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셋업맨’ 장원삼의 달라진 책임감

입력 2016-08-06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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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장원삼.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1구, 1구에 더 소중함을 느끼면서 던져야 한다.”

삼성 장원삼(33)은 올 시즌 팀의 선발 한 축을 담당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입단 첫해인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109승(79패)을 따냈고, 지난 4년 연속(2012~2015시즌) 두자릿수 승리를 기록한 그의 활약을 의심한 이는 많지 않았다. 게다가 짝수해엔 단 한 번도 두자릿수 승리를 놓친 적이 없었기에 더욱 그랬다. 그러나 이 예상은 철저히 빗나갔다. 장원삼은 올 시즌 선발로 13경기에 등판해 2승7패, 방어율 7.59라는 최악의 성적을 거뒀다. 허리와 승모근 통증으로 2차례 엔트리에서 말소되는 아픔도 겪었다.

우여곡절 끝에 4일 문학 SK전에서 복귀전을 치렀다. 6월26일 kt전 이후 승모근 통증으로 2군에 내려간 뒤 39일 만에 다시 오른 1군 마운드였다. 참 많은 것이 달라졌다. 트레이드마크였던 덥수룩한 수염이 사라졌다. 보직도 선발이 아닌 구원, 정확히 말하면 필승계투조였다. 삼성 류중일 감독이 “선발과 마무리 심창민 사이에 확실한 카드가 없다. 장원삼을 필승계투조로 쓰겠다”고 밝힌 터라 이상할 건 없었다. “확실히 이길 수 있는 경기에 내보낼 것”이라던 류 감독의 말대로, 장원삼은 팀이 6-5로 앞선 8회말 마운드에 올랐다. 결과는 0.2이닝 2삼진 무실점으로 데뷔 후 2번째 홀드였다. 일단 첫 단추를 잘 끼웠다. 그래서인지 그의 표정은 한결 홀가분해 보였다.

구원등판은 지난해 7월14일 대구 넥센전 이후 387일, 홀드는 2012년 4월24일 대구 롯데전 이후 1563일만이었다. 둘 다 지금의 삼성라이온즈파크가 아닌 시민구장 시절이다. 그만큼 생소했지만, 책임감 하나로 버텼다. “항상 교체된 뒤 벤치에서 계투진이 던지는 걸 지켜보는 입장이었는데, 이렇게 중간에서 던져보니 힘들다. 선발투수가 잘 던졌는데, 내가 경기를 그르치면 그 미안함이 정말 클 것 같다. 혹시 못 던지면 어쩌나 걱정했다.” 진심이 느껴졌다.

장원삼은 공이 빠른 투수가 아니다. 시속 140㎞대 초반의 직구에 슬라이더, 체인지업, 커브를 곁들여 상대 타자를 제압한다. 필승계투요원보다 선발에 더 어울리는 유형의 투수다. 그러나 구속이 빠르지 않은 약점을 탁월한 제구력으로 극복할 수 있다. 장원삼은 “공 하나에 분위기가 넘어갈 수 있다”며 “1구, 1구에 더 소중함을 느끼면서 던져야 한다. 그게 선발과 셋업맨의 차이”라고 설명했다.

첫 단추를 잘 끼우면서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지금의 분위기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김대우, 권오준, 백정현, 박근홍 등 기존 계투진과 의기투합해 승리를 도울 준비가 돼 있다. 장원삼은 “시즌 첫 구원등판보다 1군 복귀전이라는 점에 더 신경 썼다”며 “한 달 만에 던지니 아직 적응이 안 되는데, 서서히 적응하다 보면 잘될 것이다. 몸 상태도 아픈 곳 없이 좋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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