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t 피어밴드. 사진제공|kt wiz
야구는 결과가 중요하다. 그러나 과정 없는 결과는 없다. 라이언 피어밴드 역시 넥센에서 kt로 이적한 뒤 ‘어떤 과정’을 거쳐 강력한 투수로 거듭났다. 아직 1경기(7월31일 수원 롯데전·8이닝 2안타 무실점) 등판으로 섣부른 판단을 할 순 없지만, 이날 결과가 좋을 수밖에 없었던 그 과정에 대한 궁금증은 지울 수 없다. kt 조범현 감독은 팀을 옮긴 지 단 이틀 만에 달라진 피어밴드의 뒷이야기를 공개했다.
피어밴드는 이날 경기 후 승리비결로 너클볼을 꼽았다. 그는 마치 춤을 추듯 지그재그로 움직이며 떨어지는 너클볼로 타자들의 타격 타이밍을 흐트러뜨리고는, 기존에 구사하던 직구와 투심패스트볼, 체인지업으로 롯데 타자들의 손발을 꽁꽁 묶었다.
사실 너클볼은 쉽게 구사할 수 있는 구종은 아니다. 투수 입장에서는 제구를 잡기 쉽지 않고, 포수 입장에서는 어디로 떨어질지 몰라 포구하기 까다롭다. 피어밴드가 2015시즌을 시작하며 “너클볼 비율을 늘리겠다”고 선언했지만, 실전에서 잘 던지지 못했던 이유다.
그러나 조 감독은 피어밴드의 불펜피칭을 지켜본 정명원 투수코치로부터 너클볼 얘기를 듣자마자 실전 투구를 준비하도록 했다. 물론 포수 출신 조 감독이 너클볼의 위험성을 모를 리 없다. 그러나 제구만 된다면 타자를 흔들 수 있는 훌륭한 무기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조 감독은 가장 먼저 정 코치에게 “(스트라이크)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느냐?”라고 확인했다. “비슷하게 들어온다”는 정 코치의 대답이 돌아오자 피어밴드에게 “너클볼을 적극적으로 던지라”고 말했다. 그리고 경기 초반에는 주자가 없거나 볼카운트가 유리할 때 던지게 하면서 감각을 잡게 한 뒤 경기 후반부터 중요할 때마다 타자들의 타격타이밍을 뺏는데 활용하도록 독려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투수의 심리였다. 너클볼은 제구가 마음대로 되지 않기 때문에 자칫 폭투가 나오기 쉽다. 결정적인 순간에 잘못 구사하다가 주자를 득점권에 진루시키거나 최악의 경우 실점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조 감독은 피어밴드에게 같은 말을 다르게 주문했다. “폭투가 나와 봤자 주자가 진루하거나 1점을 주는 것 아니겠느냐. 상관없으니 자신 있게 던져라!”
두산 유희관의 시속 130㎞대 공이 위력적인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야구 전문가들은 가장 첫 번째로 ‘자신감’을 꼽는다. ‘구속이 느려도 내 공은 칠 수 없다’는 자신감이 타자들을 압도한다는 것이다. 피어밴드도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지우니 공이 한층 강해졌다. 조 감독이 피어밴드의 다음 등판을 기대하는 진짜 이유다.
마산 |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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