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리포트] 벤치서 뛴 ‘열정 호날두’

포르투갈 선수들이 11일(한국시간)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벌어진 유로2016 결승에서 프랑스를 꺾고 우승한 뒤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포르투갈축구 역사상 메이저대회 우승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부상 교체이후 감독보다 더 동료들 독려해
佛 그리즈만 “골든부츠보다 준우승 슬픔 커”

포르투갈이 11일(한국시간) 생드니의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열린 개최국 프랑스와의 2016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16) 결승에서 연장 접전 끝에 에데르(29·릴)의 결승골에 힘입어 1-0 승리를 거두고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이로써 포르투갈은 메이저대회 첫 우승의 기쁨을 맛보는 한편 1975년 이후 이어진 프랑스전 10연패의 사슬도 끊었다.

포르투갈은 조별리그 3위로 간신히 16강 토너먼트에 올랐고, 결승을 포함해 총 7경기를 치르는 동안 정규 90분 이내 승리는 웨일스와의 준결승뿐이었다. 특히 주장이자 세계적 스타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1·레알 마드리드)가 프랑스전 전반 부상으로 교체된 가운데서도 값진 결과를 낳아 극적 반전의 묘미까지 선사했다.

연장 후반 4분 에데르의 선제골이 터지자 스타드 드 프랑스의 홈팬들은 정적에 빠졌다. 취재석 주변의 프랑스 관중은 손으로 머리를 감싸거나 입을 막고 고개를 숙였다. 16년만의 메이저대회 우승이 멀어졌기 때문이다.

전반 부상으로 교체되면서 눈물을 보였던 호날두는 연장전 내내 벤치에서 감독보다 더 열정적으로 동료들을 독려해 눈길을 끌었다. 특히 한 선수가 힘이 빠져 그라운드에서 나오자 프랑스 벤치 구역까지 넘어가 다시 그라운드로 이끄는 모습에선 그가 얼마나 우승에 목말라있었는지를 목격할 수 있었다.

결승전 최우수선수(MOM·Man Of the Match)로 선정된 포르투갈의 페페(33·레알 마드리드)는 “이번 우승은 호날두를 위한 선물이다”며 절친한 호날두를 언급했고, 에데르 역시 “호날두가 내게 골을 넣을 것이란 믿음을 줬다. 큰 힘이 됐다”고 밝혔다. 다음 시즌부터 바이에른 뮌헨(독일)에서 뛸 포르투갈의 헤나투 산체스가 이번 대회 최고의 영플레이어로 선정됐다. 산체스는 18세 328일로 유로대회 역사상 최연소 결승전 출전 기록을 세웠다. 반면 6골로 골든부츠(득점왕)를 받은 프랑스의 앙투안 그리즈만(25·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은 경기 후 “아마 수년이 흐른 뒤 골든부츠를 수상한 것에 대한 자부심이 있겠지만, 지금 당장은 준우승의 슬픔이 더 크다. 너무도 우승하고 싶었다”며 안타까워했다.

경기 후 우연히 만난 전 스완지시티(잉글랜드) 감독 미카엘 라우드롭(52)은 “조별리그에서 3무를 거두고 올라온 팀이 우승까지 했다. 이래서 축구란 어떤 일이 일어날지 예상하지 못하는 매력적 스포츠다. 포르투갈이 대회 최고의 경기력을 보인 팀은 아니지만, 정신력은 굉장히 강했다”고 평가했다.

생드니(프랑스) ｜ 허유미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