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박세웅은 올 시즌 ‘닥터K’이자 ‘이닝이터’로 성장하며 차세대 우완 에이스임을 입증하고 있다. 그는 안경 쓴 롯데 에이스 계보를 잇는다는 얘기에 “비교 자체가 영광이다. 선배님들이 해낸 기록을 나도 세워보고 싶다”고 말했다. 스포츠동아DB
● 체인지업 버리고 포크볼을 취하다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올 시즌을 자평한다면?
“작년(114이닝 방어율 5.76)보다는 괜찮은데 아직 기복이 있다. 그것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지난해보다 직구, 변화구 구위가 좋아졌음을 스스로 느낀다. 스프링캠프 기간 고친 것이 많았다. 또 포크볼을 던지며 (기록이) 좋아진 것 같다.”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을 바꿨나?
“공 던질 때의 시선처리나 방향성을 신경 썼다. 그 덕에 제구력이 작년보다 개선된 것 같다. 사소한 것일지라도 투수는 느낌만 조금 바꿔도 공에 나타나는 차이가 달라진다.”
-포크볼은 어떻게 던지게 됐나?
“작년엔 체인지업을 던졌다. 올해 시범경기 때, 포수 (강)민호 형이 ‘지금부터 포크볼로 스트라이크 잡고, 유인구도 던질 수 있도록 연습해놓으라’고 충고했다. 그때부터 포크볼을 실전 때 시험하다보니 정규시즌 때도 던질 수 있게 됐다. 원래부터 던질 줄은 알았는데 이렇게 많이 던진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구질 습득이 빠른 것 같다.
“구질을 선택하면, 캐치볼 할 때도 그 구질로 연습한다. 그러다보니 습득이 좀 빠른 것 같다.”
-올해 던지는 레퍼토리는?
“직구, 슬라이더, 포크볼, 커브. 체인지업은 올해 아예 안 던진다. 아직 직구에 힘이 있으니까 유리한 카운트를 잡고, 포크볼이나 슬라이더를 결정구로 던져 타자를 잡아낸다.”
● ‘닥터K 이닝이터’로 성장 중
-kt 입단 때부터 주목을 받아왔다. 그리고 지난해 대형트레이드를 통해 롯데로 왔다. 올 시즌을 맞는 심적 부담이 컸을 것 같다.
“지난해 1군에서 한 시즌을 해봤으니까…. 코치님들과 상의해 웨이트 위주로 훈련하며 체중을 늘렸다. 시즌 들어가면 빠질 수 있다고 봤는데 아직은 체력 유지가 된다. 지난해는 내가 던진 경기만 놓고 봐도 이닝이 거듭될수록 구속도 떨어졌고, 제구도 흔들렸는데 그 부분이 올해 줄어들어서 다행이다.”
-마인드 컨트롤도 훨씬 안정된 것 같다.
“작년에는 초반에 1~2점이라도 줘버리면 무너지는 경기가 많았는데 올해는 실점해도 5~6회를 던질 수 있게 된 것 같다. 팀에도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점수는 투수라면 누구든 주니까, 주더라도 팀이 경기를 할 수 있도록 만들어놓고 내려가야만 한다. 설령 점수를 많이 줘도 내가 많이 못 던지면 다음에 나오는 선배님들이 많은 이닝을 막아야 하니까 신경을 쓴다.”
-항상 기대감 속에서 던지는 것이 쉽지 않을 듯하다.
“나가는 경기마다 ‘할 수 있는 것만 하자’고 한다.”
-올해 탈삼진(9이닝 당 탈삼진 9.28개)이 급격히 늘어났다.
“이유는 잘 모르겠는데 아무래도 직구 구속이 계속 나오니까 변화구 유인구에 타자들의 스윙이 나온다. 삼진 욕심은 딱히 없다.”
-5월(1승3패 방어율 8.74)에 잠시 부진했다.
“4월에 3승(방어율 3.05)을 하자 5월부터 타자와의 승부를 빠르게 가져가려다보니까 그렇게 된 것 같다. 6월부터 타자와의 승부 때, 볼로 던질 건 던지고, 잡아야 할 때 스트라이크로 들어가고 그러다보니 다시 안정이 됐다.”
