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연승 박용범, 경륜 레전드 조호성 넘을까

입력 2016-05-25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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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3승 추가로 30연승 대기록
2006∼2007년 조호성 47연승 도전


‘벨로드롬의 대세’ 박용범은 ‘경륜 레전드’ 조호성을 넘을 수 있을까.

박용범(28·18기)이 30연승의 대기록을 달성했다. 박용범은 지난 주 광명 21회차에서 3승을 추가해 30승 고지에 올랐다. 역대 2위였던 현병철의 29연승 기록을 가볍게 넘었다.

박용범의 무패행진은 지난해 11월6일 창원 15경주부터 시작됐다. 지난 4월엔 2014년 이현구가 세운 21연승(역대 5위) 기록을 넘어서더니 이후 대기록들을 나란히 뒤로 제치며 폭풍질주를 이어갔다. ‘잠실 경륜의 지존’ 주광일이 2000년 세운 23연승을 넘어, 2001년 지성환(26연승)의 연승기록까지 가뿐하게 제치며 30연승을 단순에 삼켜 버렸다.

이제 남은 것은 ‘레전드’ 조호성이 기록한 47연승을 넘느냐 여부다. 조호성의 47연승 기록은 2006∼2007년, 약 1년여에 걸쳐 작성된 역대 최다 연승 기록이다. 프로야구로 치면 백인천의 4할 타율, 박순철의 22연승에 맞먹는 ‘불멸의 기록’이다.

박용범은 조호성의 47연승을 넘어 경륜의 역사를 새로 쓸 수 있을까. 전문가들의 대답은 대부분 “해볼만 하다”로 귀결된다. 이유가 있다.

우선 박용범이 현재 절정의 기량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과거 대상 경주에만 출전 자격이 주어졌던 슈퍼특선반이 현재는 일반 특선급 선수들과도 맞붙는 대진 체계로 바뀐 점 역시 한 몫을 한다. 즉 과거에 비해 대전 상대가 비교적 수월한 편성을 자주 만나기에 그만큼 승수 쌓기가 더 쉬워졌다.

박용범 특유의 ‘무결점 페달’도 큰 장점으로 꼽고 있다. 실제 박용범은 한바퀴 선행 승부의 약점이 있어 역대 지존급 선수들과 비교할 때 핸디캡이 있는 편이다. 하지만 자신의 사정거리인 반 바퀴 이후까지 길을 터가는 능력은 역대급이란 평가를 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경기 중 위기관리 상황 대처 능력을 비롯해 막판 결정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래서 큰 경기에서도 대단히 강세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박용범은 국내 최강의 지역 연대인 김해팀과 요즘 벨로드롬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 중인 87년생 동갑내기 친구들까지 그 연대의 폭이 매우 넓고 다양하다. 그래서 경기 중 전개도 비교적 편안하게 이끌어갈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이는 조호성이 과거 지역 연대의 최고봉으로 불리던 호남팀과 일당백으로 또 기라성 같은 대표팀 선배들을 상대해야하는 부담스러운 상황과 비교할 때도 유리한 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또 평소 운동 욕심이나 승부욕이 대단한 박용범은 작년 결혼 후 안정감마저 더해가고 있는 모습이다. 따라서 그 기세를 꺾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것이 주위의 반응이다.

전문가들은 박용범이 조호성의 기록을 깰 수 있는 가장 큰 고비로 오는 6월에 펼쳐질 이사장배 대상경륜을 꼽고 있다. 올스타전 형식을 띄고 있는 이 대회는 국내 최고의 경륜 선수들이 총출전하는 만큼 예선부터 한 치의 실수도 용납될 수 없다. 하지만 박용범은 작년 경륜선수들의 꿈인 그랑프리에 이어 이사장배까지 접수한터라 특유의 집중력을 잘 살린다면 어려울 것도 없다는 의견도 많다.

박용범이 기록에 대한 부담감을 떨치고 한 경기 한 경기에 최선을 다한다면 47연승 기록 경신은 넘지 못할 산이 아니다. 조호성의 연승기록이 작성된 지도 10년이 지났다. 이제 그 기록이 깨질 때도 됐다. 기록은 깨지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연제호 기자 sol@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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