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당무의 경마오디세이] 파란 깃발의 출발…하얀 깃발의 제어

입력 2016-07-01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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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의 꿈을 안고 경주마들이 막 출발대를 나서고 있다. 출발대와 출발신호 차량의 파란색 깃발은 레이스 성립의 중요한 요소다. 사진제공|한국마사회

경마의 시작, 출발의 모든 것

파란 깃발, 출발대 문제발생시 알리는 수단
보조원 2명이 힌색 깃발로 ‘출발 무효’ 알려


“발매가 마감되었습니다”라는 장내아나운서의 목소리가 들리면 출발현장은 바빠진다.

경주마에게 철제로 만들어진 출발대에 들어가 잠시나마 대기해야 하는 그 순간은 스트레스다. 때문에 출발대 진입을 꺼리는 말도 있고, 난동을 부리는 경우도 종종 있다.

출발대에 들어가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는 경우 말의 눈을 가리기도 하고, 심하게 몸을 요동치거나 주저앉으려는 말의 엉덩이를 있는 힘을 다해 밀기도 한다. 이 와중에 출발요원들은 현장에서 예기치 못한 사고를 당해 병원신세를 져야 하는 경우도 많다.

출발현장 입장에서 경주의 시작과도 같은 출발준비의 시작을 알리는 것은 다름 아닌 ‘파란색 깃발’이다. 대부분의 경마 팬들은 깃발의 존재를 모르고 지나치기 쉽다. 남다른 눈썰미로 깃발의 존재를 알아차린다 해도 “저 사람은 하루 종일 깃발만 흔드네? 정말 편한 일을 한다”라고 생각하기 십상이다.

경마장에 가면 파란색 깃발을 흔드는 사람이 있는 곳을 먼저 찾아보자. 출발대 바로 앞에 있는 출발신호 차량에는 주변보다 3m 정도 높이 오를 수 있도록 특수 설계된 리프트가 장착돼 있다. 마치 망루같다. 리프트 위에는 출발을 최종적으로 통제하는 출발위원이 오른다. 경주마에 기승한 기수들에게 출발대로 진입해야함을 알리는 의미에서 파란색 깃발을 좌우로 흔든다. 파란색 깃발이 펄럭이는 그 순간 경주마들은 미리 정해진 순서에 따라 출발대로 하나둘 진입하기 시작한다.

출발대로 모든 경주마들의 진입이 끝내면 깃발을 흔들던 출발위원은 이상이 없는지를 각 칸에 진입해 있는 출발요원들로부터 보고받는다. 이후 이상이 없다고 판단되면 곧바로 출발대의 문을 여는 스위치를 누른다. 이 스위치는 유압으로 작동한다. 조금의 오차도 없이 출발대의 모든 문이 동시에 열리도록 설계돼있다.

출발대의 문을 동시에 열도록 통제하는 출발위원은 출발이 정상적으로 이뤄졌는지를 판단해야 한다. 만약 ▲출발대가 고장이 나서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거나 ▲정상적인 출발에 지장이 있었다고 판단될 경우 지체 없이 파란색 깃발을 다시 흔들어 이 사실을 알려야 한다. 파란색 깃발은 출발준비의 시작을 알리는 다소 평범한(?) 준비신호지만 출발이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않았을 때도 매우 중요한 용도다. 출발불성립을 알리는 중요한 신호체계가 숨어 있는 것이다.

만약 이러한 경우가 발생한다면 출발위원의 파란색 깃발의 움직임을 보고 전방에 있는 보조원들은 다시 흰색 깃발을 좌우로 격렬하게 흔들어댄다. 이미 출발대를 지나온 기수들은 출발위원의 파란색 깃발을 볼 수 없으므로, 전방에 있는 불발보조원의 흰색 깃발로 출발에 이상이 있다는 출발위원의 신호를 전달하는 것이다. 경주에 열중해 흰색 깃발을 못 볼 경우를 대비해 결승선 방향으로 출발대 전방 200m 지점과 250m 지점에 두 명의 보조원이 흰색 깃발을 준비하고 항상 대기한다. 이 보조원들은 출발대가 열림과 동시에 출발위원의 파란색 깃발의 움직임 유무를 판단해야 하고 경주마들이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것도 동시에 봐야한다.

기수들은 자신이 탄 경주마가 출발대를 정상적으로 나왔다 하더라도 전방의 보조원들이 흰색 깃발을 흔들고 있다면 출발이 무효가 되었음을 알고 다시 출발선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재출발은 단 한 차례뿐이다. 재출발 마저도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한국마사회법 시행규칙에 의해 경주불성립에 해당된다. 관련된 마권은 환불된다. 이처럼 경마의 시작인 출발현장은 파란색 깃발이 통제하며, 흰색 깃발 두 개가 이를 돕는다고 볼 수 있다.

경마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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