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 헨더슨, 메이저 첫 우승…LPGA는 10대들의 전쟁터

입력 2016-06-14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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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 골프신동 브룩 헨더슨(캐나다)이 13일(한국시간) 미국 워싱턴주 사마미시 사할리 골프장에서 열린 미 LPGA 투어 메이저대회 위민스 PGA 챔피언십에서 연장 끝에 세계랭킹 1위 리디아 고를 꺾고 우승트로피를 번쩍 들어올렸다. 헨더슨은 이번 우승으로 세계랭킹 2위로 뛰어올랐다.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 ‘세계랭킹 1위’ 리디아 고 꺾고 위민스 PGA 챔피언십 정상

동갑내기 리디아 고 연장서 제압
파워풀 스윙·두둑한 배짱 돋보여
세계랭킹도 4위에서 2위로 점프


골프신동이 천재를 꺾었다. 캐나다 출신의 겁없는 신예 브룩 헨더슨(19)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두 번째 메이저대회 위민스 PGA 챔피언십(총상금 350만 달러)에서 최강 리디아 고(19·뉴질랜드)를 꺾고 데뷔 후 처음으로 메이저 우승트로피에 입을 맞췄다.

헨더슨은 13일(한국시간) 미국 워싱턴주 사마미시 사할리골프장(파71)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6언더파 65타를 몰아치며 합계 6언더파 278타로 리디아 고와 함께 공동선두로 정규라운드를 끝냈다.

승부는 연장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뜻밖의 결과가 나왔다. 19세 골프천재와 신동, 세계랭킹 1위와 4위, 연장 무패의 강적과 메이저 첫 우승을 노리는 새내기의 대결에서 헨더슨이 완벽한 승리를 따냈다. 연장전 3전 전승 행진을 이어오던 리디아 고는 처음으로 패배를 맛봤다. 지난해 에비앙 챔피언십, ANA인스퍼레이션 우승으로 이어온 3연속 메이저대회 우승도전도 좌절됐다. 헨더슨은 우승상금 52만5000달러(약 6억1500만원)까지 챙겨갔다.

한국선수들은 유소연(26)과 박희영(29), 이미림(26)이 공동 4위(2언더파 282타)에 올랐다.


● 평범하지 않았던 골프신동

1997년생 동갑내기 헨더슨(9월10일생)과 리디아 고(4월24일생)는 비슷한 길을 걸었다. 먼저 두각을 보인 건 리디아 고. 14세 때 호주여자프로골프 뉴사우스 웨일스오픈(2012년)에서 프로골프대회 사상 세계 최연소 우승(14세9개월5일)을 차지하며 일찌감치 눈도장을 받았다. 같은 해 아마추어 자격으로 LPGA 투어 캐나다여자오픈에서 우승했다. 16세에 프로가 된 리디아 고는 2015년 최연소 세계랭킹 1위(17세9개월7일)에 올랐고 작년 에비앙 챔피언십에서는 최연소(18세4개월20일)로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하는 등 다양한 기록을 쓰고 있다.

헨더슨 역시 평범하지 않았다. 어린시절에는 아이스하키 선수 출신 아버지의 영향으로 스틱을 잡았다. 골키퍼로 활동하면서 재능을 보였다. 골프에 전념한 이후엔 캐나다 주니어 무대를 휩쓸었다. 특히 2012년 캐나다여자아마추어챔피언십에서는 리디아 고의 최연소 우승 기록을 갈아 치웠다. 당시 나이는 14세9개월3일에 불과했다. 아마추어 시절 프로골프대회에서 3승을 올렸고, 2014년 US여자아마추어챔피언십에서 준우승한 경력도 있다.

프로 데뷔는 조금 늦었다. LPGA 투어는 입회 기준을 만 18세로 규정하고 있다. 리디아 고와 렉시 톰슨 등이 이 규정을 깨고 앞당겨 프로가 됐지만, 헨더슨은 이런 혜택을 보지 못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비회원 자격으로 예선이나 스폰서 추천으로 대회에 출전할 수밖에 없었던 헨더슨은 포틀랜드클래식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LPGA 직행 티켓을 따냈다.


● 정교함을 꺾은 파워

리디아 고와 헨더슨의 경기 스타일은 전혀 다르다. 리디아 고가 침착하고 정교함으로 승부를 한다면, 헨더슨은 폭발적이고 공격적인 경기를 추구한다.

힘에서는 헨더슨이 앞선다. 키 165cm(LPGA 프로필 5피트4인치)로 큰 편은 아니지만 아이스하키를 했던 경력 덕분에 강력하고 파워풀한 스윙이 장점이다. 평균 드라이브샷은 267.67야드(10위)로 리디아 고(247.64야드)보다 20야드 이상 더 멀리 친다. 장타를 의식해서인지 헨더슨은 드라이버에 48인치 샤프트(미국골프협회 최대 허용치)를 장착해 사용하고 있다. 이보다 더 긴 클럽을 사용하는 여자골퍼는 거의 없다. 폭발적인 경기를 추구하는 선수들이 섬세함에서는 약점을 보이지만, 헨더슨은 그렇지도 않다. 페어웨이 안착률만 65.94%(107위)로 평균 이하에 머물고 있을 뿐 아이언 샷의 그린안착률(73.64%·9위)과 홀 당 평균 퍼트 수(1.78개·14위), 라운드 당 퍼트 수(29.51개·30위)는 수준급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물론 거리를 제외하고 모든 면에서는 리디아 고가 헨더슨보다 한 수 위다. 리디아 고는 홀 당 평균 퍼트 수(1.73개)와 라운드 당 평균 퍼트 수(28.89개) 부문에서 1위와 2위다.

기록에서 보이지 않지만 경기지배력에서도 아직까지는 리디아 고가 좀 더 우위에 있다. 리디아 고는 좀처럼 무너지는 선수가 아니다. 실수도 많지 않다. 우승을 눈앞에 둔 순간에도 침착한 경기 운영으로 경쟁자들의 추격을 따돌린다. 이날 17번홀에서 보여준 1m 버디 퍼트를 놓친 건 극히 드문 일이다.

헨더슨은 배짱이 두둑하다. 실수할 때도 있고 스스로 무너질 때도 있다. 그러나 연장전에서 보여준 두 번째 샷은 헨더슨의 투지와 배짱을 그대로 보여줬다. 리디아 고가 먼저 공을 그린에 올려놓은 상태에서 완벽하게 자신의 스윙을 구사하며 공을 홀에 더 가깝게 붙여 놨다. 헨더슨이 아닌 다른 선수였다면 다른 결과가 나왔을 가능성이 높다.


● 10대들의 전쟁

LPGA 투어는 두 명의 10대가 완전히 장악했다. 헨더슨은 이날 우승으로 세계랭킹 포인트 8.33점을 기록, 박인비를 밀어내고 세계랭킹 2위로 올라섰다. 컷 탈락한 박인비는 3위(8.23점)로 밀려났다. 1위는 여전히 리디아 고(13.97점)다.

아직까지는 리디아 고가 크게 앞서 있어 당분간 여제의 자리를 빼앗기지는 않을 전망. 그러나 LPGA 투어는 7월 US여자오픈과 브리티시여자오픈 그리고 9월 에비앙 챔피언십 등 3개의 메이저대회를 더 남겨두고 있어 헨더슨의 추격전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관심이 쏠린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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