많지만
‘23승17패’ 내셔널리그 승률 4위
탄탄한 투수진…1점차 V 14차례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야구는 투수가 아무리 잘 던져도 타자들이 득점을 올리지 못하면 절대 이길 수 없다. 승리가 패배보다 많은 팀들은 대부분 실점보다 득점이 많기 마련이다. 18일(한국시간)까지 27승10패(승률 0.730)로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전체에서 승률 1위를 달리고 있는 시카고 컵스는 109점을 내준 사이 무려 216점을 올렸다. 득실차는 107점. 그만큼 전력이 압도적이라는 뜻이다. 올해야말로 1908년 월드시리즈 우승 이후 무관에 그치고 있는 한을 풀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컵스 다음으로 실점보다 득점이 많은 팀은 보스턴 레드삭스다. 이 팀은 10일 오클랜드전부터 13일 휴스턴전까지 4연속경기 최소 11득점 이상을 올리는 가공할만한 공격력을 과시했다. 컵스보다 2경기 많은 39경기를 소화하긴 했지만, 총 233득점을 기록해 경기당 평균 5.97점을 올리고 있다. 경기당 평균득점만 따지면 30개 구단 중 가장 높은 수치다.

18일까지 5할 승률 이상을 기록하고 있는 17개 팀 중에서 단 두 팀을 제외하고 모두 득점이 실점을 앞서고 있다. 두 팀은 캔자스시티 로열스(139득점 153실점)와 필라델피아 필리스(132득점 162실점)다. 특히 필리스는 실점이 득점보다 30점이나 많지만, 23승17패로 승률 0.575를 기록하고 있다. 내셔널리그 동부지구 3위지만, 내셔널리그 15개 구단 중 승률 4위다.

세부적으로 파고 들어가도 필리스의 각종 기록은 바닥권이다. 필리스의 132득점은 메이저리그 전체 29위다. 아직까지 두 자릿수 승리를 기록하지 못하고 있는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만이 123득점으로 그보다 낮을 뿐이다. 전체 1위인 레드삭스와는 무려 100점 이상 차이가 난다. 팀타율(0.234) 26위, 출루율(0.292) 29위, 장타율(0.361) 29위에 출루율과 장타율을 합친 OPS(0.652)는 28위에 불과하다. 25개의 실책을 저질러 수비율(0.983)은 22위다.

그나마 가장 준수한 성적을 내고 있는 것은 팀방어율이다. 3.83으로 전체 12위에 올랐지만 선두 컵스(2.69)보다 1.14점이나 높다. 같은 내셔널리그 동부지구에서 선두 경쟁을 벌이고 있는 워싱턴 내셔널스(2.95)와 뉴욕 메츠(3.01)와 비교해도 한참 차이가 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리스는 패전보다 승리한 경기가 6경기나 많다. 쉽게 납득하기 힘든 대목이다.

2011년까지만 해도 필리스는 5년 연속 내셔널리그 동부지구 우승을 차지한 강호였다. 하지만 승률 5할에 그친 2012년을 기점으로 부진의 늪에 빠지기 시작했다. 2013년부터 2년 연속 73승에 그치더니 지난 시즌에는 63승을 올려 30개 구단 가운데 승률 최하위의 수모를 당했다. 전문가들은 라이언 하워드의 계약이 만료되는 올 시즌까지 리빌딩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필리스가 애틀랜타와 함께 꼴찌 다툼을 펼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시즌 개막 후 4연패로 출발하자 팬들은 필리스가 지난 시즌보다 더 많은 패배를 기록할 것을 우려할 정도였다.

하지만 4월10일 강호 메츠와 경기에서 1-0으로 승리하며 분위기가 급변하기 시작했다. 패한 경기에서는 큰 점수 차로 내주는 경기가 대부분인 가운데 승리를 따낸 경기에서는 근소한 점수차가 났다. 17번의 패배에서 -72점을 기록한 반면 23차례 승리한 경기에서는 +41에 불과했다. 또한 리그 최다인 6차례나 상대방에게 단 1점도 허용하지 않았으며, 1점 차의 짜릿한 승리를 거둔 경우도 무려 14차례나 됐다.

꼴찌 후보에서 포스트시즌 진출의 쾌거를 이룰지는 여전히 미지수지만, 필리스 팬들은 올 시즌 새롭게 원투 펀치를 형성한 빈스 벨라스케스와 애런 놀라의 활약에 고무된 상태다. 강속구 마무리투수 켄 자일스를 휴스턴 애스트로스에 내주고 영입한 벨라스케스는 1992년생으로 5승1패(방어율 2.42)에 이닝당 출루허용(WHIP)도 0.99에 불과하다. 지난해 13번 선발로 출전해 6승(2패)이나 따낸 놀라는 벨라스케스보다 한살 어린 1993년생이다. 타선의 지원 부족으로 3승(2패)에 그치고 있지만 방어율 2.89, WHIP 0.85로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고 있다. 시속 150km대 후반의 불같은 강속구가 주무기인 두 선수의 9이닝당 탈삼진은 벨라스케스가 10.99개, 놀라가 9.85개나 된다. 불펜에서는 통산 1세이브 밖에 없던 진마 고메스가 풀타임 마무리로 전향하자마자 15차례나 팀의 승리를 지켰다. 방어율 2.78인 고메스는 단 한 차례만 블론세이브를 기록했다.

타선에서는 오두벨 에레라(0.333, 4홈런, 13타점)와 마이켈 프랑코(0.248, 7홈런, 23타점) 등이 분전하고 있다. 연봉을 2500만 달러나 받는 라이언 하워드는 8개로 팀 내 홈런 1위에 올라있지만 0.174의 참담한 타율을 기록하고 있다.

고정관념을 깨고 리빌딩과 성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고 있는 필리스의 선전이 과연 언제까지 이어질지 비상한 관심이 모아진다.

MBC스포츠플러스 메이저리그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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