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장현의 리우 리포트] 외쳐! 갓연경

입력 2016-08-08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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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자배구가 주장 김연경의 30득점 활약을 앞세워 6일(한국시간) 마라카나지뉴에서 열린 조별리그 A조 1차전에서 일본을 세트스코어 3-1로 꺾었다. 김연경이 득점을 올린 뒤 두 팔을 들며 환호하고 있다.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 여자배구 일본전 승리로 얻은 것

30득점…런던 3·4위전 패배 설욕
日 에이스 기무라와 대결서도 완승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여자배구 한일전 4세트 19-16, 한국의 리드. 양효진(27·현대건설)의 블로킹 벽에 가로막힌 일본 주장 기무라 사오리(30)의 잔뜩 일그러진 표정이 모든 것을 대변했다. 한국(세계랭킹 9위)이 6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마라카나지뉴에서 벌어진 리우올림픽 여자배구 조별리그 A조 1차전에서 숙적 일본(5위)을 세트스코어 3-1(19-25 25-15 25-17 25-21)로 꺾고 메달을 향한 순항을 시작했다.

에이스 대결에서 한국 주장 김연경(28·터키 페네르바체)이 압도했다. 양 팀 통틀어 최다인 30점(블로킹 2점)으로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4세트 21-17로 앞선 상황에서 짜릿한 블로킹으로 일본의 추격을 끊은 뒤 강스파이크로 23-18까지 격차를 벌렸다. 수비에서도 빛났다. 아끼지 않고 몸을 던지며 디그 6개, 리시브 9개를 성공시켰다. 기무라의 기록은 초라했다. 예전보다 실력이 떨어졌다는 평가지만, 동료들의 절대적 신뢰를 받는 일본의 ‘정신적 지주’다. 그러나 김연경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12점에 그쳤다. 4세트 막판 패색이 짙어지자 팀 의무진으로부터 종아리 마사지를 받으며 코트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은 침통했다. 대거 현장을 찾은 일본 취재진의 어깨도 축 내려앉았다.

김연경은 “일본과 1차전에 많이 집중했다. 솔직히 (2012년) 런던올림픽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설욕을 늘 꿈꿨고, 진짜 되갚아줬다”며 후련해했다. 한국은 4년 전 런던올림픽 조별리그에서 일본을 꺾었지만, 3·4위 결정전에서 져 동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스스로 달라진 것도 많다. 예나 지금이나 ‘한국배구의 여제’란 사실은 분명하지만, 더욱 경험이 쌓이고 노련미가 축적되면서 ‘완전체’로 거듭났다. 소속팀과 대표팀에서의 역할은 다르다. 제3자에 가까운 외국인선수가 아닌, 고참으로서 동료들을 챙겨야 한다. “큰 대회를 많이 소화하면서 어지간해선 긴장을 덜하게 됐다. (후배들에게) 여러 가지를 이야기해주고 있다.”

일본은 한국을 의식했다. 이어지는 일정도 만만치 않다. 개최국 브라질(3위), 러시아(4위), 아르헨티나(12위), 카메룬(21위)을 만난다. 각조 6개국 중 4위까지 8강에 오를 수 있지만, 순위가 높아야 유리한 토너먼트 대진을 받을 수 있다. 부상에서 회복한 기무라의 손가락을 붕대로 감아놓고 훈련시킨 뒤 외부에 “한국전 출전이 불투명하다”는 허위정보를 흘렸다. 여기에 속을 한국이 아니었다. 여자대표팀 이정철 감독(IBK기업은행) 등 많은 배구인들은 일본 지인들의 네트워크를 총동원해 기무라의 몸 상태를 살폈고, ‘출전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기무라가 있을 때와 없을 때의 일본배구는 전혀 다르다. 상대의 꼼수를 일찌감치 간파하고 정공법으로 착실히 준비한 ‘맞춤형 대비’가 뒤따랐다.

역대 통산전적 50승86패로 여전히 열세지만, 리우에서 한국여자배구는 강하다. 1976년 몬트리올대회 이후 40년만의 올림픽 메달 획득의 꿈은 라이벌전에서의 완벽한 승리로 한층 현실에 가까워졌다. 한국은 9일 러시아와 조별리그 2차전을 치른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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