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단속에 적발돼 물의를 빚은 래퍼 버벌진트가 자숙의 신기원을 열었다. 29일 ‘추적’과 ‘진실게임’이라는 두 곡의 새 음원을 발표해 지난 음주운전 사고에 대한 솔직한 심경을 담은 것.
여기에 버벌진트 측은 이 두 곡의 음원 수익을 교통사고 피해자 가정 유자녀 장학금으로 기부할 것임을 밝히기까지 했다.
이 같은 버벌진트의 행보는 자신이 저지른 잘못에 대한 처절한 반성으로 보인다. 공연 등과 같은 외부 활동을 전면 취소하는 대신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랩으로 심경을 표현하는 방식을 선택한 것이다.
앞서 버벌진트는 본인의 음주운전 관련 보도가 나가기 전 SNS를 통해 자신의 잘못을 자백하는 형태를 취한 바 있다. 그러나 이미 그의 음주운전과 적발 과정은 KBS2 ‘추적 60분’ 카메라에 담겨 있었다. 결국 방송을 통해 공개되기 전에 스스로 매를 맞는 형식으로 팬들의 동정표를 산 것이다.
이런 전력을 생각해 보면 버벌진트의 현재 행보도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달랑 음원 두 개를 낸 것을 두고 버벌진트의 활동 재개로 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음원을 통해 소비자에게서 일정한 수익을 거둬 유자녀에게 기부금을 내는 방식이 지나치게 신선(?)하다. 마치 국가의 관리 소홀로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했는데 국민들에게 ARS 전화로 돈을 거두는 형식과도 매우 닮았다.
그동안 연예계에서 사고가 발생할 때 연예인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반성의 뜻을 표출해 왔다. 무릎을 꿇거나 봉사 활동에 전념하거나 아예 두문불출하며 대중의 용서를 기다리는 방식이 사용되어 왔다.
과연 음주운전 한 번에 짧게는 몇 개월, 길게는 몇 년 동안 쉬었던 가수들은 음원을 내는 방법을 몰라서 내지 않았던 것일까. 또한 훗날 불미스러운 사건에서 무죄로 밝혀진 연예인들은 왜 죄가 없는데도 한동안 복귀를 하지 못했던 걸까.
분명 이들의 오랜 침묵은 자신이 저지른 과오로 얼어붙은 대중의 마음이 녹기를 기다린 시간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이번 버벌진트의 음원 발매는 긁어 부스럼을 만든 것에 불과해 보인다. 실제로 기사 댓글과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버벌진트의 음원 발표는 뭇매를 맞고 있다.
비록 가진 뜻이 옳더라고 물의를 일으킨 만큼 수단을 선택함에 있어서도 신중해야 했다. 자숙해야 할 시기에 음원을 내고 거기서 나오는 돈으로 장학금을 기부해 반성의 뜻을 밝힌다는 이 방식은 도대체 어느 나라 스타일인가.
사진 | 동아닷컴DB, KBS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