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미(오른쪽)와 3년 넘게 호흡을 맞추고 있는 일본인 캐디 시미즈 시게노리가 BMW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부진한 성적을 보인 이보미에게 “로봇인줄 알았는데 인간이었다”며 위로해 웃음을 줬다. 사진제공 | 르꼬끄골프
시게노리 “로봇 아닌가 생각했었다”
이보미(28·노부타그룹)의 캐디 시미즈 시게노리. 그는 3년 넘게 함께 투어 현장을 누비며 15승을 합작했다. 그가 본 이보미는 거의 완벽에 가까웠다. 기술적인 부분은 물론 멘탈에서도 빈틈이 보이지 않았다. 또 목표를 정하면 흔들리지 않고 반드시 이뤄내는 모습을 볼 때마다 놀라워했다.
올해는 더했다.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개막 이후 12경기 연속 톱10을 기록 중이고, 미국과 태국 등을 오가는 힘든 여건 속에서도 2승을 거뒀다. 시게노리의 눈에는 그런 이보미가 놀랍고 대단 보였다. 아니 어느 순간부터는 인간이 아닌 로봇처럼 다가왔다.
얼마 전 시게노리는 긴 한숨을 내쉬며 가슴을 쓸어내리더니 크게 웃었다. 검게 탄 얼굴에 하얀 이를 드러내며 활짝 미소를 지었다. 이날은 인천 영종도 스카이72골프장에서 열린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2라운드였다. 이보미는 약 3년 만에 국내 대회에 출전했고 그만큼 팬들의 관심도 많이 받았다. 하지만 성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해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이보미는 고전하다 겨우 컷을 통과했다. 그런데 시무룩한 표정의 이보미와 달리 시게노리의 표정은 마치 우승이라도 한 듯 밝았다. 그러더니 매니저와 트레이너 그리고 이보미를 향해 “오늘 이보미의 인간적인 면을 발견했다”며 껄껄거렸다. 이어 “지금까지 본 이보미는 완벽했다. 그래서 가끔 ‘로봇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런데 실수를 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보미도 인간이었구나’라는 사실을 알았다”며 위로했다. 캐디의 농담을 들은 이보미는 “저도 인간이에요”라며 덩달아 웃었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