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리포트] 신경전까지 뜨거웠던 김성근-김경문의 한밭 3연전

입력 2016-08-08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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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김성근 감독-NC 김경문 감독(오른쪽). 스포츠동아DB

한화 김성근(74) 감독과 NC 김경문(58) 감독은 프로야구 초창기 OB와 태평양 시절 감독과 포수로 만난 사제지간이지만, 감독으로서는 팽팽한 긴장관계를 형성하는 라이벌이다. 2000년대 후반에 SK(김성근)와 두산(김경문) 감독을 맡았을 때부터 만나면 치열하게 싸웠다. 그리고 이제 한화와 NC로 유니폼을 갈아입었지만, 그 긴장관계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7일 대전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양 팀의 대결에서도 많은 일이 일어났다.


● 감독들의 뜨거운 신경전

양 팀은 이날 경기 전까지 상대전적 4승1무4패로 팽팽했다. 이번 3연전서도 5일 한화가 14-4로 대승하자, 6일 NC가 11-3으로 크게 이기며 되갚았다. 그리고 마주한 7일 3연전 마지막 경기. 감독들의 뜨거운 신경전이 펼쳐졌다.

김성근 감독이 먼저 항의를 하면서 그라운드를 달궜다. 3-3 동점이던 4회말. NC 선발투수 에릭 해커가 선두타자 하주석을 삼진으로 처리하자 자리를 박차고 나와 박종철 주심에게 어필을 시작했다. 해커가 투구시 왼발을 한번 멈칫한 뒤 땅에 한번 긁고 던지는데, 이중동작으로 규칙위반이 아니냐는 주장. 해커는 2013년 KBO리그에 들어와 올해로 4년째다. 그동안 이 같은 해커의 투구동작은 정상적인 것으로 인정받아왔다. 박종철 주심이 어필을 받아들이지 않자 김성근 감독도 덕아웃으로 들어갔다.

이어 김경문 감독이 심판들에게 항의하는 일이 벌어졌다. 6회초 2사 1·2루서 지석훈의 안타 때 홈까지 내달린 2루주자 테임즈가 한화 포수 허도환에게 태그아웃됐다. NC는 여기서 ‘홈 충돌방지 규정’에 따라 합의판정을 요청했다. 허도환의 왼발이 홈플레이트를 막았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합의판정 결과 원심 그대로 아웃. 그러자 김경문 감독은 심판팀장인 나광남 3루심에게 다가가 포수가 발을 내밀어 홈플레이트를 막았기 때문에 세이프라며 직접 시범까지 보이며 계속 항의했다. 결국 승복하고 덕아웃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이때 김성근 감독이 다시 나와 주심에게 얘기를 하더니 나광남 3루심에게 다가가 따졌다. ‘2016 KBO리그 규정’ 제28조 ‘심판 합의판정’의 11항은 ‘합의판정 신청 및 결과는 최종적’이라면서 ‘심판팀장의 결정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면 심판은 선수단 및 관계자에게 퇴장을 명한다’고 돼 있다. 이에 따라 김성근 감독은 ‘왜 김경문 감독을 퇴장시키지 않느냐’는 주장을 한 것이었다.

경기 후 나광남 심판위원은 이에 대해 “합의판정에 대해 어필을 하면 퇴장 조치를 취하는 것이 맞다”면서도 “그러나 홈 플레이트 충돌 방지 규칙은 올해 새롭게 신설된 조항이다. 곧바로 퇴장시키기보다 설명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 3연전 마지막날까지 사구 불상사

경기 내용도 뜨거워졌다. 7회초 등판한 한화 투수 권혁의 직구가 NC 타자 도태훈의 헬멧을 강타했다. 도태훈은 그 자리에 쓰러졌고, 권혁은 걱정 어린 표정으로 타석까지 다가가 도태훈의 상태를 살폈다. 규정에 따라 권혁은 자동 퇴장. 도태훈이 그라운드에 계속 누워 있자 결국 야구장 밖에 있던 구급차까지 그라운드에 들어왔다. 도태훈은 다행이 일어서서 구급차를 탔고, 이근 병원으로 이송돼 정밀검진을 받았다. NC 구단은 “CT 촬영 결과 별다른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다”면서 “일단 창원으로 이동해 다시 한번 검진을 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고의는 아니었지만, 이번 3연전에서 양팀 선수들이 투구에 맞고 부상을 당하는 상황이 이어지자 감정이 썩 좋지는 않았다. 5일에는 NC 손시헌이 갈비뼈 부상으로 이탈하고, 큰 부상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한화 이용규도 갈비뼈 쪽에 공을 맞았다. 6일에는 한화 김경언이 오른쪽 새끼발가락에 실금이 가는 부상을 당했다. 일단 엔트리에서 빼지는 않고 향후 상태를 지켜보면서 경기에 투입할 예정이다. 양 팀은 사구 부상 후 서로 경기 전 상대팀을 찾아 사과를 하기도 했다. 손시헌을 다치게 한 카스티요가 6일 NC 쪽에 직접 찾아갔고, 7일엔 최금강이 한화 쪽을 직접 찾아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그런데 이날도 고의는 아니었지만 또 사구로 선수가 구급차에 실려 나가는 일이 발생하고 말았다.

한화는 치열했던 승부 속에 8-3 승리를 거두고 위닝시리즈를 만들었다. 그리고 포스트시즌 티켓이 주어지는 마지노선 5위(KIA)에 3게임차로 따라붙었다. 상대전적에서도 NC에 5승1무4패로 한발 앞서나갔다. 전날 시즌 처음 단독 1위로 올라선 NC는 하루 만에 다시 두산에 1위 자리를 내줬다. 그러나 이제 언제든 선두 싸움을 할 수 있는 상황이다. NC와 한화는 올 시즌 7경기가 더 남았다.

대전 |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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