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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부터 2011년까지 프로축구연맹에 머물다 2013년초 축구협회로 자리를 옮긴 A는 그해 3월 심판 체력테스트에서 특정 심판들을 챙겨주도록 지시했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연말 사직한 바 있다. 2008년 2월부터 2010년 2월까지 전직 프로축구 심판 C에게서 “심판으로 재선임되고, 주심으로 많이 배정받도록 도와달라”는 명목으로 1250만원(15회)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B도 C로부터 2013년 1월부터 이듬해 11월까지 같은 명목으로 850만원(10회), 2014년 11월 K리그 챌린지(2부리그) 경남FC 코치로부터 “판정에 불이익이 없도록 해달라”는 청탁 명목(국민체육진흥법 위반)으로 300만원을 각각 수수한 혐의다.
● 심판은 ‘갑’, 심판위원장은 ‘슈퍼 갑’
심판의 권위는 누구도 건드릴 수 없다.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기 위해 목소리를 내면 곧장 칼날을 휘두른다. 오심이 나와도 “판정은 정확했다”는 말만 반복한다. 피해는 고스란히 엉뚱한 곳을 향한다. 구단과 선수가 ‘을’과 ‘병’이라면 심판은 ‘갑’이고, 심판위원장은 ‘슈퍼 갑’이라는 말이 괜한 소리가 아니다.
몇 년 전이었다. K리그 모 구단에 한 심판이 연락을 해왔다. “2주 뒤 내가 그 팀 경기에 배정된다.” 이 구단이 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프로축구연맹에 이를 알리자, 오히려 “누가 그런 이야기를 하고 다니느냐”고 되물었고, 이후 심판 고위관계자가 해당 구단을 찾아와 ‘이런 식으로 나오면 곤란하다’는 뉘앙스를 내비쳤다고 한다.
심판위원장이 경기 배정 전권
이에 대해 당시 프로축구연맹은 ‘판정 시비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심판4명(주심·대기심 각 1명, 부심 2명)을경기 전날 알리고, 누가 주심인지는 당일 확인시킨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위
의 내용이 사실이라면, 심판 배정은 꽤일찍 이뤄지고 당사자들이 사전에 배정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가된다. 프로축구연맹은 지난해 축구협회에서 들여온 컴퓨터 시스템으로 심판을 배정한다고 공표했다.이에 한 전직 심판은 “심판위원장이배정의 전권을 쥐고 있었다. 전자 시스템은 없었다. 철저히 ‘수기분류’였다”고 털어놓았다. 더 큰 문제는 모든 심판이 아닌 일부 심판이 자신의 배정 상황을사전에 알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윗선의 눈 밖에 난 심판들은 별다른 이유도 없이 배정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허다했다. 어떻게, 어떤 루트로 그 일부가 배정
상황을 알고 있었는지는 당사자들이 입을 열지 않는 한 확인할 방법이 없다.꾸준히 배정을 받고, 좀 더 주목도 높은 경기를 맡으려면 심판위원장에게 잘보여야 하는 구조였다. 이 때문에 상납과 접대가 이뤄질 수 있다. 결국 ‘라인’이 형성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스카우트 등 구단이 심판에게 돈을 건네고,또 일선 심판은 심판위원장에게 금품을 전달하는 악습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있었다고 볼 수 있다. 한 축구인은 “컴퓨터 배정도 오픈돼야 한다. 특정 심판들과 자주 마주치고 피해를 본다고 호소하는 팀들이 존재하는 만큼, 정말 공정하게 배정이 이뤄지는지 공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해 모 구단은 특정 심판의 판정에 대한 수사를지역 검찰청에 접수하기도 했다.
● 파장은 어디로?
지난해 말 경남과 올 5월 불거진 전북의 심판매수 혐의에 대해 당시 검찰은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많은 팀이 관심을보이고 있다”며 여운을 남겼다. 결국 검찰 수사는 계속 진행 중이었음이 이번 A와 B에 대한 불구속 기소를 통해 드러났다. 특히 수사가 점차 축구계 핵심부를 향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A와 B에게 돈을 전달한 C는 경남 사태 당시 법적 처벌(징역형)을받은 심판으로, 전북 스카우트와 연관된 인물은 아니다. 검찰은 “C를 추가 수사하고, 계좌 추적을 진행하다 A와 B의 비위 혐의를 포착했다”고 밝혔다.수사는 이미 확대됐다. 전북 사건은 2013년에 한해 수사가 이뤄졌지만, 전직심판위원장들의 비위가 드러난 만큼 이들의 재임 기간이 전부 수사범위가 될수 있다. A는 1250만원 가운데 공소시효가 지나지 않은 400만원에 한해 기소됐지만, 상대적으로 최근인 B는 다를 수있다. 프로축구연맹 관계자는 “곤혹스럽다.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할 때”라며 답답해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