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장’ 김경문 감독이 말하는 NC야구의 길

입력 2016-07-20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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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김경문 감독은 한국시리즈 우승 경력이 없음에도 KBO리그를 대표하는 명장으로 꼽힌다. 성적과 육성이라는 팀의 건강한 발전을 끌어내면서도 자신을 굳이 돋보이려고 하지 않는 성품이 김 감독의 가치를 더 높이고 있다. 스포츠동아DB

NC 김경문 감독(58)은 어렵다. 그 깊이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스스로를 고독 속에 가두는 ‘침묵의 카리스마’로 감독이라는 정점에서 약 12년을 버텨왔다. 많은 것을 이룰수록 오히려 김 감독은 절제의 벽을 높이 쌓아올리는 것 같았다. 그럴수록 명장(名將)의 행적을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날 것의 생각 자체를 듣고 싶었다. 그 희소한 기회가 6월 중순 찾아왔다. 김 감독은 “이렇게 오래 얘기 해보기도 오랜만”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거의 한 달이 흘러 대화를 기사화하는데 시의성은 장애가 되지 않았다. 역시 보편성은 시간을 초월한다.

“선수가 어려운 상황 풀어가는 힘 갖춰야 강팀”


-전반기 15연승을 했다.

“아마 시간이 지난 다음에야 쉽지 않음을 실감할 것이다. NC가 오래된 팀이 아닌데 선수들한테 고마운 마음이 크다.”


-연승 후 바로 연패도 빠졌다.

“15연승도 뜻하지 않은 것이었지만 감독은 그 다음에 찾아올 어려움에 대해 준비해야 되는 자리임을 실감한다.”


-지난해 주전타자 9명이 모두 규정타석을 채웠다.

“감독의 목표가 가을야구냐, 우승이냐에 따라 플랜이 달라진다. 지난해 그런 기록이 이뤄진 것은 가을야구까지 기대를 못했으니까 선수들을 만들기 위해 더 기다리고 기회 준 과정에서 나온 결과였다. 감독이 급하지 않았다. 스스로 싸워 이기는 법을 터득하게 해주고 싶었다.”


-올해는 목표점이 다를 듯하다.

“올해는 누가 봐도 우승후보다. (나 스스로도) 우승을 하고 싶은 목표가 있고…. 박석민 영입하며 목표가 한 단계 더 위에 있다. 감독을 할수록 야구는 선수가 어려운 상황을 풀어내며 이기는 것이 강팀이라고 느낀다. 단 선수의 컨디션은 매일 똑같지 않다. (최적의 경기력이 나오도록) 상황을 바꿔주는 것은 감독의 책임이다. 올해는 부상선수가 나오기 전에 골고루 써야 되겠다고 생각했다. 9명 규정타석은 절대로 못 나온다(웃음).”


-감독은 어떻게 선수의 역량을 파악하나?

“기다려준다. 그리고 지켜본다. 선수들마다 조금씩 성격 차이가 있다. 내성적인데 게임에서는 공격적인 선수가 있다. 그 반대도 있다. 경기를 통해 느낌이 온다. 단 선수들은 프로 세계에서 부각되려면 야구장에서만큼은 순한 선수가 되면 안 된다. ‘착하다’는 좋은 소리가 아니다. ‘독하다’는 소리를 들어야 한다. 자기를 질책하는 선수 중 성공하는 선수가 많다.”


-감독은 미래를 보고 2군 선수들까지 눈 안에 넣어야 할 텐데?

“마무리 훈련 때 많이 본다. 구단에서 지원을 많이 해줘 선수들을 많이 데려간다. 주전선수가 아플 때 그 다음 그리고 그 다음까지 보려 한다. 당장은 안 써도 파악을 해놓고, 보고서를 받으며 감독의 생각과 팀 상황을 연결해 (구상을) 가져간다.”

NC 김경문 감독. 스포츠동아DB


“감독은 사심을 버려야하는 자리”


-김 감독쯤 되면 선수를 보면 미래가 보일 것 같다.

“내가 보는 게 다 맞지는 않다. 느낌이 오는 선수는 있다.”


-나성범을 투수가 아닌 타자로 시킨 것은 보통 결단이 아니었다.

“결과가 좋았다. 사심이 있었다면 결정이 두려웠겠지만…. NC라는 신생팀에서 감독보다 스타를 빨리 만들 의무가 있었다. 당시 투타 모두 팀이 완성이 안 됐는데 나성범이 투수가 되면 1~2점 줘야 겨우 이길 것이다. 그럼 5~7승 투수일 텐데 어필이 안 된다. 팬들에게 기억을 줄 수 없게 된다. 나성범의 주력, 어깨, 성품, 자세를 봤을 때 아프지 않은 이상 타자로서 전 경기에 나갈 수 있다고 봤다. ‘NC의 스타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투수가 감독을 이기게 해주는 것을 알지만 그 순간은 아니었다. NC야구를 좋아하는 팬을 만드는 것도 감독의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면담 자리에서) 성범이가 앉자마자 ‘감독 믿느냐, 타자했으면 좋겠다. 한 번 해보자’고 말했다. 나중에 들었는데 성범이는 나한테 ‘투수 하고 싶다’고 말하려고 했었다더라(웃음). 나성범을 통해 ‘성실함은 천재를 이긴다’는 말을 실감한다.”


