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여자아마추어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성은정이 우승트로피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이 우승으로 성은정은 내년 LPGA 투어 메이저대회에 나갈 수 있는 자격을 얻었다. 사진출처|USGA홈페이지
사상 첫 아마메이저 2대회 같은해 우승
차세대 스타 예약…프로 데뷔시기 관심
성은정(17·영파여고)이 세계 아마추어 여자골프의 역사를 새로 썼다. 세계랭킹 1위 리디아 고(뉴질랜드)도 이루지 못한 대기록을 달성하며 차세대 스타를 예약했다.
성은정은 8일(한국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 스프링필드의 롤링그린 골프장(파71)에서 열린 US여자아마추어챔피언십 결승에서 버지니아 엘레나 카르타(이탈리아)를 1UP으로 꺾으면서 정상에 올랐다.
성은정은 7월 US걸스주니어챔피언십에서도 우승했다. 이 대회는 만 18세 미만의 아마추어 골퍼가 출전하는 최고 권위 대회이고, 이번에 우승한 US여자아마추어챔피언십은 나이제한이 없어 성인도 출전하는 아마추어의 메이저대회다. 같은 해 2개 대회에서 동시에 우승한 건 116년 역사상 처음이다. 앞서 재미동포 펄신이 US여자아마추어챔피언십과 US여자아마추어퍼블릭링크스에서 우승했고, 2009년엔 제니퍼 송(한국이름 송민영)이 같은 대회에서 우승했다. 리디아 고는 2012년 US여자아마추어챔피언십, 세계아마추어팀챔피언십에서 우승했다.
우승을 차지한 성은정은 탄탄대로를 걷게 됐다. 내년 US오픈을 비롯해 ANA인스퍼레이션, 브리티시여자오픈, 에비앙 챔피언십 등 LPGA 투어 메이저대회에 나갈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그밖에도 각종 대회의 초청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또 다른 관심은 성은정의 프로 데뷔다. 성은정은 국내 여자 아마추어 골프계에선 ‘특별한 선수’로 통한다. 프로 대회에 자주 출전해 어지간한 골프팬이라면 이름이 익숙해졌다. 지난 6월에는 비씨카드 레이디스오픈에 출전해 인상 깊은 경기를 펼쳤지만, 3타 차 선두를 지키지 못하고 뼈아픈 역전패를 당해 불운의 선수로 기억되고 있다.
실력은 아마추어 1인자로 통한다. 그러나 성은정은 뛰어난 실력에도 불구하고 국가대표로 활약하지 않고 있다. 2013년 선발돼 1년 동안 활동하다 태극마크를 반납했다. 이유는 더 큰 무대에서 더 많은 경험을 쌓기 위해서다. 성은정은 국가대표를 반납하고 주로 미국의 아마추어 골프대회에 출전하고 있다. 프로 데뷔도 국내가 아닌 LPGA 투어 직접 진출을 노린다. 최근에는 좀 더 골프에 집중하기 위해 금호중앙여고에서 영파여고로 전학을 갔다.
그러나 당장 프로데뷔는 쉽지 않다. 1999년 10월생으로 정식 절차를 밟아 프로가 되기 위해선 최소 내년 10월이 넘어야 한다. 한국과 미국 모두 프로 데뷔를 만 18세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리디아 고 등처럼 특별 승인을 받으면 데뷔를 앞당길 수도 있다. 리디아 고는 2013년 16세의 나이로 LPGA에 데뷔했다. 물론 프로로 전향한다고 해서 당장 활동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리디아 고는 아마추어 자격으로 프로대회(캐나다여자오픈)에서 우승해 출전권을 갖고 있는 상태였다. 아직 프로무대에서 우승이 없는 성은정은 퀄리파잉스쿨을 통과해 출전권을 확보해야한다. 국내에선 아직 나이제한을 풀어 빨리 데뷔한 전례가 없다.
13일 귀국 예정인 성은정은 남은 시즌 두 차례 KLPGA 투어에 더 출전할 예정이다. 현재로서는 9월 미래에셋대우클래식과 10월 하이트진로챔피언십이 유력하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