-kt전(13.1이닝 방어율 0) 정말 잘 던지는데, 반대로 한화전(9.2이닝 방어율 16.76)은 약했다.
“(친정팀) kt라고 해서 더 잘 던지려고 생각하지 않았다. 던지다보니까 잘 됐다. 한화는 직구에 좋은 타격을 하는 팀이라서 그랬던 것 같은데 컨디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롯데 박세웅. 스포츠동아DB
● “조금은 야구가 재미있다”
-WBC, 올림픽 등에서 국가대표로 던질 토종 우완으로 기대를 받는다.
“국가대표는 운동하는 선수들이라면 한번쯤 해보고 싶은 것이라 생각한다. 국가대표가 된다면 좋은 기회일 텐데 아직은 시즌에 집중하고 싶다. 성적이 좋으면 뽑힐 수 있을 것이다.”
-룸메이트가 누구인가?
“황재균 선배인데 내가 타자 심리에 관해 물어본다. ‘이런 상황에 타자는 어떠냐’ 하면 이야기를 잘 해주신다.”
-과거 KIA 윤석민한테 그립 잡는 법을 배우려고 찾아가는 등, 호기심이 강한 것 같다.
“그런 편이다. 모르는 것이 있으면 배우려고 한다.”
-박진형도 잘 해주고 있는데 영건투수들끼리 경쟁심리는 없나?
“그런 생각은 안 한다. 좋은 투수가 많이 나오면 팀 성적에 좋은 효과가 나올 것이다. 따로 라이벌은 없다.”
-요즈음 야구가 재미있을 것 같다.
“학교 다닐 때에는 공 던지는 것이 쉬웠다. 잘 치는 타자도 많이 없었고. 프로 와서 첫해부터 공이 자꾸 맞아나가니까 스트레스를 받았는데 점점 얻어맞는 빈도수가 줄어드니까 조금은 야구가 재미있다고 느낀다. 이용훈 투수코치님께서 ‘쫓기지 말고 즐겁게 던지라’고 조언해주신다.”
-데뷔 첫 승이 어렵게 나와서 얻은 것이 많을 것 같다.
“7패하고 나왔다. 승리는 내가 하고 싶어서 얻는 것이 아니니까 잘 던져도 안 될 때도 있고…. 승리에 대해서 크게 빠져들지 않으려 한다.”
-다승이 아니면 목표가 무엇일까?
“이닝이다. 아직은 부족하다. 보통 6회까지 던지는데 더 던지는 능력을 키우고 싶다. 100이닝 가까이 왔다. 앞으로 8~9경기 더 나갈 것 같은데 최대한 많은 이닝을 던져서 규정이닝 넘겨보고 싶다.”
● 최동원, 염종석의 후계자? 롯데 우승 뒤, 품을 수 있는 꿈
-부모님은 동생(kt 좌완루키 박세진)도 신경을 많이 쓸 것 같다.
“동생도 1군 올라와서 던지고 있는데 부모님은 크게 내색 안 하신다. 진짜 잘 던지는 투수들도 힘이 부칠 때가 있는데 이제 갓 고교 졸업한 선수가 바로 적응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터다.”
-동생과 선발 맞대결을 하는 상상을 할 것 같은데?
“그럴 가능성이 없지는 않을 거 같다. 형제의 선발 맞대결은 전례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동생하고 따로 그런 얘기는 안한다. 만날 시간부터 잘 없다. 비교할 필요도 없고…. 나는 내가 할 것을 하고, 동생은 동생 할 것을 하면 된다.”
-롯데에 와서 인기를 실감하나?
“잘할수록 야구장을 더 찾아주시는 것 같다. 자기관리가 더 중요할 것 같다.”
-안경 쓴 롯데 에이스 고(故) 최동원-염종석의 계보를 잇는다는 얘기를 들으면 어떤 기분인가?
“그 선배님들은 한국시리즈 우승 결과를 내신 분들이다. 비교 자체가 영광이다. 선배님들이 해낸 기록을 나도 세워보고 싶다. 그것이 목표라면 목표다.”
박세웅
▲1995년 11월30일생
▲대구경운초∼경운중∼경북고
▲우투우타
▲183cm·79kg
▲2014년 신인드래프트 kt 1차지명∼2015년 롯데로 트레이드
▲연봉 5600만원
사직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