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리의 칸&피플] 윤재호 감독 “5번째 칸…내 정체성은 더블 컬처”

입력 2016-05-19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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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회 칸 국제영화제 감독주간에 초청된 ‘히치하이커’의 윤재호 감독은 “완전한 한국영화로 오게 돼 마음이 새롭다”고 말했다. 칸(프랑스)|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 ‘칸이 주목하는 감독’ 윤재호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에서 마주한 한국영화의 앞날은 ‘쾌청’한 듯하다. 자신의 색깔을 과감하게 드러냄과 동시에 실력까지 인정받은 새로운 얼굴이 나타난 덕분이다. 감독주간에 초청된 ‘히치하이커’의 윤재호(36) 감독과 단편영화 학생경쟁 부문인 시네파운데이션에서 ‘1킬로그램’을 선보인 박영주(31) 감독이 그 주인공이다. 칸 국제영화제가 한국에선 아직 이름이 낯선 이들을 발굴해 먼저 주목했다. 칸에서 분주한 시간을 보내는 윤재호 감독을 만났다.


단편 ‘히치하이커’·비공식부문 ‘마담B’ 탈북자 이야기
“경계선에 놓인 사람들…13년간 이민자로 산 나인지도”


윤재호 감독의 이력은 화려하다. 칸 국제영화제와 인연을 맺은 지 올해로 다섯 번째다.

윤재호 감독은 2013년 ‘타이페이 팩토리’와 ‘더 피그’가 나란히 칸 국제영화제의 초청을 받았고, 앞서 2012년 영화제 지원으로 4개월간 칸에 머물며 시나리오를 썼다. 2001년부터 시작한 프랑스 유학시절에는 칸 국제영화제 기간 비공식으로 이뤄지는 학생 단편부문과 단편마켓에 두 차례 참여한 경험도 있다.

다시 칸의 초청을 받은 감독은 이번에는 두 편을 동시에 내놓았다. 단편영화 ‘히치하이커’와 비공식부문인 프랑스배급협회주간에 초청된 다큐멘터리 ‘마담B’다. 그는 “외국감독과 공동 프로젝트로 몇 차례 왔지만 이번에는 완전한 한국영화라 마음이 새롭다”고 했다.

윤 감독은 자신의 정체성을 “더블 컬처”로 정의했다. 한국과 프랑스의 문화를 절반씩 받아들였다는 의미다. 부산에서 디자인고교를 졸업하고 미대에 진학한 감독은 스무 살 때 프랑스로 떠났다. 주변을 향한 막연한 ‘반항심’이 작용했다. 2002년 프랑스 낭시의 미술대학에 다시 진학했고, 이후 그림 뿐 아니라 사진과 영상을 혼합한 작업을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관심은 영화로 흘렀다.

2003년 처음 만든 단편영화부터 올해 칸에 초청받은 두 편까지, 윤재호 감독의 관심은 “경계에 놓인 사람들”에 가닿아 있다. 프랑스에서 13년간 ‘이민자’로 살았던 감독이 내놓는 영화들은 어쩌면 그 자신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학생 때 만든 첫 단편영화의 주인공이 프랑스 이민자인 한국 여성이었다. 이번에 칸에 와서 돌이켜보니, 연출을 시작할 때부터 경계선에 놓인 사람들을 주목해왔던 것 같다.”

‘히치하이커’와 ‘마담B’는 모두 탈북자의 이야기다. 감독은 “탈북 그 자체보다 분단이라는 주제에 관심이 있다”며 “분단 역시 경계선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특히 ‘마담B’는 앞서 4월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소개돼 단연 화제를 모았고, 11월 프랑스 개봉을 확정했다. 영화는 10여년의 시간을 통해 중국을 거쳐 남한으로 온 탈북여성이 주인공이다. “기획부터 촬영까지 4년이 걸렸다”는 감독은 탈북자들과 동행해 중국과 태국, 라오스 국경을 넘다 붙잡혀 유치장에 갇히기도 했다. 당시 도움을 준 곳은 뜻밖에도 칸 국제영화제였다. 2013년의 일이다.

“단편영화 ‘더 피그’로 당시 칸의 초청을 받은 상태였다. 유치장에서 나올 수 있는 방법이 없어 수소문 끝에 영화제 측에 상황을 알렸더니 서신을 보내주는 등 많은 도움을 받았다.”

감독의 다음 작품은 장편영화 ‘엄마’다. 14년 동안 한 번도 만나지 못했던 중국인 아들과 한국인 엄마의 이야기다.

칸(프랑스)|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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