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오래도 걸렸다. 수영선수 박태환(27)이 온갖 우여곡절 끝에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무대를 밟게 됐다. 국내 법원도,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도, 대한체육회도 박태환에게 올림픽 출전자격이 있음을 공식화했다. 그러나 생채기는 깊었다. 기나긴 과정 속에 선수는 이미 큰 상처를 입었고, 숱한 희생자들도 함께 등장했다.
2014인천아시안게임을 앞두고 금지약물 복용으로 국제수영연맹(FINA)으로부터 1년 6개월 선수자격정지 처분을 받은 박태환은 지난 3월 징계에서 풀렸다. 그리고 첫 번째 공식 무대로 리우올림픽 국가대표 2차 선발전을 겸한 4월 동아수영대회를 택했다. 여기서 박태환은 남자 자유형 전 종목(100·200·400·1500m)에서 올림픽 A기준기록(자동출전기록)을 통과했다.
문제는 그 후. ‘금지약물 징계 선수는 징계 후에도 3년간 대표팀에 복귀할 수 없다’는 대한체육회 규정이었다. 당시 여론은 엇갈렸다. 선수를 향한 동정론 못지않게 엄정한 처분을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많았다. 수개월 동안 팽팽한 공방이 진행된 내내 체육회 입장이 기준도, 원칙도 없이 오락가락했다. 내부 의견조차 통일되지 않았다. 조영호 사무총장이 “기록은 기록, 규정은 규정”이라고 할 때, 김정행 공동회장은 “선수의 올림픽 출전을 찬성 한다”고 말했다. CAS와 국내 법원을 오간 법적 공방도 마찬가지. “CAS 결정은 국내법과 달라 가속력이 없어 반드시 따를 의무가 없다”던 체육회는 국내 법원이 ‘체육회 규정은 이중징계’란 박태환 측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자 “CAS 처분이 (법원보다) 우선시 된다”며 상반된 입장을 전했다. 많은 체육계 인사들이 “불리해지면 체육회가 말을 바꿨다. 규정→국내 법→국제 법이 전부 등장했고 모두 오류가 나왔다. 일찌감치 화살을 피해갈 수 있음에도 어른스럽지 못한 처신을 했다”고 지적하는 까닭이다.
대한체육회의 오락가락 갈지자 행보 탓에 수영선수들의 피해도 대단하다. 박태환의 올림픽 출전 여부는 진천선수촌에서 훈련에 매진해온 남자 자유형 선수들의 최대 이슈였다. 올림픽 B기준기록 통과자들인 이들은 박태환이 올림픽 출전권을 얻으면 자연히 리우로 향할 수 없게 된다. 박태환 관련 결정이 늦어지면서 괜한 마음고생을 하고, 불필요한(?) 훈련만 하다 선수촌을 떠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됐다. 선수들의 잃어버린 시간, 체육계의 깎인 체면과 위신…. ‘박태환 사태’는 누구에게도 웃음을 주지 못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