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성우 박기량 “수입? 스포츠카 30대 수집…수십억 썼다”

입력 2016-06-03 16: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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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우 박기량, 사진=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성우 박기량(58)은 이름처럼 자신의 '기량'을 한껏 발휘하고 있는 베테랑이다. 1982년 MBC 공채 8기 성우로 데뷔한 후 3년 만에 프리랜서 선언을 한 그는 현재까지 광고, 외화, 내레이션 등 다양한 분야에서 맹활약 중이다. 오랜 성우 경력의 비결은 철저한 자기 관리에서 비롯됐다. 동아닷컴과의 인터뷰가 진행된 날, 박기량은 방송 생활 35년 만에 두 번째 감기를 앓고 있었다. 그는 30도 날씨에 따뜻한 대추차를 마시며 “우리 성우들은 정년이 없다. 능력으로 평가받아야 하니 내 기량을 늘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년이 없다는 건 성우라는 직업이 지닌 장점이자 단점이죠. 제가 자동차를 수집하는 걸 좋아하거든요. 자동차 부품을 예를 들면 개량된 새로운 게 등장하면 이전 모델은 밀릴 수밖에 없잖아요. 성우도 마찬가지죠. 저도 새로운 강자가 나타나면 일에서 밀려나요. 하지만 늘 ‘능력으로 평가받아야한다’고 후배들에게 말합니다. 평생 저만 방송을 해야 한다는 건 말이 안 되죠. 가격이 비싸도 생명력이 긴, 제작진이 후회하지 않는 매력적인 상품이 되려고 합니다. 지금까지 살아남아서 감사하고, 이상하게 일을 하면 할수록 겸손해지네요."

박기량은 입사 후 MBC 라디오 드라마로 성우 일을 시작했다. 하지만 ‘기름진 목소리’를 지닌 박기량은 자기 음색에 맞는 일을 하고 싶었고 입사 3년 만에 프리랜서로 더 넓은 세상과 마주했다.

“젊은 친구들에겐 낯설 수도 있는 라디오 드라마는 성우들의 뿌리와 같아요. 탤런트들이 얻는 인기를 성우들이 다 누렸으니까요. 하지만 제 음색은 토속적이지 않고 외화 쪽에 어울리는 기름진 목소리에요. 라디오 드라마에는 거의 ‘상감마마 납시오’를 외치는 한국적인 이야기가 많았거든요. 예전에는 라디오 드라마 인기가 대단했지만 저는 무일푼으로 시작해도 나름의 자신이 있었고 제 색깔에 맞는 일을 찾아 떠났죠.”

프리랜서가 된 박기량은 MBC 베스트셀러 ‘삼통팔반’을 통해 달동네 어머님들을 유혹하는 춤선생 제비 역을 맡아 연기자로도 변신했다. 그는 “오렌지족, 바람둥이 같은 역할이 왜 자주 들어왔는지 모르겠다”며 유쾌하게 당시 상황을 추억했다. 그 중 ‘86아시안게임’은 프리랜서 박기량 인생에 큰 전환점을 마련했다. 그만의 강점인 기름진 목소리가 제대로 진가를 발휘했기 때문이다.

“지금 'VJ특공대‘에서 하는 식으로 ‘86아시안게임은 MBC와 함께~’이라는 멘트를 녹음했는데 그게 대박을 친 거예요. 저는 ‘VJ특공대’에서 들을 수 있는 그 리듬을 86년부터 해왔죠. ‘토요일 토요일은 즐거워’에서 가수들을 소개할 때도 같은 리듬으로 말했고요. 요즘과 달리 그때는 고저, 물결 타는 멘트 처리가 흔치 않았거든요.”

MBC 출신 성우의 KBS 입성은 당시 방송가에선 엄청난 일이었다. KBS에만 300여 명의 성우가 있었기 때문.

“어느 날 KBS에서 연락이 왔어요. ‘포청천’이라는 중국 영화에 전조라는 호위무사 역할을 해달라는 섭외전화였죠. MBC 출신의 명예를 걸고 열심히 했죠. 그리고 ‘VJ특공대’의 시초라 할 수 있는 ‘특종 비디오 저널’이라는 프로그램을 KBS에서 담당하게 됐어요. ‘VJ특공대’가 생긴 후에는 1회 빼고 지금까지 제가 맡아서 하고 있네요. 이제는 제작진이 애드리브를 저한테 맡겨요. ‘VJ특공대’를 16년 동안 하다보니까 첫 소절만 읽어도 감이 오죠. 제게는 가장 편안하고 익숙한 프로그램이에요. ‘VJ특공대’를 녹음하면서는 오히려 스트레스를 풀죠.”

녹음실이 익숙해져 자칫하면 나태해질 수 있는 경력이지만 박기량은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는 다짐을 전했다.

“녹음 외에 진행도 하면서 다양하게 활동하고 있어요. 정확한 수입을 공개할 수는 없지만 스포츠카를 모으는 게 취미예요. 지금까지 30여 대의 차량을 섭렵했죠. 몇 십 억을 썼지만 절대 후회하지 않아요. 이걸로 저의 활약을 대신 답하겠습니다. (웃음) 어쨌든 저는 녹음 외적으로도 활동 중이고요. 다양한 카드를 꺼내 보일 수 있도록 앞으로도 노력할 겁니다.”

동아닷컴 전효진 기자 jhj@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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