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diary] 12개 지역 근현대 유물 찾아 떠난 시간여행

입력 2016-06-10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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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현대사를 따라 떠난 여행|남민 지음|테마 있는 명소 펴냄

역사의 시계바늘을 100년 전으로 돌려보자. 1900년 전후. 국권은 다른 강한 나라에게 빼앗겼고 서민들은 고통에 빠졌다. 문명의 이기는 서민을 위한 것이 아니라 강대국의 배를 불리기 위한 수탈의 도구였다. 철도의 간이역이 그렇고, 호남평야를 삼킨 고리대금업 일본은행이 그렇다. 여전히 남아있는 그 흔적은 상처이자 역사다. 혹자는 그 수치스러운 흔적들을 허물고 없애 버리자고 하지만 그것은 그들의 잘못을 지울 뿐이다. 다행히 많은 흔적들이 남아서 ‘그 날’을 알려주고 있다. 그렇다. 존재하는 것은 그 이유가 있는 법이다. 근현대사라고 부르는 역사 현장의 시계는 세속의 시간처럼 LTE급으로 흘러가지 않는다. 멈춘 듯 잠자는 듯 느릿느릿 거북이처럼 돌아가고 있다.

역사와 문화 그리고 사람들의 이야기를 찾아 감성여행을 하고 있는 남민 작가가 잠자고 있는 근현대의 흔적을 찾아 시간여행에 나섰다. 대구 군산 인천 통영 익산 부산 서울 등 12개 지역의 근현대사의 유물들이 그 대상이다. 이를테면 일제강점기의 유물들이 잘 남아 있는 군산에선 호남평야를 낀 수탈의 군산항을 중심으로 적산가옥의 이야기를, 인천에선 청나라와 일본의 각축 현장에서 힘겹게 살았던 우리의 어린 소녀의 삶을 소개한다. 또 목포에선 일제강점기 노래까지 빼앗긴 가수의 눈물을, 창원에선 진해군항제의 탄생 비화를 들려준다. 그렇다고 우울한 이야기만 있는 것이 아니다. 통영에선 유치환 박경리 등 걸출한 문학인들이 많이 탄생한 배경과 요즘 한창 뜨고 있는 동피랑벽화마을의 변신의 의미를 달달하게 들려준다. 모두 12개 도시에 40개의 이야기들을 발굴해 엮었다. 역사가 담긴 사람들의 이야기도 맛깔스럽지만 책에 실린 400여장의 옛 사진과 오늘날 현장의 사진은 퍽 정감 있게 다가온다. 자칫 딱딱할 수 있는 역사기행을 인문지리와 문학 등 저자의 넓고 깊은 지식을 씨줄과 날줄로 잘 엮어 옛 이야기를 듣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대화라고 했던가. 그 대화를 엿듣는 맛은 구수한 숭늉을 마시는 것 같다.

[스포츠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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