-나성범을 일본의 오타니처럼 투타겸업으로 키울 생각은 없었나?(웃음)

“욕심이 지나치면 화가 된다. 하나라도 완벽한 선수로 가는 것이 좋다.”


-감독은 어떻게 구성원의 지지를 끌어내야 하는가?

“야구계가 바람이 많은 곳이다. 감독을 10년 넘게 해보니 성적이 떨어지는 팀에서 쓸데없는 말들이 많이 돈다. 그러면서 (성적이 안 나오는 시련을 거치며) 감독이 더 강해지는 것이다. 감독은 나 자신이 아니라 팀을 위해 있는 자리다. 좋은 소리만 들으려 하지 말아야한다. NC는 프런트의 현장 지원이 확실한 팀이다. 대표님, 단장님 간섭이 전혀 없고 믿어주니까 감독이 확고한 자신감을 가지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겉으론 초연한 척해도) 감독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반성 많이 한다. ‘감독이 조금 더 잘했으면 이길 수 있었는데’ 하는 경기를 놓치면 반성 많이 한다.”


-큰 틀에서 NC는 목표대로 가고 있는 것인가?

“창단 첫해 7위를 했고, 이후에 2년 연속 포스트시즌을 갔다. 올해도 가면 3년 연속이 된다. 창원 팬들에게 잔치를 많이 보여주기 시작하면 팬들은 저절로 모인다. 그러다 우승은 어느 시기에 온다. 조용한 명문팀이 되어가는 과정이다.”

“즐거운 야구, 초심 잃지 않고 싶다”


-우승에 대한 한(恨)이 없진 않을 것 같다.

“있다. 댓글 보면 상처받고(웃음)…. 마지막 목표가 우승이다. 이 팀에서 한번 해보고 싶다.”


-올해는 더 우승 열망이 강렬하겠다.

“감독이 스트레스 속에 쌓여서 야구하면 너무 힘들다. 첫째 나부터 즐거워야지. (한국시리즈 우승에) 쫓기는 모양새는 좋지 않다.”


-즐거울 수 있을까?

“즐거우려고 해야 된다. 우승하고 싶다고 생각하면 감독이 욕심을 낸다. 우승 욕심이 없다는 것은 아니지만 욕심을 내면 초심이 깨진다. 처음 NC 감독 시작할 때 ‘선수 도와줘서 좋은 팀 만들고, NC 사랑하는 팬들에게 좋은 야구 보여줘서 좋은 팬들 만들고’, 이 마음을 잊지 않고 싶다. 그런데 감독이 우승만 욕심내면 선수들이 미워진다. 그럼 초심이 깨지는 것이다. 그러면 지도자 자격 없는 것이다. 감독 자리 하면 안 되는 것이다.”


-김 감독이 위상에 비해 지나치게 절제한다는 세평도 있다.

“말을 잘 못하는 것도 있지만 자랑이 되면 안 된다. 내가 베이징에서 큰 것(올림픽 금메달)을 누렸다. 돈으로 살수 없는. 그 이상 욕심내면 나도 다친다. ‘우승하고 재계약해야 되고’, 이렇게 야구하면 서글퍼진다. 그거는 선수들하고 열심히 하다보면 하늘에서 해주는 것이다.”


-감독이라는 자리에서 어떻게 자아도취를 절제할 수 있나?

“700승 거두고 여기까지 왔다. 1승 1승 쌓아오다 보니까 온 것이다. 한해 한해가 중요하다. 계약기간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감독은 도우미 역할이지만 그걸로 안 될 때가 있다. 선수들이 자기 위주로 생각할 때가 있다. 그럴 때 감독이 마냥 박수만 치면 안 된다. 그에 맞는 처방과 긴장도 한 번씩 줘야한다.”


-이제 NC도 세대교체를 준비할 때가 온 것 같다.

“베테랑이 잘해주고 있지만 항상 그 뒤를 준비하는 것이 내 역할이다. 감독이 고참들만 믿고 팀을 안주시키면 팀이 정체된다. 이 친구들이 노력을 하지 않으면 안 되게끔 항상 만들어야 된다.”


-한국야구는 감독의 역량이 확실히 커 보인다.

“그런 면이 없진 않다. 다만 감독이 너무 (비중을) 차지하려 드는 것도 아닌 것 같다. 감독은 나무에 비유하면 가지치기를 하는 자리 같다. 그래서 감독은 선수의 움직임을 봐야 한다. 스포츠는 ‘보이지 않는 마음’이 중요하다. 선수가 야구장 나와서 어떻게 준비하는지. 어제 못한 선수는 어떤 마음이고 잘한 선수는 어떤 마음인지. 그 마음이 오늘 경기에 많이 반영된다. 결국 감독은 어제 경기는 잊고 오늘 컨디션을 세밀하게 보는 사람이 돼야한다. 아프다고 하면 쉬게 해주니까 숨기고 뛰는 선수도 있는데 이것도 찾아내야 된다. 선수와 감독은 형제애도, 적당한 긴장선도 필요하다. 말은 쉬운데(웃음), 정말 쉽지 않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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