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대 설기현 감독.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본 운동 땐 조직력 높이는 훈련만
‘아침식사-오전훈련-점심식사-낮잠-오후훈련-저녁식사-야간훈련-취침.’
국내 아마추어선수들 대부분의 일과다. 자기계발의 시간이 턱없이 부족한 데다, 훈련에 시달리다보면 자연스럽게 창의성도 떨어진다.
성균관대 축구부를 이끌고 있는 설기현(37·사진) 감독은 기존 지도방침을 완전히 깨고 선수들에게 자율성을 부여하는 훈련 방식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지난해 3월 성균관대 감독으로 부임한 이후 본 운동은 하루 1시간10분 이내로 제한하고 있고, 주말에는 선수들에게 무조건 휴식을 주고 있다.
자신의 훈련 방침에 대해 설 감독은 “선수생활 동안 다양한 곳에서 축구를 하면서 훈련 문화를 익혔다. 거기서 좋은 부분만 가져와서 적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1시간10분의 훈련시간에는 조직력을 높이는 훈련만 한다. 나머지 시간은 선수 개인이 부족한 부분을 스스로 보완하는 것이다. 개인 능력이 좋아지면 자연스럽게 더 강한 조직력이 나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설 감독의 지도 하에 성균관대는 지난해 추계대학연맹전 4강, U리그 왕중왕전 준우승 등의 성과를 내며 대학축구의 강호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모든 것이 설 감독의 의도대로 되지는 않았다. 중·고교 시절 스스로 훈련하는 것 보다 누군가 시켜서 운동하다보니, 선수들은 자연스럽게 수동적 훈련이 더 익숙하다. 설 감독은 “지도자생활을 해보니 변수가 많다. 그 변수 중 하나가 바로 이런 것(수동적 자세)이다. 내 선수시절만 생각했다. 자신이 부족한 부분을 알아서 찾아 훈련하는 선수가 있는 반면, 알아서 하는 것이 안 되는 선수들도 있다. 그런 선수들은 하나씩 짚어주고 있다”고 밝혔다.
부임 1년여 만에 능력을 인정받은 설 감독은 최근 K리그 챌린지(2부리그) 서울이랜드 신임 사령탑 후보로 거론되는 등 프로팀들의 관심을 사고 있다.
그는 “선수는 능력이 좋으면 좋은 대우를 받는다. 지도자도 마찬가지다. 프로로 가는 것을 생각하기 이전에 내가 노력해서 더 좋은 지도자가 되는 것이 우선이다. 지도자가 참 어렵다.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다. 더 노력하겠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